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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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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룡
댓글 0건 조회 3,603회 작성일 21-08-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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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카프카


  2020년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평균 퇴직 연령은 ’49.7세’이다. 100세 시대에 노후 생활을 미리 생각해 두지 않는다면, 퇴직 이후의 삶은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배 한 조각과 같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당장의 대학원 및 직장 생활을 벗어나 먼 미래에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지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된다. 인간의 존재성 및 삶에 대한 근원적 고찰을 다루는 카프카의 실존주의 문학 작품 ‘소송’은 그러한점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작품은 주인공 요제프 K.가 자신의 생일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송에 휘말리면서 시작한다. 요제프는 자신이 왜 소송을 당하게 되었는지, 무슨 죄명인지조차 알지 못 한 채로 법원을 드나들게 된다. 소송을 이기기 위해서 변호사 훌트를 선임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훌트는 청원서 한 장 써 주지 않고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한다. 소송이 한 걸음도 진행되지 않자, 그는 법정을 잘 안다는 화가 티토렐리에게 조언을 구한다. 티토렐리는 소송이 철회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실제적 무죄 판결은 불가능하며 표면상 무죄 판결이나 판결 지연이라는 2가지만이 가능하고 자신이 이를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요제프는 실질적 무죄 판결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며 이러한 도움을 거절한다. 이후에도 그는 이유도 모른 채 사법 권력과 무력한 투쟁을 펼쳐 나가지만, 결국 그의 투쟁은 부조리한 사법 권력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처형을 당하며 막을 내린다.

          작품을 읽고 나면 물 한 모금 없이 건빵을 입 안에 가득 우겨 넣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소송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주인공은 왜 소송에 말린 것인지 설명 한 줄 없기 때문이다. 요제프가 이유도 모르고 마주한 소송을 우리의 삶에 적용해 보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시작된 인간의 인생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 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불시에 인생을 시작한다. 인생이라는 ‘소송’이 시작되면, 인생의 마무리 또한 본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작품 속 ‘처형’ 처럼 불쑥 찾아오는 것이다. 또한 요제프가 소송에 휘말린 이후 눈 앞에 닥친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 없이 방황하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란츠 카프카는 삶의 이유 혹은 방향성을 알지 못 한 채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당장의 대학원 생활,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회사 생활, 그리고 그 이후의 삶 등을 생각하며 내가 가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제대로 가는 길인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공감되고 짜릿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요제프가 갈망하는 '실제적 자유'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제프는 화가 티토렐리가 표면적 자유 혹은 판결 지연은 도와줄 수 있다고 하자, 실제적 자유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거절한다. 표면적 자유는 말 그대로 표면적으로는 자유라고 말할 수 있으나, 자유롭지 못 한 상태를 의미하고 공산주의 사회 속에서 정해진 직업과 암묵적인 규율 속에서 일생을 철창 없는 감옥에 갇혀 사는 북한의 삶이라고 생각된다. 반면에 실제적 자유는 시장 경제에 의해 돌아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진정으로 개인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사는 것이 가능한 자유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어떤 것에도 속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가 중요함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제적 자유에는 선택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는 것을 생각하고 자유를 누려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법의 공정함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제프가 살았던 사회는 법조계와 변호사가 얼마나 친분이 있는가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부조리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우리 나라 또한 성범죄자나 흉악 범죄자들의 형량이 솜방망이 처벌이라거나, 촉법 소년법에 의해 남을 살인해도 처벌 받지 않는 판례에 대해 국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국민들의 관심을 통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치주의 제도 자체가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 지지 않도록 긍정적인 압박을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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