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김이나의 작사법 – 김이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규섭
댓글 0건 조회 3,723회 작성일 21-10-01 17:59

본문

김이나의 작사법 – 김이나

 

이규섭

 

 작사가 정월하는 “시는 자연에서 왔고, 노래는 대중의 가슴에서 왔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시는 어떻게 쓰는 것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자연이 말해주는 것을 받아썼더니 시가 되었다고 말해왔다. 그럼 노랫말이 어떻게 쓰이는 걸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앞으로 김이나 작사가처럼 ‘대중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을 자연스럽게 받아쓰면 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겠다. …(후략) 

 - 김용택 시인의 서평 -

 

 김이나 작사가는 최근(이제는 최근이라고 하기에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작사가다. 저작권 수입이 엄청나다느니, 미모와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느니 하는 홍보문구와 함께 TV에 등장했던 기억이 있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은 분명 그녀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TV 유명세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녀는 꽤나 많은 히트곡의 작사를 담당했다. 여전히 탑스타인 ‘아이유’의 대표곡들부터, 이선희의 ‘그 중에 그대를 만나’까지 참 많은, 그리고 다양한 곡들의 가사를 써 왔구나 싶었다.

 

보통 곡을 들을 때, 우리는 가수를 기억한다. 조금 관심있는 사람들은 작곡가까지 본다. 작곡가가 작사까지 했는지를 보기도 하지만, 별도의 작사가가 있는 경우 그게 누군지 유심히 보는 것은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다. 가사는 분명 노래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지만, 단순히 소비되고 마는 대중가요에 있어 전문작사가는 늘 관심 밖에 있기 마련이다.

한 분야가 발전하면 세분화되고 고도화되고 전문화된다. 그리고 대중음악은 그런 측면에서 발전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빌보드 차트에 드는 것만으로도 그 가수가 얼마나 많은 부와 인기를 누리게 되는지를 떠올려보면, 대중음악의 시장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거기에 대중예술이라는 특성상, 더 많은 이의 관심을 끄는 것. 이른바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뚜렷한 방향성은 작업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이끄는데 한층 더 유리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현대의 가요시장에서 곡 하나가 탄생하는데는 팀 단위의 인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협업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고 해서 딱딱 자기일만 하고 빠지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은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나의 일이 여러 개로 나뉘어지면 그만큼 각 분야의 전문가는 관련 업무와의 연계를 고려하며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작사가는 분명 작사에 특화되어 있는 사람이지만 그 업무는 결국 작가의 말처럼 ‘가수와 곡이 어떻게 하면 더 멋져 보일 수 있을까를 걱정’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작곡가의 의도와 가수의 특성을 살려 완성도 있는 곡이 탄생한다. 작가는 대중음악이라는 업계의 일원으로써, 한 분야의 전문가로써의 자신의 작사가 어떤 업이었는지를 소개한다.

 

누군가 이른바 ‘전문가의 포스’를 풍길 때면 그때만큼 그사람이 멋있어 보이는 경우가 또 없다. 자신의 업에 뛰어난 것만큼 남들과 또렷이 구분되는 차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기 어필이 또 있을까? 그녀가 이룬 업적을 고려하면 나이에 비해 빨리 성공한 것은 부인할 수 없기에, 책을 통해 작가의 성공 비결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녀도 이 사실에 동의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 사람은 자기 분야의 전문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을 가지고 업에 임한다는 사실이 또렷이 전해졌다. 

이를 테면 <다 같은 사랑 타령? 매순간 치열한 캐릭터 전쟁>의 장에서는 대중 가요가 매번 지겨운 사랑 타령이라고 여기는 대중들의 생각에 전문가 만이 할 수 있는 의견을 내어 놓는다. 1) 사랑타령 아닌 노래도 충분히 많다. 다만 대중 음악의 특성상 잘 팔린, 그래서 대중의 눈에 남는 곡들이 사랑 노래 뿐이라는 점. 2) 그래서 결국 문제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소재가 아니라, 이걸 어떤 화법으로 풀어내느냐가 곡의 개성을 좌우한다는 점. 읽으면서 참으로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서 ‘아 너무 진부한 이야기였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애초에 그들은 그저 새로운 자극을 원했을 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는 저마다 분위기와 인물의 심리묘사, 그리고 인물 간의 관계와 처한 상황들이 다르고 이러한 요소들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 이 세상에 대한 통찰이자 은유가 된다고 본다. 그러한 디테일을 무시하고서, 국수 넘기듯 후루룩 감상한 뒤에는 ‘아 뻔하디 뻔한 이야기였어. 어디 신박한 이야기 없나?’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은 한탄스럽다. 독자가 이런 차이를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 상업 작가의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른다.

<발음을 디자인 하라>의 장에서 나는 또 한번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단순 취향문제일지도 모르지만, 가사와 관련된 아쉬운 기억들이 많기 때문이다. 1절은 좋지만 2절의 가사가 어색해서 놓아준 노래들, 잘나가다 분위기를 깨는 단어가 등장해 걸러낸 노래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래, 나는 작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발음이라고 생각해 왔다. 멜로디가 주는 운율을 살리는 건 발음에 달려있다. 난해한 댄스 곡의 분위기를 한층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름다운 문구의 소설을 가사에 얹어 부른다고 멋진 노래가 되지는 않는다. 동시에 모든 시가 노래가 될 수는 없는 이유다. 책에 따르면 작사가의 가사는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면서 가수의 특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최적화된 컨셉과 단어로 제작된다. 편곡을 잘했다고 다들 감탄하다가도 어느새 원곡을 찾는 이유는, 원곡이 뛰어나서라는 이유보다 작사와 보컬이 원곡에 맞춤으로 제작된 것이라서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의 진가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다.

 

작사가는 거대한 음악 업계 시스템의 일원이다. 거대한 공장에서 하나의 작업조는 주어진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완수해낼 뿐이다. 작사법이라는 책의 이름에 걸맞게 작사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용들의 면면을 보면 결국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어떤 능력과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작사가가 되고 싶은 건가, 잘되는 작사가가 되고 싶은 건가?> 장에서 특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시스템을 알수록 유리한 점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는 비단 작사가에게만 통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라는 이야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들어왔던가. 결국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나보다.

 

한 번도 내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만 좋은 일꾼이라고는 생각해왔다 …(후략)

 

우리는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도 그 사실을 자각하고 있는 요상한 세대다. 그래서일까.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의외로 꿈이 많은 도전적인 사람일수록 그런 경향이 더 심한 것 같고. 하지만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고도화되고 세분화된 영역의 첨단을 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들의 뛰어난 능력만큼 할수 있는 것이 많을 지라도 그들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삶이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과 비교하여 쿨(cool)해보이더라도, 그들 역시 시스템의 일원으로써 일한다는 뜻이다. 공장의 구성요소가 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능동성에 있다. 톱니바퀴가 톱니바퀴 신세인 것은 자체적인 동력이 없이 주변 톱니바퀴에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당신이 하는 일이 전체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지만, 반대로 당신을 스쳐간 프로젝트 모두가 당신의 손길이 닿은 결과물이다. 당신의 의지에 따라 전체 프로젝트가 더 성장할 수도, 또 변화할 수도 있다면 당신은 톱니바퀴가 아니다. 능동적이지 않다면 하는 일이 얼마나 자유로운 것이든 사회의 부품으로 소모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업을 사랑하는 것은 전문가가 되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다. 너무 감정적이지도 않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업을 바라보면서 나는 이 일로 오늘 또 무엇을 할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작사가 김이나의 작업목록처럼, 우리의 작품들도 어느새 잔뜩 모여있지 않을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