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관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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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의 법칙
로버트 그린
나에게는 ‘한 때’ 죽마고우였던 친구가 있었다. 내 유년 시절과 초등 시절을 함께해 주던. 우리는 위 아랫집에 붙어 살았다. 내가 윗집, 친구가 아랫집. 심심할 때면 아랫집에 놀러가 친구 방에서 같이 게임을 했다. 게임을 하다가 잘 안 풀리면 장난이랍시고 친구를 막 때렸지만, 친구는 깔깔거리며 내 장난을 받아 주었다. 동시에 육교를 달려 내려가도 나보다 발이 빨라 먼저 계단을 내려가고, 화가 나면 반 친구들과 망설임 없이 ‘맞짱’을 뜨기도 하던 친구였지만 나에게는 유독 힘이나 신체적 능력을 과시하지 않고 잘 대해 주던 친구. 항상 내 곁에 붙어서 나에게 힘이 되어 주던 친구였다. 그 때는 그러한 친구 1명이 옆에 있다는 게 보물인 줄 몰랐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서로 다른 중학교로 배정을 받았지만, 위 아랫집으로 붙어 살았기에 심심하면 같이 영화를 보러 나가기도 하며 우리는 친하게 지냈다. 중학교 때 같이 밥을 먹으며 친구가 나에게 건넸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평생 베프(Best Friend)로 지내는 거지? “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당연하다고 대답하고 넘어갔건만,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도 가슴을 저미는 기억이다. 그러던 우리는 고등학교를 진학하며 멀어졌다. 공부에 욕심이 있던 나는 인문계 중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등학교로, 내 친구는 실업계로 진학하였다. 나는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였기에 친구와 더 이상 위 아랫집에 사는 상황이 아니었고, 고등학교 공부에 급급하였기에 친구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공부에 쫓기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타지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며 나와 친구는 연락을 거의 하지 못 했고, 그렇게 나는 그 친구와 서서히 멀어졌다.
같이 붙어 있을 때는 그게 행운이고 고마운 것인 줄 모른다. 살 길이 급급하여 앞만 보고 마구잡이로 달려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나서야 그게 복이었음을 깨닫는다. 2년 동안 기나긴 군 복무 생활을 지내고 전역하기 하루 전날, 가장 친했던 동기들과 이런 얘기를 했다. 전역하면 각자 사는 게 달라져 멀어지지 않도록 더욱 연락하고 자주 보자고. 지금 전역 후 1년에 1번이라도 보는 친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같이 있을 때는 평생 갈 거 같은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인간 관계를 반복하며, 슬픔과 허무함이 내 마음을 채워 간다.
인간관계의 법칙이라는 책을 찾아 읽어 본 것도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한 허무함, 속절없음에 대한 돌파구를 찾고자 시도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하면 어필할 수 있는지 처세술을 다룬 책이었다.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날개를 펼치는 공작새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적당하겠다. 다른 사람을 유혹하는 방법이라고 책 제목을 고치는 게 나을 정도. 계산적이고 머리 아픈 처세술만 가득 늘어놓은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채우고자 하는 허무감의 공백은 결국 채우지 못 했다. 책 내용 중 공감가는 내용은 그나마 딱 하나.
“사람들은 그저 착한 사람보다는 진실한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서로를 대할 때 가면을 쓰기 마련이다. 그런데 용기 내어 가면을 벗고 솔직한 속내를 내게 털어 놓으면 나를 신뢰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더욱 친밀감이 형성된다.
머리 아프게 계산적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어느 정도 자신의 이익에 맞추어 사람들을 조절할 수는 있겠으나, 내 곁을 평생 지켜 주는 ‘베프’ 하나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무작정 달려와 줄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은 진실됨, 이 하나가 가장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어릴 적 죽마고우 친구는 몇 년 동안 연락이 없다가 대학교 2학년 어느 날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갑자기 연락을 준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러나 곧 친구가 연락한 이유는 핸드폰 판매를 위함 이었다는 것을 알았고, 가장 특별했던 우리 사이가 이제는 고작 영업을 위해 연락을 취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에 큰 슬픔을 느꼈다. 그 이후 그 친구와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거의 없다. 내 어린 시절을 함께 채워 주었던 친구이기에,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얼굴 보는 사이가 될 수 있도록 연락을 한 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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