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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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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추준홍
댓글 0건 조회 2,729회 작성일 22-03-0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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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예전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묵호항의 한 어부가 최근 유튜브를 통해 낭만 어부라는 별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홀로 배에 올라 문어가 잡히기를 기다리며 시를 읊는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는 본인들이 잃어버린 낭만이 있다고 댓글을 달았고, 감성 없이 시를 배웠던 학창 시절을 돌아보며 건조한 일상을 반성하였다. 이런 이들을 위해 작가는 시와 시가 쓰인 배경, 시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며 문학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앞서 언급된 시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로 잘 알려져 있고, 박수 칠 때 떠나라는 관용구와 잘 어울리는 시로 많이들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가장 화려할 때 은퇴를 선언했던 서태지를 언급하며 아름다운 퇴장을 떠올린다. 이와 반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노래 부르는 노가수가 주는 감동을 언급하며 언제 떠나는 것이 옳은 마무리인지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언제 떠나는지 보다 어떻게 떠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어 김훈의 ‘자전거 여행’의 일부분을 소개하며 꽃들의 낙화와 떠나갈 때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절정에서 주접스러운 꼴을 보이지 않고 떨어지는 동백, 바람에 날려 낱낱이 산화하는 매화, 느리고 무겁게 죽음의 고통을 온전히 느끼고 떨어지는 목련.

 

모두가 동백처럼 가장 아름다울 때 떠나고 싶겠지만 정점에서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서태지도 정점에서 떠났지만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다가 조용히, 천천히 매화처럼 내려왔다. 그런 걸 보면 정점에서 내려오는 고통을 모두 짊어지고 무겁게 떨어지는 목련 쪽이 우리의 삶과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삶의 의지를 붙잡으며 처절하게 버티는 목련의 모습을 보면 혹자는 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의지를 가지고 마지막 순간까지 버티는 목련을 비난할 순 없다. 최고의 모습은 아니어도 최선의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이를 비난할 수 없듯 목련의 낙화는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이고 박수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는 동백처럼, 누구는 목련처럼 떠나고 싶을 것이다. 만개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떠나는 이도 박수받아 마땅하고, 끝까지 버티다 낙화하는 이 역시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보내주는 이들의 몫일 것이다.

 



앞서 소개한 시 ‘낙화’의 진짜 의미는 다음 연에 있다고 생각한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고 씨가 뿌려지는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면 낙화는 내년의 필 꽃의 시작이다. 즉, 떠나는 것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며 성장과 성숙의 한 과정이다. 그렇기에 시인도 낙화를 축복해야 하며, 청춘이 꽃답게 죽어야 다시 피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학부 시절도 이젠 막을 내렸다. 학부생을 졸업하며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축복에 싸여 낙화한 나의 꽃망울이 내후년 석사과정을 마칠 때 성장한 나로 다시 피어 낙화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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