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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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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289회 작성일 21-07-0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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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순간 중 하나로 우리 연구실 학생들 대부분은 “Culture Column 투고일이 나를 반길 때”를 꼽을 지도 모른다. 정신없이 일과 실험을 하다 보면 어느덧 한 달의 끝에 다다라 있는 달력이 신기하기만 하다. 부랴부랴 읽고 싶은 책을 고르는 내 모습에서 일차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낀다. 부끄러움의 원인은 1. 미리 책을 선정하고, 2. 틈날 때마다 천천히 책을 음미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며), 3. 내 것으로 완벽히 소화시킨 후에 독후감을 작성하는 세가지 단계를 모두 실패한 것에 있다. 시간에 쫓기며 책을 읽고, 마음으로 소화되기도 전에 머리로 써 버리기 때문에 나조차도 무엇을 느꼈는지 제대로 캐치하지 못한다. 애매한 글이 하나 더 탄생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조금은 어리숙한 독후감일지라도 나는 예전에 작성했던 독후감을 곱씹는것을 즐긴다. 시간에 쫓기다가 쓴 어리숙한 글이 있는가 하면, 책이 인상깊어 열심히 쓰려고 한 흔적이 보이는 글도 있다. 자신이 쓴 글을 두 번 읽으면 그 당시에는 생각나지 않았던 글감이 생겨 있기도 하고, 내 생각이 다듬어 지기도 한다. 내게 있어 이 행위는 대충 만들어놓았던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 찰흙 덩어리를 조물조물 다듬어 놓는 과정이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두고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내게 있어 ‘독후감 두 번 읽기’는 이 문장처럼 ‘꽃’을 발견하는 일 중 하나다. 저 단순한 문장이 내게 큰 울림을 준다. 그간 풀 인줄만 알았던 꽃을 얼마나 많이 마주했겠는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 여겼던 것들에 얼마나 진한 감동이 숨어져 있었겠는가. 비단 책을 통한 우리의 깨달음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들에 해당한다. 이 책은 우리가 책을 통해, 그리고 일상을 통해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 쇼펜하우어

 

“사람은 자신이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 세네카의 유명한 명언이다. 옷을 예를 들어보자. 나는 패션에 관심이 많다. 예전에 나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내가 패션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옷을 잘 입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문득 이 모습이 독서에 있어서 인기 도서부터 기웃거리는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유행을 따라하면서도 본인의 취향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계속해서 옷이라는 취미를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독서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책들은 너무나도 많다. 중요한 것은 그런 책들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가 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책에 담긴 저자(남)의 생각이 무분별하게 흡수되기 때문에 오히려 다독은 주체적인 사색을 막는다. 자칫하면 꽃을 풀로 보고, 풀을 꽃이라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해보아

또 하나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작가가 이전에 책은 ‘도끼’라 하였다. 자신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트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말이다. 그 도끼를 통해 우리 삶은 풍요로워진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는 책은 천천히 읽는 것임을, 주체적인 깨달음과 함께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앎과 깨달음은 너무나도 다른 차원이다. 앎은 넘쳐나지만 깨달음은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서 매달 자기가 쓴 글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안의 본인의 생각이 서투르더라도 상관없다. 다시 한 번 읽어보며 본인의 생각을 다듬어보자. 이 작업은 생각의 해상도를 높인다. 즐거운 삶은 세상을 더 높은 해상도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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