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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개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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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3,409회 작성일 21-09-0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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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의 인성은, 권력을 가지고 하는 행위를 보면 알 수 있다.”

-플라톤-


 2021년 5월, 대기업 사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목숨을 끊은 주원인은 조직적으로 가해진 직장 내 괴롭힘이었습니다. 해당 기업 임원 중 한 명이 직원에게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폭행을 가했고, 결국 이를 참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요즘 이런 사회적인 이슈들이 제 주변에 자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제가 비슷한 경험을 한 군부대 시절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게 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짊어지고 군대에 다녀오게 됩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시작되는 2015년 가을, 태어나서 생전 해보는 삭발 머리와 같이 저는 공군에 입대하였습니다. 비록 다른 군대보다 그나마 가혹행위가 덜 하다 하였지만, 자대에 가서 저를 맨 처음 마주했던 건 아직 부대 안에 남아있는 악습과 부조리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신병들은 물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었고, 선임들보다 식사도 무조건 빨리 먹어야 했습니다. 옆에 선임 눈치를 보며, 빨리 먹으려고 국에 밥을 말아 먹던 슬픈 기억이 납니다. 쓰레기장 분리수거 등 각종 더러운 일에 제일 먼저 차출되어 나갔으며, 선임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창고 구석에서 폭언 및 구타가 일어났었습니다. 비록 시간이 지나 그날의 아픔은 무디어졌지만, 매년 입대하던 날이 다가오면 그날의 기억은 항상 저를 괴롭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에게 가혹행위를 했던, 그 선임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군대에서는 누구나 이등병부터 생활하니까요. 그렇다면, 왜 군대 안에서는 사람이 “악하게” 바뀌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배경을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군대에서 처음으로 상하관계를 느끼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권력 구조가 그 안에서 생기게 되며, 아직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20대 초반의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이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 채, 부조리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똑같은 칼도 요리사에게는 훌륭한 요리를 탄생시키는 도구이지만, 깡패들에게는 사람을 찌르는 흉기인 것과 같이,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큰 힘이 주어졌을 때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한, “가해자가 된 피해자”와 같이 가혹행위의 피해자가 오히려 악행을 저지르는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례로, 저의 군 생활에서 같이 악·폐습을 당하며 같이 고통받던 동기가,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당했던 행동을 후임에게 똑같이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즉, 악행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선천적으로 심성이 못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바꾸어 말하자면, 저희가 당연하시고 일상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함” 에서 하인리히라는, 나치 홀로코스트 사건의 주범을 인터뷰합니다. 그는 6백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을 가스실로 데려가 고통스럽게 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악한 사람도 딸 아이와 아내에게는 자랑스럽고 사랑을 주는 아버지이자 남편이었습니다. 재판에서도 그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작가는 “사유 불능 상태에 빠졌다”라 표현합니다. 집단이 속해 있는 “공간” 안에서, 개인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폭력을 행함으로 인하여 해당 공간 내의 폭력은 정당성을 얻고 사회화가 됩니다. 이로 인해 개인의 분별력과 사유 능력이 상실되어 이에 대해 저항할 의지조차 없게 됩니다. 이러한 일은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아직 미성숙한 인간이 권력을 집기 쉬운 구조인 군대에서 잘 일어납니다. 단적인 예로 2014년, 가해자들로부터 폭행을 지속해서 당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이 있습니다. 반 인륜적인 행동을 윤 일병에게 지속적으로 가한 가해자들 중 대부분은, 누구보다 평범한 소시민들 이였습니다.

 

 

“D.P 개의 날”은 군대 내 탈영병 체포조를 소재로 한 드라마입니다. 해당 드라마에서는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어떻게 폭력이 정당화되며, 사람들이 거기에 순응하게 되는지 날 것 그 형태로 보여줍니다. 유일하게 주인공만이 그 부조리에 저항하지만, 오히려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해자의 비웃음과 폭력에 순응하여 가해자의 편에 선 동기의 원망 섞인 목소리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끝까지 순응하지 않으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계속해서 걸어 나갑니다.

 

 

또한, 저는 이 드라마에서 석봉이라는 인물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석봉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굼뜨게 생겼다는 이유로 선임들에게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에 대해 저항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점점 자신의 위치가 높이 올라갈수록 자신도 모르게 끔찍이도 싫어했던 폭행과 폭언을 후임들에게 하는 자기 모습을 봅니다. 그렇게 상병이 돼서도 선임들은 그저 맘에 들지 않아서, 아니면 아무런 이유 없이 조석봉에게 가혹행위를 지속하게 됩니다.

 

아무도 조석봉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들의 “공간”에서는 폭언과 폭력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에 지쳐 탈영한 조석봉은 가혹행위의 주동자를 찾아 총으로 살해하려 합니다. 결국 사람을 해치기 전에 군사경찰들에게 체포되지만, 이미 조석봉이 속해 있던 군대라는 “공간”은 바뀌지 않습니다.

 

 

조석봉을 보며, 한 인간이 집단 내 용인된 폭력으로 인해 무너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우리가 모두 조석봉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군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선택해서 왔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맞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집단에서 있는 부조리에 대해 묵인하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내가 겪지 않았다고 해서 없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주변의 누군가가 겪을 수도 있는 부조리들을 똑바로 마주한 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다만, 스스로 제가 그러는 사람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저의 군 생활에서, 제가 병장일 때에는 소위 “난 관심 없어”라는 마음가짐으로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드라마를 보고, 제 자신이 매우 부끄러워집니다. 드라마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상관의 말을 무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가며 끝이 납니다. 남들과는 달리 자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향해 뛰어가는 주인공을 통해, 이런 문제에 대해 더는 외면하지 말고, 옳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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