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문장
페이지 정보

본문
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사람은 대부분 즐거움과 건강을 맞바꾼다. 술, 담배 등 그 순간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간, 위, 폐 등 여러가지 장기의 건강에 해로움을 끼친다. 컴퓨터가 보급화 되면서 이러한 것들 뿐만 아니라, 또 위협이 되는 하나의 신체는 ‘눈’ 이다. 게임과 인터넷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우리들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고 우리의 시력과 맞바꾸고 있다.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우리의 시력과 맞바꾸는 새로운 즐거움은 바로 ‘악플’ 이다. 술, 담배, 게임의 한가지 공통점은 대부분 행위자의 즐거움이 주 목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악플’은 글쓴이에게 주는 즐거움보다는 다른것들과 달리 다른사람에게 큰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몇 년째 악플은 사회적 골칫거리로 부상되어왔다. 우리가 아는 유명한 연예인도 여럿 목숨을 끊었으며 악플에 대한 대처법이 대두되고 있다.
구병모의 단 하나의 문장 소설집에서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는 이러한 악플로 인해 유망한 작가가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현재 사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과 아주 유사하게 묘사하였다. 작가 P씨는 탑급 작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꾸준한 매출을 유지하는 유망한 작가였다. 문제는 이번에 새로 발간한 책에서 터졌다. 책에서 여자는 사회적 약자였고, 청각장애인은 귀머거리로 놀림받으며 사회에서 소외된 대상들로 묘사되었다. 신간은 옛날의 고리타분한 흔히말하는 꼰대 마인드가 충분히 가미된 책이었고, 현재의 사회 트렌드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목표물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사람들은 P씨의 SNS에 들어가서 무차별 악플을 남겼고, 해당 출판사는 사과문을 남겼다. 평소 신상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신비주의자로 불렸던 P씨는 역시나 SNS에서도 단순한 카메라로 담긴 따분한 자연경관 사진들만 올릴정도로 자신의 개인공간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P씨의 SNS는 해명을 요청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렸고, 이에 요청에 어쩔수 없이 P씨는 몇문장의 사과문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사과문조차 현실의 우리에게 익숙하듯, 성의없다는 악플들이 달리기 시작했고 P씨는 어쩔수 없는 반복되는 사과문들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P씨는 독자들이 흔히 말하는 ‘사회적 트렌드’에 맞추어 고리타분한 신간을 몇부작 낸 다음 SNS의 폐쇄와 동시에 사라졌다.
최근 네이버와 페이스 북 등 유명 포털싸이트에서 뉴스기사나 연예기사에 대한 댓글들에 대해 제한이 걸리기 시작했다. 댓글에 대한 좋아요 순위가 높을수록 댓글창 상단에 우선으로 보여주던 기능은 사라졌고, 댓글을 보기위해서는 불편한 몇 가지 클릭을 더해야만 볼 수 있도록 조정되었다. 최근 열린 도쿄올림픽에서 선전한 선수들을 응원하고 싶어도 댓글 창이 없어서 응원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물론, 매 경기마다 응원페이지가 따로 만들어졌지만 그 또한 선수들의 조그마한 실수에도 수많은 악플들이 도배되었고 몇몇 포털싸이트의 페이지는 결국 폐쇄되기에 까지 이르렀다. 이와 동시에 인터넷 실명제를 의무화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막을내린 2020 유로 결승과 관련하여 트위터에서 인종차별적 거론으로 인해 큰 이슈가 발생했다. 많은 사람들이 흑인선수들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고, 이는 사회적 이슈로 거론되어왔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트위터에 악플을 남기고 삭제하는 계정들은 대부분 본인을 알아볼 수 있는 식별 계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트위터에서 발생한 여러 일들을 근거로 실명제가 악플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주위사람들의 신경을 전혀 쓰지않는 문화적 차이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행된다면 효과적인 결과들을 나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건, 내가 쓰는 글이 악플이라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악플러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인터넷 실명제가 아닌, 악플을 인지하는 소양이며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분출할 수 있는 색다른 사회적 돌파구이다. 우리는 얼른 피씨(PC)주의자들의 '종'이 필요하다.
- 이전글혼자가 혼자에게 21.09.02
- 다음글과학자와 철학자와 시인 - <코끼리와 시인>의 최인훈, <총, 균, 쇠>의 제레드 다이아몬드 21.09.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