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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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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2,823회 작성일 22-04-0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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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내려온 지 벌써 두 번째 봄을 맞는 날이다. 벚꽃이 휘날리며 파란 풀밭 위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소풍을 오는 모습은 언제 봐도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차갑던 바람도 이젠 따스하게 몸을 감싸고, 옷차림도 점점 가벼워지는 걸 보면 정말로 시간이 빠르게 가나 싶다. 연구실 사람들이, 내가 알던 형들이 하나둘 졸업하고, 새로운 신입생들이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면 더욱더 그렇다.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것은 나의 어리숙함뿐만이 아닌가 싶다.

 항상 박사 선배분들을 보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정기 미팅 때마다 교수님께 발표하는 내용의 깊이, 이해하는 수준, 알고 있는 지식. 2020년의 초보 대학원생인 나에게, 세상에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생각이 들게 한순간이다. 선배들이 완벽하게 발표를 끝내고, 그분들 에게 "형, 왜 이렇게 똑똑해요?"라고 장난스럽게 물으면 "너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답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마저 선배들은 정말로 빛나 보였다. 생각해보면 미숙한 내가 우여곡절 끝에 연구실 석사 생활 마무리에 들어간 것은, 선배들의 모습을 뒤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을 떠올려봤다. 문득, 내 머릿속에 한 교수님이 떠오르게 된다. 교수님께서는 30대 중후반 젊은 나이에 대학교 교수에 임용되셨던 분이었다. 우연히 그분이랑 같이 대화할 기회가 생겼었다. 나는 교수님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똑똑해질 수 있냐고 여쭈어 보았을때, (장난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교수님께선 같은 걸 10년 동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다 말씀하셨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말씀하셔서, 단지 부끄러우셔서 그런 것 이였다고 그때는 생각했지만, 내가 정말 멋있다고 생각한 선배들도 다 같은 말을 하는 걸 보면, 문득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분명, 내가 박사 진학을 결정한 것은 단지 멋있어지려고 한 것뿐만은 아닐 것이다. 박사 진학으로 얻게 되는 부분이 있지만, 분명히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니. 짧으면 4년, 길면 5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학교에 남아 있는 것, 그리고 다른 친구들보다 금전적 여유가 없다는 건 분명 사실이니 말이다.

  이제 차차 결혼도 준비해야 하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이런 부분은 더욱 크게 나에게 다가왔다. (졸업하면 33살이니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만일 박사 진학을 하지 않으면, 당장은 남들과 같은 삶을 살 수 있겠지만, 내가 정말로 행복해지진 않을 것 같았다. 처음 교수님을 맞이했던 순간부터, 대학원에 와서, 존경하는 선배들을 보며 그들과 같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후회를 한 다면, 젊을 때 하는 것이 좋으리라. 그렇게 결정한 순간 바로 교수님께 말씀을 드렸었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부터 모든 일이 잘 풀렸었던 것 같다. 실험 데이터도 정상적으로 나오고, 다행히 졸업을 준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나도 할 수 있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지금은 이미 결정된 상황이라 더 고민하진 않지만, 앞으로 더 많은 험난한 길이 있을 것이다. 연구적으로든, 금전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하지만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이 될 수 있으리라 다짐한다. 오늘부터 연구실에 늦게까지 남아있는 습관을 지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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