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아폴로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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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인류는 최초로 달에 발을 딛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날이었다. 닐 암스트롱을 달에 데려다 준 아폴로 11호는 이후 많은 사람의 기억에 자리잡았다. 이후 아폴로 프로젝트는 아폴로 12호부터 17호까지 총 6번의 달 탐사를 더 진행했고, 6번의 도전 중 5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 중 아폴로 13호만 인간을 달에 보내는데 실패했다. 아폴로 13호는 비록 실패한 프로젝트였지만, 이 이야기는‘Successful failure (성공적인 실패)’라고 불린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인간을 처음 달에 보내고, 뒤이어 아폴로 12호도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을 성공했다. 이제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고 대부분의 시민은 아폴로 13호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해 이내 이 프로젝트에 무심해졌다. 달 탐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진 상태로 아폴로 13호가 휴스턴 기지에서 출발했다. 우주선이 이륙할 때 아폴로 13호의 5개의 엔진 중 하나의 엔진이 일찍 꺼지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지상 기지와 우주비행사들의 발 빠른 대응으로 이륙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기계선과 달탐사선의 도킹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달에 거의 도착했을 때까지 비행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순조로운 항해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달에 거의 가까워져 지구로부터 32만 km까지 비행했을 때,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기계선에 달려있던 두 개의 산소 탱크 중 하나에 문제가 생겨 폭발해버렸다. 이 폭발로 인해 옆에 있던 산소 탱크까지 폭발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우주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연료 전지까지 고장이 나 버렸다. 부족한 우주선의 연료와 선내의 산소, 전력 공급의 한계 등 우주선에는 멀쩡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달 착륙은 고사하고 지구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주비행사들은 공기가 곧 바닥나는 사령선을 폐쇄하고 도킹한 달 탐사선으로 이동했다.
산소 탱크의 폭발 이후, 우주비행사들과 지상 관제소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지금 상황이 어떠한 지를 가장 먼저 파악했다. 우주선 내의 산소가 달에서부터 지구까지 충분한지, 연료는 충분한지 확인했다. 산소와 연료 모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지구로 돌아오기까지 아껴서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인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전력의 부족이었다. 기계선의 연료 전지가 고장 나면서,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은 겨우 달 착륙선의 배터리가 전부였다. 이 양은 추후 지구 재진입 절차에도 부족한 양이었다.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 관제소에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고, 결국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장비를 제외하고는 전부 꺼버렸다. 난방 등 기초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기능뿐만 아니라 항법 장치도 끄고 조종사들이 수동으로 항로를 계산했다. 이로 인해 우주비행사들은 극도로 춥고 열악한 환경에서 3일을 버텨야 했다. 영화 <아폴로 13>는 폭발한 우주선에서 지구에 도착하기 위해 벌였던 여정을 보여준다.

달 탐사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왼쪽)과 사령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오른쪽)
난방 장치와 항법 장치조차 켤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연료와 산소의 문제를 해결했기에 지구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굵직한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을 무렵, 또다른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선내의 산소는 충분했지만,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계속 오르고 있었다. 비행사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달 탐사선 내에 있지만, 달 탐사선은 2명만 탑승하도록 만들어진 탓에 3명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들은 재빨리 사령선에서 이산화탄소 여과기를 가져와 달 탐사선에 설치를 하려고 했지만, 문제는 사령선과 달 탐사선에 사용되는 이산화탄소 여과기의 규격이 달랐다. 사령선의 이산화탄소 제거기는 사각형이었으나, 달 탐사선의 제거기는 원통형이라 호환이 되지 않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지상 관제소에서는 재빨리 사람을 모아 해결책을 간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주비행선에 있는 물품만을 이용해서 사각형의 이산화탄소 제거기를 원통형에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하기 시작했다. 지상 관제소의 연구원들이 모여 하루 밤을 꼬박 샌 끝에 비닐과 양말, 테이프, 두꺼운 매뉴얼의 표지 등을 사용하여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우주비행사들은 지상 관제소의 지시에 따라 빠르게 제작했고, 이를 통해서 선내에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극한의 제한된 환경’에서 ‘지금 내가 가진 것들만’ 가지고 현재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까지 반도체 소자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과정들이 떠올랐다.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아무도 해결한 적이 없었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다. 게다가 연구에 필요한 예산과 시간,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내가 7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진행했던 두 가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제한된 장비와 예산’으로 달성해야 했고, 절대적인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장비에 성능이 크게 좌우되는 반도체 공정 분야에서 고가의 최신 장비를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연구실과 경쟁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단지 (다른 기관과 연구실에 의뢰를 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닌) 내가 실제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구매한지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 구매한지 10년이 된 스퍼터 하나뿐이었다. 스퍼터라는 장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적 두께를 가지는 유전체를 만들기도, 반도체 채널을 형성하기 적합하지 않은 장비였다.
우주선에 있는 제한된 물품을 가지고 사각형의 이산화탄소 필터를 원통형의 필터에 적용하기 위해 밤새 고심했던 엔지니어들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형용할 수 없는 감동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던 우주비행사들과 지상 관제소의 엔지니어들에게 말할 수 없는 존경심과 감동이 밀려왔다. 과거에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충분치 않은 환경에서 실패하고 좌절했을 때, 힘들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돌이켜서 생각해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연구자들도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 ‘제한된 환경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시도’하고 있었고,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목표를 성취하고 있었다.
결국, 아폴로 13호는 수많은 역경을 거치며 우주비행사의 희생 없이 3명 모두 지구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리고 나의 두 개의 프로젝트도 결국 목표했던 성과를 달성하며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아폴로 13호가 원래 계획했던 달 탐사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했기에 ‘성공적’이라고 말하기 힘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극한의 역경 속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들은 달에 무사히 착륙해 임무를 완수하고 왔던 18명의 우주비행사만큼이나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저널에 내지 못했기에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부족한 환경에서 나름대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적절한 성취를 이룬 것에 대해 나 자신에게 조금은 관대해져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엔지니어들에게 완벽한 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어느 정도 제한된, 혹은 매우 힘든 상황에서 문제를 맞이하게 된다. 그 상황에서 각자의 환경에 맞춰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도하는 것이 엔지니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록 누구나 인정해 줄 만한 목표와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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