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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失花)』 -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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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종수
댓글 0건 조회 3,182회 작성일 22-03-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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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26년의 짧은 삶을 살다 간 이상의 마지막 생각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일제강점기, 경성(지금의 서울)에서 태어난 이상은 매우 엄격한 양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그림에 소질이 있어 화가의 꿈을 키웠지만 양부모의 격렬한 반대로 꿈을 포기하고, 그나마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건축과에 진학하여 조선총독부 건축 기사가 되었다.

 

급격하게 현대화가 이루어진 도시의 모습과 여기에 빠르게 발맞춰 살아가는 세련된 젊은이들,

낡고 허물어져가는 오래된 집에서 유교적인 가치를 지키며 근근이 살아가는 기성세대들,

젊은 신세대지만 보수적이고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이상의 시선에서 두 세태의 공존은 괴리감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

 

결국 양쪽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외톨이가 된 그는, 급기야 경성(서울)을 '가짜'라 규정하고 도망치듯 동경(도쿄)으로 떠난다. 

하지만 동경(도쿄)에서의 생활은 매우 불안정했고 파이프, 국화, 편지 따위의 물건들로 하여금 과거 경성(서울)에서 겪었던 아련한 추억들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결국 이상은 몸은 도망쳐 나왔지만 정신은 원래 있던 곳에서 완전히 떠나지 못한 채 방황하며 자의식의 분열과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마침내, 몸과 정신이 완전히 망가져 버린 이상이 독자를 향해 마지막 메시지를 툭 던지며 글을 마친다. 



사람이 ㅡ 비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참 재산 없는 것보다도 더 가난하외다 그려! 나를 좀 보시지요?

 



2월엔 나에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새로운 공간과 사람들, 보고들은 많은 이야기들.

한 달 동안 나에게 벌어졌던 일들을 곱씹어보며 다시 되돌아본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적어도 그 배움의 과정 속에서 하나하나 얻어갈 수 있는 깨달음이 분야를 떠나 미래에 어떤 어려움을 풀어가는 데에 있어 예상치 못하게 큰 도움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젊음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공부는 최대한 많이 해두는 것이 좋다는 아버지의 말씀이 분명 옳다고 믿는다. 

이런 부모님의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나도 당신들이 걸어갔던 길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떠한 상황을 겪더라도 마지막까지 ‘나’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숨기는 비밀이 있고, 지켜야 할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소설 속 이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고 끝내 자신이 사수해야 할 마지막 꽃 한 송이마저 상실했다.

그리고 또다른 이상을 향하여 막연한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떠났지만 도망쳐온 그곳마저도 그의 안식처가 되지 못했다.

 

2월이 되고, 나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벌써 봄이 되었다.

이곳에 오기 전, 제주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올레길 정취를 만끽하던 게으른 여유가 굉장히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고백하자면, 자유와 낭만을 찾아 서울에서 도망치듯 떠났던 제주여행이 기대만큼 항상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 하루 종일 울적하게 어두침침한 숙소에 혼자 머문 적도 있었고,

한 시간에 한 대 지나가는 버스 시간을 놓쳐 한라산 중턱에서 우산 없이 채찍 같은 소낙비를 맞으며 벌벌 떤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의 짧은 제주여행은 지난 학부생활 4년을 정리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되돌아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내가 걸어가고자 하는 길도 그럴 것이다. 기대와 이상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다가올 때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사람이었는지 잊지 않고 

내 자신 스스로를 지켜가길 다짐하며 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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