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신 – 최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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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신 – 최철규
이규섭
아, 협상? 협상 잘하면 좋지. 세상에 잘 해서 나쁠 게 뭐 있을까? 그 중에서도 협상을 잘해야 한다는 말은 정말 많이 듣는 것 같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누릴 수도 또는 반대로 약간의 판단 실수로 큰 손실을 입을 위험까지 있으니 제일 급한 업무임이 분명하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빛을 갚는다는 속담은 말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문구이지만, 어찌 보면 협상에 참 어울리는 속담이기도 하다.
다들 협상을 잘하고 싶어 한다. 자본주의에 찌든 우리는 왜 손해보고는 못사는 성격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인들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또 무언가를 구매할때면 손해보고 사지 않으려고 마음속에서 그들만큼이나 깐깐하게 따져보는 우리네 삶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의 과정에서 얼마나 잘 협상했는지에 따른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불려져 간다.
작가는 협상의 정의가 3단계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초창기에 협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기술”로 여겨졌다. 사람들이 협상을 시도하는 원초적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것이 협상의 전부라면 우리는 협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다. 시장 상인들이 벌이는 실랑이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는 협상을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 소통의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나만 이익을 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두 사람 모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타협의 장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큰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고, 결국 그 중간 어딘가에서 반쯤 나누어 먹는 결과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기를 협상 전문가들은 협상을 “상대의 행동, 인식, 감정을 변화시켜 가치를 키우는 의사소통의 과정”으로 본다고 한다. 협상의 과정에서 두 사람의 진짜 목적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적당한 양보를 통해 타협하는 것이 아닌 소통을 통해 둘 모두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때로는 그를 넘어서는 대안을 찾아 파이 자체를 키울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협상을 통해서 더욱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생산성은 사람 머리숫자에 비례하지 않고 더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니 삶에서도 비즈니스에서도 협상은 중요하다. 그래서 그만큼 어렵지만.
이해 관계가 발생하면 그 해소의 과정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이익은 극대화된다. 하지만 그 과정은 생각보다 딱 떨어지지도 않고, 순탄하지도 않다. 그래서 협상가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자신의 감정보다 협상의 목적을 우선하여 가장 필요한 행동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게 책 전체의 요약이라고 볼 수 있겠다.
굳이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아는 것은 협상의 기본이라고 했다. 저자는 상대의 요구와 욕구를 구분하고, 상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갈등을 해소하라고 주장한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실제 상황에서 상대의 요구와 욕구를 구분해내지 못한다. 저자는 타인의 입장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하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네가 이런 것을 요구해서 들어준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답답해하고 만다는 것이다. 사람은 요구를 할 때 상황에 따라서 혹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욕구를 숨기게 된다. 그것은 합리성과는 다른 문제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혹은 그것을 헤아리는 것을 불필요하거나 하찮은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협상가의 태도가 아니다. 요구를 들어주려 하면 상충하게 되지만 욕구를 이해하면 모두가 만족하는 답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합목적성은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고, 혹은 알더라도 맘처럼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다. 인간은 비이성적인 부분이 있고, 그만큼 쉽게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마음의 불편함이 없어지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지 말고, 서로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이기는 협상이 아니라 성공하는 협상을 하라는 것이 저 말에 녹아 있는 것 같다. 협상에는 다양한 기술들이 있다. 일부는 책에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협상하는 게 일인 전문가들이 아니고서야 매번 기억하면서 사용하기 어렵다. 또 그런 기술들은 너무 자주 쓰지도 못한다. 내가 당하지 않기 위해서, 위기의 순간에 한번 쓰기 위해서 알아두는 정도일 것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것은 협상의 목적이 무엇인지 잊지 않는 것이다.
이 모든 협상의 과정은 언제나 순탄치 않다. 무엇보다 협상의 이론과 실제에서 갈리는 큰 문제는 관계냐 이익이냐의 문제다. 관계와 이익은 어느정도는 반비례하게 된다. 그 둘 모두를 취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협상의 목표가 뚜렷한 경우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익을 추구하는 협상과 관계를 추구하는 협상은 그 접근이 다르다. 관계를 추구하는 협상은 장기적인 관계를 고려하여 진행이 되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이익을 보는 것이다. 소탐대실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관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거다. 작가는 이 점이 과거의 협상이론과 현대 이론에서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어디가 그 선이 되는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회성인 관계에 괜시리 약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가벼운 관계로 여겼는데 장기적으로 이어져 패착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여전히 협상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협상의 장점은 이익의 극대화다. 협상의 단점은 매우 귀찮다는 것에 있다. 이익이 안되는 일에 협상하느라 질질 끌리는 것만큼 무의미한 일이 없다. 나는 여전히 책에 소개된 내용처럼 차를 100만원 할인 받기 위해서 내 지인의 연락처 100개 정도는 얼마든 넘기는 것이 합리적 결정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단기 이익을 추구할 정도의 가벼운 관계인 사람(중고차 딜러)에게 더 깊은 관계의 내 지인들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익추구의 과정이 맞는 걸까? 관계를 고려한 협상이 맞나? 작가가 말한대로 협상의 기본적인 과정이 내게 중요하지 않은 것을 주고 내게 필요한 것을 받는 것이라면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협상의 방식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것 같다.
이런 걸 보면 책 제목은 협상의 신이지만, 협상의 신은 따로 정해져 있는게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책에서 소개하는 지침들이 업무적인 협상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은 사실이다. 협상을 단순히 피하고 싶은 일이 아닌 소통의 장으로 여긴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좋은 결정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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