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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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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2,421회 작성일 21-11-02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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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를 통해서 그리고 초중고 교육과정을 통해서 반복하여 접한 역사속의 한 장면이라 하더라도 '소년이 온다'를 읽는 내내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난 이후에서도 무섭고 두려웠다. 아니, 오히려 두렵다라는 표현보다는 아프다, 처참하다... 쉽게 잘 떠오르지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분명 소설을 읽는 내내 폭력과 억압으로 두려움의 진원지일 뿐만 아니라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 앞에서 선히 그려지는 광주 민주화 운동속의 참상 떠오름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물, 전기를 가리지 않는 고문 그리고 총과 곤봉, 왜 책을 일독한 사람들이 책을 읽기 전에 ‘각오해’라는 말을 해주는지 책을 다 읽기도 전에 그 이유를 실감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표현하자고 하면 억압과 쟁취의 역사가 아닐까 싶다. 타협이 아니라 전장 속에서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양립구도, 물론 대립각을 세우는 무리들의 체급차는 어마했다. 자유의 나무는 피를 먹과 자란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처럼,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려는 자들은 실로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다. 일제 식민시대 그리고 한국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가기도 전에 군부 독재에 자유를 빼앗긴 사람들은 균형이 무색한 강한 힘에 지배당하고 억압받는 것에 익숙해져갔다. 하지만 나라를 빼앗긴 일제에서도 그랬듯이 나라가 빼앗길 전쟁 속에서도 그랬듯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영웅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우리의 자유를 지켜왔다. 이런 자유를 온전히 우리의 것이 될 수 있게끔 해준 영웅들은 분명 평범하다 못해 약하디 약한 ‘나’의 모습을 한 학생, 친구 그리고 이웃이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왜 남았느냐는 질문에, 살아남은 증언자들은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그 당연한 것을 되찾으려는 동호, 정대, 은숙, 진수 , 선주 그리고 당시 지금의 민주화가 있게끔 해준 영웅들의 어머니들의 시 공간을 넘나드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계엄군이 들이닥쳤을 때 동호, 선주, 은숙, 진수 그리고 어리고도 어린 중고등학생이 자리를 지키면서 남아있었다. 그들은 계엄군이 올 것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엄군이 도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끝까지 남았는가, 왜 뒤돌아 도망가지 않고 거리에서 행진을 했는가. 빼앗기지 말아야 할 것을 빼앗긴게 아니라 빼앗지 말아야 할 것을 빼앗아간 그들에게 대항한 것처럼 보인다. 감히 내가 그들이 겪었을 공포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을 것이며 감히 가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아픈 역사를 기억하려 할 때,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적절히 잘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기념관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가거나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는 방법이 올바를까? 나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을 내 물음에 대한 답을 하고 싶다. 작가 한강이 “방사능에 피폭 된 것 같이 그 날들이 언제 어떤 의미로 남아있는 지를 덤덤히 써 내려갔다”고 했듯이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거대한 근현대사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정치적, 역사적 주관이 드러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역사 속에서 볼 수 잇는 아린 상처에 대해 깊이 드려다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는 것이다. 즉 과장되지 않은 문체로 우리에게 몰랐던 역사의 한 부분을 알아갈 수 있게 해주며, 그것을 경험한 내 이웃을 이해하며 발걸음을 맞추는 과정을 제공해준다. 이렇게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기억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나 역시 ‘소년이 온다’를 추천해주며 단단히 각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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