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
페이지 정보

본문
과거의 시장경제는 자본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삼아, 남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곧 부의 척도이자 사회적 계층 구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경제의 중심축은 물질보다는 무형의 서비스를 파는 사업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물질보다 서비스가 우위에 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아가 현재는 서비스의 단계를 넘어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시장경제를 완전히 지배하게 될 것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이라는 말을 꺼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물질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보다 경험에 대한 비중이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 현상을 사람들이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더 즐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즉 삶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졌으며,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 된 것이다.
리프킨은 이처럼 과거에 물질을 소유한다는 것이 절대적이었던 시대를 벗어나 탈물질화 시대에 들어선 현상을 소유의 종말이라고 표현했다.
소유의 시대가 다가오고 이제 접속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공통의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 환경을 봐도 그렇다. 가상세계에서 서로 만나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내어 성공한 사례를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가상 공간 속에서 서로 업무를 분담하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변화는 좋은 것일까. 분명히 긍정적인 점도 있겠지만 나쁜 점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면 세대 간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인터넷이나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점점 시대에 뒤처지게 될 수밖에 없다. 과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 자산 격차가 벌어졌다면,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회에서는 경험해 본 자와 경험해보지 못한 자로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든, 어느 시대든 격차라는 씁쓸한 이면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나보다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소유의 종말에서는 현재 미국인들의 왜곡된 경제 관념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평하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저축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오직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 융자 산업을 처음으로 시작했던 미국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금융 산업이 현대 사회의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이제 사람들은 신용카드만 있으면 당장 수중에 돈이 없어도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빚이 늘어가고 개인 파산이 급증하면서 미국의 경제 문제를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소유의 종말은 이처럼 앞으로 변화할 경제 시대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깊이 있게 담고 있다. 다소 무겁고 어렵게 느껴지는 책 제목과 달리, 읽으면 읽을수록 일상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무척 많았다.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누군가 명쾌하게 정의해 준 적 없던 거대한 시대적 변화를, 친절한 요약노트 한 권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구체적인 사례와 주요 인사가 했던 문장을 적절히 인용한 점도 독자의 이해력을 높여주었다. 때로는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말로 아프게 했고, 때로는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구나 라며 나의 무지함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처음 표지를 본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정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모르고 있었던 세상이 너무나 많았음을 깨달았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막연히 휩쓸리기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주체적인 안목과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하는 시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 이전글비빔툰 26.05.19
- 다음글'체호프 단편선' 을 읽고 26.05.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