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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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서른’이라는 나이는 무색하게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싶지만 신경이 쓰이는 나이가 아닐까 싶다. 첫 자리가 2에서 3으로 숫자만이 바뀐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다르게 무언가를 이뤄 놓았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들고 안정된 직장을 다니고 그럴싸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이제는 더 이상 남들보다 뒤쳐지면 안 될 것 같은 나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논어에서 공자는 서른 살에 대해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이’라고 말을 하며 이를 ‘이립’이라고 지칭하고 서른 살에는 인생의 뜻을 분명히 세워야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나이에 ‘반격’이라니 도대체 이 책은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서른의 반격’에 등장하는 지혜는 무료하고 자신을 굴욕감 들게 만드는 현실에 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기업 산하의 부설 아카데미 인턴이다. 그러던 와중 새로 입사한 미미한 힘이라도 작은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규옥을 만나면서 부당함에 대해 하나씩 반격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그들의 반격은 사이다라고 불릴 만큼 통쾌함이 없을뿐더러 거대하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만큼 화제를 이끌지는 않는다. 단지 다리 밑 벽에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에 그라비티를 하고 시나리오를 표절한 대형 기획사의 횡포를 알리기 위해 시사회에 오르는 등 영화로 보면 비장한 BGM이 흘러나오는 반격이 아닌 실소가 나올 만한 자그마한 키치 같은 반격을 한다.
“가진 놈들을 상대로 싸움이라고 벌여? 마음 맞는 사람이라도 모아서 시위라도 나서?
아니, 난 내가 누굴 상대로 싸워야 되는지도 모르겠어.
설령 무언가를 한다고 쳐요.
뭐가 바뀝니까?”
p.68
수없이 상대방과 반대편의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앉아 있을 때면 침묵과 동조를 가장한 약간의 끄덕임으로 굳이 부딪힘을 피하던 나는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지혜의 반격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솔직히 ‘저런 행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관점으로 책을 읽었다. 아니, 지금껏 타협과 순응이 최고라고 느껴서 인진 몰라도 그들의 부당함과 위선에 정곡을 찌르는 대항이 아닌 보잘 것 없는 반격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나서서 항의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는 느리고 그 항의에 손을 거들어줄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손원평 작가는
“그렇게 생각하는 한 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걸요?
억울함에 대해 얘기만 하지 말고 뭐라도 해야죠. 내가 말하는 전복은 그런 겁니다.
내가 세상 전체는 못 바꾸더라도, 작은 부당함 하나에 일침을 놓을 수는 있다고 믿는 것. 그런 가치의 전복이요”
p.68
와 같은 작품 속 규옥의 말을 통해 나의 생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자그마한 불씨를 집혔다.
이전 세대의 서른 살과는 분명 다른 삶을 살아왔으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은 오늘의 서른 살. 그리고 손원평 작가의 ‘서른의 반격’ 속 서른 살들의 반격은 통쾌한 한판 승부가 아니라, “반격을 해보았다. 하지만…”의 의미가 되지 않나 싶다. 하지만 “하지만…”에서 전환되는 장면은 없더라도 자그마한 반격이라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무엇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며 경험에서 성장한 나에 대한 진정성은 추후에 무언가를 바꿔야 하는 위치, 순간이 올 때 바꿀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즉, 훗날 변화를 받아드릴 수 있는 결단력을 기를 수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반격은 순응이라는 함정 안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일을 작가가 요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우주 속의 먼지일지언정 그 먼지도 어딘가에 착지하는 순간
빛을 발하는 무지개가 될 수 있다고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렇게 하면, 굳이 내가 특별하다고,
다르다고 힘주어 소리치지 않아도 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된다.
그 생각을 얻기까지 꽤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조금 시시한 반전이 있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애초에 그건 언제나 사실이었다는 거다.”
p.232
서른까지 두 발자국에서 한 발자국으로 줄어가는 나는 가장 원하는 일은 하지는 못하지만 원하던 일과 비슷한 일을 한다는 자위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계속해서 뒷전으로 미루는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 기득권을 넘어서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지위에는 도달하지 못한 먼지이지만 나 그리고 우리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는 서른은 분명 어쩌면 많은 것들을 바꾸는 무지개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렇다 ‘서른의 반격’은 사회의 부당함이나 착취구조의 모순, 권위의식과 위선 속에서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대항하라는 것이 아닌 그 반격에서 이립을 해 나가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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