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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관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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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룡
댓글 0건 조회 3,270회 작성일 22-02-0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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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관람평


인간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 ‘지킬 앤 하이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동일 인물이며 모든 사건은 이중 인격자였던 지킬 박사로부터 출발하여 끝나게 된다는 반전 결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뮤지컬, 연극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꾸준히 알려지다 보니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은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지킬 앤 하이드에 열광하는 것일까.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들은 사람들을 보고 또 보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도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때맞게 (?) 다가오는 여자친구의 생일을 기념하여, 치열한 티켓팅을 뚫고 궁금증을 자아내던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을 직접 관람할 수 있었다.

지킬 박사, 그가 가졌던 목표.

지킬 박사는 상당히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거쳐 자라왔고, 주변에 존경을 받는 유능한 화학자이다. 그는 가장 사랑하고 존경했던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임종 직전까지도 손을 불수의적(不隨意的)으로 움직이는 모습, 정신 질환을 앓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에 빠진다. 정신분열증이 악화되던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시고 이를 보며 지킬 박사는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여 정신병 환자를 치료해 보겠다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그는 병원 이사회 임원들에게 정신병 환자들에게 직접 개발한 치료약을 투여하여 연구해 볼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지만, 이사회는 병원에 돌아갈 지도 모르는 피해를 염려하며 이를 매몰차게 거부한다. 존경하던 아버지를 치료해 드리지 못 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수많은 정신병 환자들에게 새 삶을 부여할 수 있을 거로 생각되는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물. 지킬 박사는 모든 것이 준비되었으나 연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그리고 그는 약물의 효능에 대해서 테스트하기 위해 본인의 몸에 직접 생체 실험을 하기로 결심한다.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종교적 믿음이 훨씬 강하던 19세기 당시 분위기를 감안했을 때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인간의 영을 분리해 내보겠다는 그의 실험은 세상이 금기시하는 영역을 침범해야만 했기에 스스로를 상당히 괴롭게 하였다. 인생을 건 실험을 시작하기 전,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실험을 시작하고 끝을 보겠다는 그의 굳은 결심을 담은 곡이 ‘This is the moment (지금 이 순간)’ 이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이 순간.

나만의 꿈이, 나만의 소원. 이뤄질 지 몰라. 여기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말로는 뭐라 할 수 없는 이 순간.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 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 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

지금 내겐, 확신만 있을 뿐. 남은 건 이제 승리 뿐!

그 많았던 비난과 고난을 떨치고 일어서 세상으로 부딪쳐 맞설 뿐.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걸 내 육신마저 내 영혼마저 다 걸고,

던지리라, 바치리라! 애타게 찾던 절실한 소원을 위해!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당신이 나를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 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뮤지컬, 연극 면접에서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불러 입시 금지곡이 되어버린, 결혼식에서는 축가로 널리 불리는 ‘지금 이 순간’ 노래는 사실 콧노래처럼 가볍게 부를 곡이, 사랑의 축가로 소모될 곡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인생의 혈투를 앞둔 잔인한 현장 앞에서 내 목숨을 걸고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거칠고 무거운 곡이었던 것이다.

굳은 다짐을 한 지킬 박사는 그렇게, 자신의 몸에 약물을 투여하며 선과 악을 분리해 내는 연구를 시작한다.

 

선과 악의 분리, 이드(id)와 슈퍼에고(superego)

지킬은 자신이 만든 약물을 투여한 뒤, 욕망과 쾌락을 쫓는 하이드가 된다.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은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걸 중요시하는 이드(id), 사회적, 도덕적으로 배운 규범을 지키려는 슈퍼에고(Superego), 이 둘을 적절히 현실적으로 조화시키는 에고(ego)로 나눌 수 있다. 평소 엘리트 범생이로 규율을 엄격히 지키며 살던 지킬 박사는 슈퍼 에고의 자아로 살아 왔다. 그러던 그가 본능적 욕구에 충실한 이드, 하이드가 되고 나서 처음 뱉은 말은 바로 “자유(free)롭다”는 것이었다. 선이라고 생각했던 지킬 박사에서 악이 화신인 하이드가 되었을 때 그가 느낀 것은 어두움, 사악함이 아니라 ‘자유’였다. 선으로부터 악을 분리해 내 정신병 환자를 치유하고 세상의 갈등을 해결하리라는 그의 실험 목표를 생각해 볼 때, 악에게 몸을 지배 당한 지킬 박사의 첫 반응은 상당히 의외이다. 선의 상징인 지킬 박사가 정말 옳은 것이었다면 하이드로 변했을 때 그가 느껴야 할 감정은 불안감, 두려움이었어야 한다.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사실 선이라고 생각했던 지킬 박사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규율에 구속되고 답답한 존재였다. 그에 반해 도덕적, 사회적 규율로부터 벗어난 하이드는 그에게 신선한 자유로움을 선사해 주었던 것이다.

지킬 박사는 실험 전에, 친구 어터슨과 함께 클럽을 놀러가 매춘부 루시를 만난다. 섹시하면서도 마담에게 천대를 받는 루시에게 그는 욕망과 연민이 섞인 묘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하지만 지킬 박사에게는 이미 약혼식까지 거행한 엠마라는 여자가 있었다. 의식할 새도 없이 느꼈던 루시에 대한 욕망은 엠마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가진 슈퍼에고에 의해 억압되었다. 그러나 루시에 대해 느꼈던 강한 욕망은 마음 한 쪽 켠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하이드가 되었을 때 이드에 의해 다시금 지배당하였다. 수퍼에고로부터 억압 받던 이드가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얻자, 하이드가 가장 먼저 루시를 찾아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지킬 박사는 약물 실험 과정에서 점점 하이드에게 잠식을 당하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하이드가 되고 나면 본인의 실험을 저지했던 병원 이사회 임원들을 차례차례 살해하고, 약혼녀 엠마를 두고 욕정을 채우기 위해 루시에게 찾아 가는 본인의 모습에 괴로워 한다. 모두에게 이러한 사실을 숨긴 채 고뇌하던 지킬 박사는 자신이 사랑하는 엠마를 위해 자살을 감행한다.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 이야기의 결말은 선과 악을 분리해 낼 수 없으며 실험이 실패했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킬 박사가 하이드라는 악을 분리해 내는 것을 실패했다는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 그렇다. 하이드로 변했을 때 자유로움을 느낀 그 모습이 어쩌면 지킬 박사의 본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게 보면 지킬 박사는 본인의 참모습인 하이드라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고, 약물은 선과 악을 분리해 내는 역할이 아니라 본인이 진정으로 편하게 느끼는 자아를 찾아 주는 약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지킬 박사의 약물 효과로 보건대, 지킬 박사는 인간의 본성, 쾌락을 악으로 규정했고 사회적, 도덕적으로 상식적인 자아를 선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는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나눌 수 없는 영역이다. 인간의 본성을 한없이 억누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쾌락만 추구하면서 살 수도 없는 인생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에 대해 나는 어린 시절 연날리기를 했던 경험에 비유해 보고 싶다. 어릴 때 바람이 불면 아버지와 함께 놀이터에 나가 연날리기를 하였다. 바람의 강도에 관계없이 내가 원하는 지점에 연을 갖다 놓고 유지하려고 하면, 연줄은 버티지 못 하고 끊어져 버리기 일쑤였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바람이 불면 연을 놓아 주고, 바람이 그치면 연을 당겨 주며 그저 바람에 연을 맡기라고 하셨다. 우리네 인생도 그저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억압하기보다는 연날리기를 하듯이 본인이 느끼는 대로 솔직히 행동하며 흘려 보내는 것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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