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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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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2,934회 작성일 21-11-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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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 & 에바 분더러


화내야 할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적절하게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때에 화를 내는 것, 화내야 할 일에 화를 내는 것, 

제대로 된 방식으로 화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 아리스토텔레스 -


  사소한 일인데도 느닷없이 과격하게 성을 낼 때 불같이 화를 낸다고 얘길 합니다. 이 화에 해당하는 한자가 불 화(火)이니, 말 그대로 평상시와는 다르게 거센 불길처럼 분노를 참지 못하고 표출하는 걸 말합니다. 이 화는 곧 상대에게도 점화되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 서로 잡아먹을 듯이 싸우고 나면, '이게 싸울 일이었나' 싶을 때도 있고, 심지어 왜 싸우게 됐는지 그 발단조차 잊어버릴 때도 있죠... 승자도 패자도 없고 그저 싸움에서 주고받은 막말로 서로의 마음에 상처만 남고 정만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소한 시비가 싸움의 발단일 뿐 문제는 사실 다른 곳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독일 속담에 모든 모기를 코끼리로 만들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이유 없이 일을 지나치게 부풀리거나 너무 예민하게 반응할 때 쓰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인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는 의미에 있어서 이 속담과는 결이 좀 다릅니다. 문제의 원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배후에는 코끼리처럼 분노의 근본 원인이 숨어 있다는 뜻이죠.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의 저자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와 에바 분더러는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흥분하는 행동의 원인을 탐색하다 보면 흥분을 일으키게 한 그 일 이전에 이미 인간의 기본욕구가 손상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합니다.


  화를 내는 사람들은 보통 소속, 애정, 존중, 자아실현과 같이 매슬로의 욕구 위계 이론의 근거하여 상위욕구에 해당하는 기본욕구들이 손상된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받아온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면 눈에 보이는 사소한 생리적인 욕구를 통해 화를 표출하거나, 생리적인 욕구를 채움을 통해 화를 다스리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그들은 계속되는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온갖 노력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소득이 없을 때가 많은 거죠. 결국 이 화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흥분하게 된 원인 뒤에 숨겨진 자신의 기본욕구가 무엇인지 알고, 그 욕구를 존중하기 위해 적절한 생각과 조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사람은 이유 없이 사소한 일에 흥분하지 않는다는 거죠. 


  최근에 성황리에 종영된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는 한 이혼 부부가 등장합니다. 어느 날 아침 아내 여화정은 남편 장영국에게 전날의 숙취를 달랠 수 있도록 해장국을 끓여주었습니다. 남편이 해장국을 먹는 중에 아내는 남편이 전날 밤 벗어서 방바닥에 던져놓은 양말을 발견합니다. 양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아내는 갑자기 화를 내며 빨랫감을 식탁에 부어버렸고, 그날로 부부는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겉으로는 남편이 양말을 빨래통에 넣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를 냈지만, 속으로는 남편이 아직도 첫사랑을 잊지 못했으며, 자신과는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화가 쌓여오다가 때마침 화가 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손상된 기본욕구인 애정과 존중이 무너졌음을 눈치채지 못한 채, 단순히 아내가 자신의 양말 때문에 화를 낸 것이라 오해하고 둘의 관계는 오랜 기간 회복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아내가 사랑받지 못함이라는 코끼리를 양말이라는 모기에 숨겼기 때문에 자신도 자기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한 채 화를 다스리지 못했고, 남편은 아내를 이해하고 화를 푸는데 실패하였습니다. 사람은 자신의 상처와 손상된 기본욕구를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느껴질 수 있습다. 그래서 인간은 가볍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표면적인 행동에 분노를 전이하죠. 자신의 손상된 기본욕구는 자신의 상처, 곧 자신의 약점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무의식적으로 표면적인 욕구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는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어기제는 깊이 있는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주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처가 곪고 썩어들어 고통받게 됩니다. 마치 벽지에 낀 곰팡이를 가구로 가리면 그 곰팡이가 벽 전체를 덮게 되는 것처럼,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무시하면 그 마음에 상처가 가득 차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감정이 더는 제어되지 않는 그 순간, 우리는 불과 같이 폭발하고 맙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화가 참 많습니다. 개인의 화는 실화(失火)로 그치지만, 그 화가 그룹으로 모이게 되면 방화(放火)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커진 불은 혐오의 이름으로 사회에 등장하죠.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멈추기 위해 표면적인 곳에서 이유를 찾습니다. 오르는 실업률과 내려가는 출산율, 치솟고 있는 집값, 흔들리는 정당 지지율과 같이... 우리는 숫자의 변동에 집중하고 이러한 표면적인 문제로 인해 이 시대가 혐오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봐야 합니다.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자존감과 애정, 소속, 자아실현과 같은 근본적인 기본욕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의 10~20대 시청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그들이 육아에 관해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고 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의 지도 아래 문제 자녀와 부모가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을 보며, 10~20대 시청자들은 본인들이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를 돌이켜보고 회복한다고 하죠. 성장 주도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생리적인 욕구를 위해 살기보다 우리의 기본욕구를 돌이켜볼 시기가 왔습니다. 어쩌면 몸이 건강한 사람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정신적으로 건강해 보이더라고 정기적으로 심리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건강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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