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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 손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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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윤희
댓글 0건 조회 3,104회 작성일 21-12-04 04:20

본문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손힘찬 지음


살아오면서 '나답다'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를 내려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어제와 오늘의 나는 다르고,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와 가족에서의 나는 다르기에 쉽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의 존재감이 어느새부터인가 작아져 있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도 나다움을 정의하고 싶은 것도 모두 나의 존재감을 지켜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느새부턴가 다른 사람의 시선에 비춰진 나의 모습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내가 괜찮은 사람인지, 그들이 나를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을까하고 신경쓰게 되었다. 아마도 이렇게 된 것은 나의 자존감이 낮아졌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고등학생부터 지금까지 자존감을 깎아오면서 살았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많은 사랑을 받아가면서 자라난 나의 자존감들은 사회에 나오자 마자 수직낙하하였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생각한 것보다 내 인생이 잘 풀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나는 내가 원하던 바를 성공한 적이 없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는 운이 지지리도 없는 아이로 통하였다. 사실 나의 삶의 태도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한데 과거에는 항상 실패만 했던 것 같다. 첫번째 실패했을 때는 처음이니까 다음에는 될거야하고 마음을 다잡고 전속력으로 달려갔지만 두번째에도 실패했을 때는 눈 앞이 캄캄하였다. 사실 나는 전속력으로 달릴 때에는 앞뒤 안가리고 달렸기에 도착지점에 와있을 때는 내 삶에 대한 보살핌은 전혀 없고 실패만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그 실패가 좀 더 뼈저리고, 더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 실패에 사로잡혀 나의 자존감을 무방비 상태로 두었고,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 상처가 아무는 것이 아니라 꾸역꾸역 내 안에 그 아픔을 담아두고, 포장지만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나도 살기는 해야겠었는지 어떻게는 나오려고 이것저것 다 도전해봤지만 내 속은 아물지 못해 레이스는 시작되었으나 뛰지 못하고 기어가다가 결국 실패하고야 말았다. 주변에 둘러보면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 뿐이었고, 내가 가진 것으 그들의 것과 비교하면 하찮기만해보였다. 내 인생만 썩은 가시밭길이었다. 항상 왜 나만 이럴까 라는 말을 되풀이 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가두었고, 사람들을 안 만나려고 했다. 친구도, 식구들도, 선생님들도 모두에게 나는 위로 받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나를 더욱 괴롭게 하는 연민만을 준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을 만날 때면 내가 내 삶을 포장하기 바빴고, 조금이라도 그럴듯하게 만들어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더욱 지쳐갔고,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해져갔다.


사실 나는 그 시기를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 시기의 일들을 다시 떠올리면 그 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내가 글로 그 때를 상기시키고 기록하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나고 좀 더뎌진 것 같긴 하다. 그 때를 생각해보면 내가 잘 살아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잘 버텨온 것 같기는 하다. 내가 힘든 시기에 어떻게 버텨왔는지 상기시켜보면 저자가 그랬듯이 나 또한 자기 주문을 외웠던 것 같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설마 안되겠어?, 괜찮을꺼야, 나는 지독한 애니까 버틸 수 있어. 마음 속에 이런 말들으 되뇌었다. 마음 한켠에는 근심 걱정이 한 가득이지만 그래도 저렇게 외치다보면 초인적인 생존력이 살아난다. 그렇게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내일도 오늘처럼 힘들 것이고, 오늘도 어체처럼 힘들겠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해도 제자리에 서있기라도 하자. 무너지지만 말자'하고 되뇌이면서 부들거리는 다리에 힘이 못 줄 지언정 발가락에라도 힘을 줘보자 하는 마음으로 정신을 다잡았다. 그렇게 버티고 나니 먹구름이 가득 껴서 캄캄했던 내 앞의 구름 한 점이 사라져 한 줄기 빛이 들어오기는 했던 것 같다.


대추 한 알 ― 장석주(1955∼ )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이 책에서 나온 시 한 편이다. 저렇게 빨갛고 둥근 대추처럼 나도 태풍도 맞고 천둥도 맞고 또 어느날은 어둠과 땡볕을 받아가면서 무르익지 않을까싶다. 책을 다읽은 아직까지도 나다운 것을 찾지는 못하였지만 막연하게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게 '나'인 것 같다, 나를 더 괴롭게 했던 시기의 나약했던 나 자신도 덜 익은 대추였고, 구르고 또 굴러도 그 자리에서 잘 버텨줬던 나 자신도 좀 익은 대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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