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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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어떤 순간은 품은 온도가 다른 두 말이 모질게 함께하며 만들어진다.
어두운 하늘에 뜬 별, 얼어붙은 땅에 핀 꽃, 척박한 황야에 선 나무,
그리고 작은 병실에 든 화창한 햇살.
어느 화창한 가을날 나는 길고 긴 병동 복도를 걷고 있었다.
큰 병원의 깊은 곳까지 들어온 적은 아주 오래전이라 모든 것들이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밝은 유리창과 파스텔의 벽
생각보다 차분히 지나가는 의사와 간호사들
생각보다 들뜬 목소리로 시간을 나누는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그 끝에 보이는, 생각보다 더 작고 하얀 우리 할머니.
햇빛이 다사로운 침대 끝에 홀로 앉아서, 오랜만에 보는 손자의 모습에
분명 방금 전까지 그렸을 슬픈 표정을 지우고 환하게 웃으셨다.
가려진 입 속에서도 있는 힘을 다해 어린아이의 웃음으로 대답한 나는
마음을 숨기고 정반대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어른들의 그 어른스러움을
당신의 웃음 속에 숨겨진 마음을 알 만큼 어른이 된 내가 싫었다.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아무 말이나 하고 있지만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화창한 햇살이 눈앞의 하얀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물드는 것만 바라보며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하지만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랬다.
꿈같은 시간의 끝에 다다르고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포옹을 나누며
“이제 곧 괜찮아져서 저랑 또 놀러 가요.” 라는 말을 꺼낸 나는
마음을 숨기고 정반대의 말을 낼 수 있는 어른들의 그 어른스러움을
당신의 고칠 수 없는 병을 숨기고 거짓말을 할 만큼 어른이 된 내가 싫었다.
애써 등 돌려 두 눈에서 그 슬픈 풍경을 떠나보낸 뒤
생각보다 밝았던 복도를 되돌아가는 길은 너무 길어서
그 끝에 닿기도 전에 얼굴을 감추고 한동안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한 달 뒤, 살아가며 가장 후회할 양보를 했다.
그토록 바랬던 기적 대신 당연했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고
그 몹쓸 전염병으로 단 한 사람씩의 면회가 허락되었을 때
나는 가장 마지막이었던 내 몫을 다른 가족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나의 어리석은 선택은, 그날 밤 하늘로 떠난 할머니를 붙잡지 못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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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Kimberly Kirberger -
후회는 항상 가정(假定)에서 시작한다.
그때의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모든 것을 알고서 그때로 돌아간다면
마지막 포옹이 될지 몰랐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깊이 안을걸
마지막 인사가 될지 몰랐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조금 더 고집을 낼걸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책의 제목이자 시 한 편의 제목 그리고 제 글의 마지막이 된 이 구절을 우리는,
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후회와 망설임의 순간에서 떠올립니다.
대학원에서 열정을 다하는 연구 속에서도,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도, 혼자서 무언가를 이뤄가는 과정에서도.
하지만 여러분들의 ‘그때도 알았더라면’이 ‘지금 알고 있는 걸’ 상처 내고 스스로 아프게 만들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몰랐던 것이 지금 알고 있는 것이 되어도, 모르고 앎 사이의 후회를 뛰어넘을 만큼
우리가 쌓은 삶의 가치는 더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족과 곁에 있는 사람들의 오늘을 아낌없이 사랑하면 좋겠습니다.
먼 훗날에야 그때가 될 오늘이, 가장 알고 싶었던 지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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