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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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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6,874회 작성일 21-07-0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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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김상균 저

 


     아름다운 자연 경관, 놀랍도록 조화로운 건축물들. 자연과 인공물의 경이로운 조화는 오히려 불쾌한 골짜기를 연상케 한다. 꼭대기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높은 콘크리트 벽에 갇혀 오로지 인공지능의 추천으로만 연인을 찾게 된 먼 미래의 이야기다. 지금의 소개팅 어플과 같이 인공지능은 정해진 주기에 따라 새로운 이성을 소개하고, 추천에 따라 만나게 된 둘은 인공지능 개발 업체가 미리 준비한 식당, 호텔, 산책로 등을 누비며 데이트를 한다. 선택된 일부만 본인의 의지로 갇힐 수 있게 됐다는 우월감마저 느끼게 하는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시설들은 이용자들이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는지조차 잊게 한다. 스마트폰 크기의 단말기는 이성을 소개하는 것을 너머 고민 상담, 일정 관리 그리고 새롭게 연결된 이성과의 교제 기간까지 정해준다. 이를 어길 시 곳곳에 배치된 보안팀에게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니 이용자들은 교제 기간이 종료되면 짧은 작별인사 시간 이후 즉시 헤어진다. 하지만 주인공 커플은 이를 어기고 보안팀을 따돌려 콘크리트 벽을 넘는다. 암흑인 벽 너머의 세상에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주인공 커플들이 모여 어리둥절하고 있다. 그들은 옷만 다르고 분명 동일한 사람들이다. 갑자기 천장의 불이 켜지고, 룰을 어기고 벽 바깥으로 나온 이 커플들의 수를 센다. 1000번의 가상 매칭 결과 998번의 이탈이 발생했고 이 둘의 만남이 성공할 확률을 각자의 스마트폰의 띄워준다. ‘매칭 정확도 99.8%’. 현실 세계의 이 둘은 시끄러운 바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고 살짝은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으며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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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Mirror, Season 4, E04, Hang the DJ) 

 

   요즘 나는 코로나 사태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운동을 하게 되어 그 시간 동안 OTT 컨텐츠들을 즐기는 중이다. 그 중 영국드라마 Black Mirror의 시즌 4, 4번째 에피소드인 ‘시스템의 연인: Hang the DJ’는 최근 내 뇌로 입력된 신호 중 가장 신선했다. 결말의 반전도 물론이지만 잘 짜인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하지만 가장 날 자극한 것은 단연 스토리 진행에 사용된 소재다. 가상 세계에서 규칙을 어기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현실 세계에선 둘이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가상 세계에서 둘은 인공지능이 그들에게 주는 작별인사의 시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노예이길 포기하고 벽을 오르는 사람은 현실 세계의 그들이 아니다. 1000번의 시도에서 998번이나 시스템에 반항하고 체제보다는 감정의 이끌림에 따른 그들은 현실 세계의 둘이 아닌 가상 세계의 가상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개팅 어플을 사용하는 현실 세계의 둘은 높은 매칭 정확도를 보고 단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가상 세계에서의 또 다른 나에게 이 둘은 감정적으로 크게 이입을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들이 체험한 가상의 세계가 실제세계의 모습, 정보, 구조 등을 가져가서 복사하듯이 만들어 낸 거울 세계라는 가정이 필요하다. 현실 세계에서 단순히 효율성과 확장성만이 더해진 가상 세계라는 가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 메타버스(Metaverse)는 우리에게 이미 가까운 세계다. 나를 대변하는 가상의 아바타를 가상의 공간에 세우고 친구들과 소통하던 싸이월드, 캐릭터를 조종하며 소통과 체험을 함께 나누는 온라인게임조차 포괄적 의미의 메타버스에 해당한다. 다만 코로나19는 우리가 이를 더 빨리 체감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하듯 성황중인 ‘Earth 2’는 가상 지구의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체가 아닌 가상의 물건을 거래하는 것 만으로는 소위 한탕을 노리려는 알트코인 거래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거래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차치하고 ‘가상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자. 코로나 사태로 인한 통신, 그래픽, VR, 클라우드 등의 기술 혁신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은 현실 세계의 업무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초기에는 비대면이 가능하다면 무엇이든 받아들였으나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사람들은 업무를 너머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활동과 유사한 경험을 가상공간에서 역 누리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게 됐다. 메타버스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였다. 과거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보완하는 세컨드라이프의 개념이었다면 현재의 메타버스는 현실 역시도 대체할 수 있는 퍼스트라이프의 개념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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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 2 - https://earth2.io/, 현재 강남 일대의 토지 및 부동산 소유 현황) 

 


    현재 메타버스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타버스가 인터넷 다음 버전이 될 것이라는 IT 전문가들의 평가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및 투자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에 콘텐츠산업의 새로운 가치 창출과 산업기반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여 제공, 소비하며 생태계를 확장해 나가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서비스 품질 향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수의 이용자가 먼저 필요한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로블록스와 한국의 제페토와 같이 이용자들이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툴(tool)이 있어야 한다. 또한 쉽게 조작하고 즐길 수 있는 편리한 인터페이스 제공을 통해 디지털 격차 없이 남녀노소 손쉽게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의 초기 단계에서는 게임, 가상공연 등 콘텐츠산업을 중심으로 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향후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게임, 공연과 같은 콘텐츠를 너머 제조,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메타버스 활용 방안을 모색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한번 다가올 산업적 문화적 혁명을 대한민국이,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재미를 너머 이제 경제로 도약한다. 우리 대학원생을 포함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사람들은 넓은 의미에서 콘텐츠 제작자이기도 하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의 약어인 NFT는 메타버스의 다양한 사용자 창작 콘텐츠에 희소성과 소유권 부여가 가능하다. 메타버스 사용자는 NFT를 활용해 자신의 디지털 창작물을 상품화하여, 이를 암호화폐 등 대가를 받고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창작 활동에 재투자 할 수 있다. 문자와 그림에 의존한 기존의 소통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휴먼을 기반으로 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경제 플랫폼은 아직은 생소하다. 하지만 발빠르게 준비하는 일부의 사람들은 분명 다가올 신세계의 주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놀라운 미래를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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