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앞두고, 다큐 "여기 사람 있어요"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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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예수님께서는 장사한 지 사흘 만에
부활하셨으나, 그 손발에 난 못 자국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문득
어디선가 읽었던 문장이 떠오르는 건 왜인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못 자국은 서울 용산역 근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용산역 텐트촌. 용산을 자주 오가는 사람조차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로 고립되어 있다. IMF 이후 실직한 사람들이나 기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길을 떠돌다 종이 상자, 비닐, 중고 텐트 등을 주워다 허름한 천막을 치고 생활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노숙’이라는 단어가 ‘이슬 맞고 자는 것’임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노숙보다 아주 조금은 나은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지만, 빈곤의 굴레를 떠안고 사는 것은 여전하다.
씻을 곳도, 화장실도 마땅히 없다. 장마철이나
태풍이 오는 여름,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한기가 올라오는 때면 더더욱 고통스러워진다.
사업을 하다 IMF 이후 몇 억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이곳에 둥지를 튼 사람. 교편을 잡고 있다 사기를 당해 10억을 날리고 충격에 노숙인이 되었다는 사람. 다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구원휘 씨는, 촬영 당시 텐트촌에서는 가장 좋은 자리라 불리는 다리 아래 (비를 피하기 유리하기 때문) 둥지를 틀고 터줏대감 대접을 받는 사람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월 300 받으면서 괜찮은 삶을 살았다는 그다. 건강이 나빠져 다니던 일터를 잃게 되었다고 한다는 말을 하며 취재진에게 건네는 손에는 ‘외국인등록증’이 있었다. 아버지는 중국 사람, 어머니는 대만 사람이었는데 부모님의 이혼 후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한국으로 왔다고. 이런 일이 생길 줄 모르고 귀화 절차를 밟지 않았다가 지금 와서는 한국 복지의 사각지대에 서 있는 신세가 되었다. 일자리 주선 프로그램 등의 혜택도 법적으로 외국인인 그에게는 닿지 못했다고.
“바깥에서 한 4, 5일만 굶어보세요. 정말 사방이 다 먹을 것으로 보여요.” – 장선항 씨 (홈리스 출신, 자원봉사자)
“노숙자가 한적한 공간에 겨울 동안 있으니까 사람들이 걱정해서 올 거 아니에요, 왜 여기 있냐고 와서 물어봐요. 그래서 제가 얘기했어요. 지금 나는 몸이 많이 아픈데 아무래도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요. 그랬더니 일자리를 구해줄 테니, 일해서 돈을 벌어 수술하라는 거에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너무 아파서 일을 못 하겠는데, 팔이 너무 아파서 안 올라가는데..” – 장선항 씨 (홈리스 출신, 자원봉사자)
원해서 빈곤해진 사람은 없다. 그들은 상당수 일거리를 구하다 지쳐서 포기해버린 사람들이다. 소위 ‘노가다’라고 불리는 일도, 새벽 일찍 소개소에 가서 기다려도 일거리를 잡기가 힘들고, 그마저도 나이가 더 들면 잘 받아주지 않는다. 장선항 씨 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돈이 없다. 그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수술비를 마련하라고 한다. 자신이 노숙자라서 자기 말을 믿지 않은 거 같다고. 서러웠다고. 솔직히 자기 같은 사람들, 자살 생각 한번쯤은 다 해본다고 한다.
다큐에서는 이러한 분들을 위해 사역하는 목사님들의 모습이 나온다. 코로나 시국에도 꿋꿋이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조재선 목사님이나, 손은식 목사님처럼 노숙인에게 거처를 마련해주고 재기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손은식 목사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참 기억이 많이 남았다. 위에서 소개한 구원휘 씨한테 다가가 도와주겠다는 말이 아닌, “도움을 좀 드려도 될까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태도. 여기엔 참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거 같다. 당신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그냥 사람이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구원휘 씨는 손은식 목사의 도움으로 영등포의 한 여인숙 건물에서 지내며 지금도 재기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목사의 꿈을 향해 공부하고 있는 친구와 했던 대화가 있다. 소위 말하는 천국, 하나님 나라라는 것은 멀리 있는게 아니다. 가장 낮은 자에게 해준 일이 곧 나에게 해준 일이라는 그분의 말씀처럼, 내 주변의 고통받는 이웃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 그래서 내 주변을 조금이라도 그분의 나라를 닮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부활절이 얼마 안 남은 지금, 교회, 성당을 나가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당신 몸에 난 못 자국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신성과 인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당신은 부활하고 나서도 그 상처에 계속 고통받아야 한다. 적어도 그분의 십자가를 진 그리스도인들이라면, 손, 발에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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