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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 작은 친절이 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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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승현
댓글 0건 조회 3,051회 작성일 22-03-0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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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은 편리성을 위한 간이 슈퍼마켓으로, 일상생활에서 매우 쉽게 볼 수 있는 편의시설이다. 아마 대한민국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준 1등 공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모순적인 표현을 통해 상상력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렇다면 작가 김호연은 어떤 이유로 이를 불편하다고 묘사했을까?

 

  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파우치를 되찾아준 서울역 노숙인, 독고 씨를 만난 편의점 사장님 염 여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독고 씨는 말도 어눌하고, 냄새도 났지만 다른 노숙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파우치를 지켜내며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는 특별한 노숙인이었고, 그런 그에게 신임을 얻은 염 여사의 제안으로 야간 알바를 맡게 된다.

 

물리적 불편함

  내가 느낀 불편함은 크게 3가지 형태로 변형되었다. 첫째로 느꼈던 불편함은 물리적 불편함이다. 노숙인은 냄새나고, 게으르고, 술에 의존하는 모습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소설 속 묘사된 독고 씨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업무를 가르치고, 손님을 대하고,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편한가. 그런 상황을 떠올렸을 때, 점원이든, 손님이든, 누구에게나 불편한 상황으로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고, 등장인물들도 그와의 첫 만남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아 했다.

 

심리적 불편함

  이러한 불편함은 가불로 지급받은 월급으로 쪽방과 옷을 마련하고, 말끔히 씻은 모습을 하고 나오면서 다소 해소되지만, 이는 곧, 두 번째 불편함으로 뒤바뀐다. 바로, 관심에 의한 심리적 불편함이다. 편의점 카운터에 있는 사람은 게임 속 NPC처럼 나에게 관심이 없는 기계같은 존재여야 마음이 편한데, 독고 씨는 등장인물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먼저 다가가 고민을 묻고 관심을 갖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도 내겐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평소 옷을 살 때에도 옷가게 직원들의 과도한 관심과 간섭이 싫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우연히 엘레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나도 애써 외면하고 인사를 건네지 않은지 오래다. 그렇기에, 누군가 나만의 공간을 침범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할 때, 더더욱 쥐구멍으로 숨고싶은 감정이 앞서는 심정을 이해한다. 그런데도, 독고 씨는 '작은 친절'을 통해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게 만들었고, 깊은 속마음까지 끌어낸 것이다.


 

작은 친절의 씨앗 : 관심과 소통

  독고 씨에게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오는 씨앗과도 같듯이, 그저 작은 친절로 먼저 선행을 베푼 것이다.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좋아하는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조용히 챙겨주며 먼저 다가가는 작은 관심이 마음의 문을 열게 하고, 그 사람의 인간관계에서 또 다른 선행의 씨앗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아들 말도 들어줘요. 그러면… 풀릴 거예요. 게임하면서… 삼각김밥… 먹기 좋대요. 아들 게임할 때… 줘요. 근데 김밥만 주면…안돼요. 편지…같이 줘요.

 대기업을 그만두고 게임만 하는 아들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한 선숙 아줌마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아들이 좋아하는 삼각김밥을 편지와 함께 조용히 방에 두고 오라는 말을 건넨다.




“엄마가… 아빠 힘들게 돈 버니까… 돈 아껴 써야 한다고… 편의점에 가면 원 플러스 원만 사라고… 애들이 참… 자알 컸다 싶었죠.”


“어제부로 이 상품 다시… 원 플러스 원 됐으니까, 오늘은 아버지가 사 가시면… 되고, 내일부턴 딸들보고… 사러오라고 하세요.”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회사를 생계 때문에 억지로 다니며 가족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매일 밤 편의점에서 술을 마시는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경만 아저씨의 이야기도 들어주곤,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며 아내와 딸들이 힘들게 일하는 아빠를 생각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속마음을 전달한다.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우리는 어쩌면 불편한 세상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저 자신의 삶에만 몰두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세상에서, 남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귀담아들으며 ‘불편’하게 해야, 비로소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하며 사람다운 세상이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필연적인 불편함

 

  편의점은 본래 사람과 물건이 잠시 들고 나는 곳이다. 누구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아주 잠시 들르는 곳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단시간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건네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극 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독고 씨를 만난 것이 물리적으로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움이 필요했던 사람들에게 적재적소의 힘이 되어준 곳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이라는 선택을 결심한 내게는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곳은 성장과 극복을 위한 필연적인 공간으로도 해석되었다.

누군가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 회의적으로 이야기한다. 수많은 유혹으로부터 절제하고, 취업한 동기들과 끊임없이 비교되며 작아지는 자존감을 맞서기 힘겹게 만들고, 가족·지인들과 멀어져 낯선 곳에서 홀로서기를 이겨내야 하는 부담감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있기에 미처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시야를 갖게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노숙인이라는 편견이 줬던 물리적 불편함과, 낯선 이의 관심으로 속마음까지 들추게 만든 심리적 불편함이 새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보며 위안과 해결책을 얻었던 것처럼, 편견을 갖지 않고 그것 본연의 모습을 알기 위해서 불편한 공간에 들어서는 것이다. 자세히 경험해봐야 그것이 갖는 매력과 이유를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앞으로 겪을 대학원 생활은 100세 인생을 놓고 보면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속한다. 그 시간동안, 남들은 가지지 못할 경험을 배우고, 공부해보고 싶던 분야의 지식을 쌓으며 성장을 위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이곳이야말로 적재적소의 힘이 되어줄 ‘불편한 편의점’이라고 확신한다. 힘들고 외로움과의 싸움이 될 수 있겠지만, 배움의 자세로 필연적인 불편함을 극복하고 더 발전된 ‘나’를 만들어가고 싶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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