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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주,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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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1건 조회 3,388회 작성일 21-11-0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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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란 구속하지 않는 것, 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해, ….”

- 뮤지컬 <모차르트!> “황금별” 中

언젠가 보컬 레슨에서 뮤지컬 <모차르트!> 의 유명한 넘버인 “황금별”을 연습하던 중이었다. 뜬금없이 선생님께서, 여기에서 논하고 있는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물어보셨다. 자기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이셨다.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고, 기꺼이 자신의 시간의 일부 혹은 전부를 내어주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문득 가수 김종서가 부른 아름다운 구속, 이라는 노래 제목이 떠오르는 듯했다.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부끄럽지만 요즈음의 나는 내 시간을 도무지 내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최소한 12월 중순까지는 기다려줄 수 있냐고. 만나자고 하는 지인들, 그리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그러고 있었다.

이기주 시인이 ‘사랑’에 대한 짧은 고찰을 하나하나 잡아다 넣은 에세이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의 프롤로그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 사랑은 내 시간을 상대에게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라고. 우리는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거나, 혹은 그런대로 의미가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작가는 책에서 한 편으로는 이를 다소 특이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을 아래에 소개하고 싶다. 공대생의 시선에서는 논리적이지 않은, 그러나 한편으로는 논리적이지 않아서 논리적인 표현인 듯하다. 그것이 글의 매력이다. 받아들이기 편한 것이 논리적인 것이 될 수 있는 마법.

 

“어제는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 본문 中

 

남녀간의 사랑, 부모/자식, 형제/자매간의 사랑 모두, 시간을 소모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다. 사랑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다. 나를 깎아내는 것. 나를 비워내는 것. 그래서 어찌 보면 ‘구속’은, 비록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긴 하나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서로를 구속하는 것.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자발적으로 구속당하는 것.

 

나를 기꺼이 구속해줄 사람이 오늘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을 향해서 언제가 되었든 내가 달려갈 수 있다는 것. 오늘도 각자의 삶의 무게를 버티는 와중에도 이러한 것들이 우리가 삶을 영위해나가고, 때로는 버티게 해 줄 약방의 감초가 되는게 아닌가 한다. 어떤 의미로는 가장 강력한 마약, 삶의 원동력. 그래서 힘겨운 순간에도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 해줄.

 

“만약 누군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거나, 그 감정과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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