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도미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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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 모리미 도미히코
이규섭
현실적인 것은 무엇이고, 허구적인 것은 무엇일까? 현실은 우리가 맞닥뜨린 것이요, 허구는 우리의 머릿속에서만 상상 가능한 것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은 실시간으로만 있는 것이어야 한다. 흘러지난간 모든 것들이 실재했던 현실이겠지만, 그것이 우리의 기억 속에서만 재구성 되는 것이라면 기억속의 그것이 현실인지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을 것이다. 인간의 뇌를 다룬 수 많은 SF 작품들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듯 우리는 ‘인지’를 바탕으로 현실을 자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인지 능력에 가해진 혼란 앞에서 현실이라는 생생한 확신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허구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여기 한 쌍의 잘 어울리는 커플이 있다. 커플이냐고 물으면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여주인공과 진짓 젠체하며 주저리 주저리 변명을 늘어놓을 법한 남주인공이 대학가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쌍의 커플은 환상세계와 현실을 오가면서 마주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세상 무서운줄 모르는 행동파로 거침없이 쏘다니며 사건을 일으킨다. 그런 소녀에게 반한 ‘나’는 그녀의 소식을 좆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골목 골목을 쏘다니면서 어느새 환상속의 존재들을 맞닥 뜨리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축제를 벌인다. 그리고 그렇게 몽환적인 뒤틀린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끊임 없이 엇갈리고, 엇갈린다. 걷고. 또 걷는다.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꿈속에서 방황해서도 안되고, 현실속에서 쳐저 있어서도 안된다. 여기저기 쏘다녀야 한다. 마구 달릴 필요도 없다. 그저 정처 없이 걸어나가야 한다. 현실에서 지칠 때쯤 환상 속으로, 환상 속에서 헤메이다 다시 현실로, 점점 그 경계를 두지 않고. 그 모든 것을 만끽하고 또 흘려보내야 한다. 말이 쉽지, 많은 이들에게 현실은 지루하고 우울하다. 물론 늘상 그런건 아니다. 지친 일상에 단비 같은 일들이 있지만 딱 그 정도 비율인 것이 문제다. 이 끝에는 좋은 일이 있을거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거야. 라고 하루하루 연명하는 것에도 지칠 때쯤, 누군가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때로는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낙천성에 의지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우리의 멍청한 두뇌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반면 잘 안될 것만 같은 공포는 가득하기만 하다. 밤의 거리는 너무 어두워서 두렵다. 그리고 어른들은 어려서부터 이 밤거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야기 해왔다. 우리는 한번도 나가보지 않은 밤의 거리가 너무나도 두렵다. 그럴 땐 멀리서 보이는 조명에 의지해서 계속 걷는다. 소설 속에서 지겨울 정도로 등장하는 ‘신의 편리주의’가 우리의 삶에도 한번쯤 등장하지 않으란 법이 있을까?
조명이 점차 늘어나고, 예상치 못한 사람의 무리는 밤 거리의 정적을 잊혀줄 것이다. 낮에는 흉물스러울 뿐인 네온사인 조명은 또 얼마나 화려한가? 걷고 또 걷자. 그러한 밤 산책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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