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이야기, 노현지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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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 2013년 봄, 그 이래로 계속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올해 8월 처음으로 전세 계약을 하고 혼자만 사용하는 내 집, 내 공간을 마련하게 되었다. 대학교 1학년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선배가 이번에 포항공과대학교 교직원 정규직 자리를 잡으면서 그 동안 거주하던 곳을 내가 이어서 살게 된 것이다. 다행히 첫 전세로 들어갈 집은 이미 몇 년을 거주한 선배가 보장할 수 있는 좋은 거주 환경을 가지고 있었고, 나 역시 종종 들락거리면서 이를 확인한 상태였다. 보통은 괜찮은 매물을 얻기 위해서는 꽤 오래 발품을 파는 것이 일반적인데, 덕분에 수고로움을 크게 덜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지방이나 시골에서 거주하다가 처음 서울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겪는 낯섦과 외로움은 어느 정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땅 위에서 스스로 살 곳을 결정하는 일은 흰 종이 위에 첫 글자를 새기듯 낯설고 외로운 행위였다.
살 곳이 당연히 정해져 있는, 혹은 비빌 언덕이 있는 익숙한 터전을 가진 이들이 부러웠다.” – 본문 中
<연남동 이야기>는, 노현지 작가가 자신이 서울의 ‘연남동’이라는 곳에 처음 거처를 마련하여 첫 출근, 그리고 이후의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그러면서 ‘처음’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여 싸우고 있는 청춘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수필이다.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 전세 계약을 하는 것, 신입사원으로서 첫 출근 등. 우리는 살아가면서 ‘처음’ 접하는 일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주변 사람들은 그런 두려움을 별로 느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자신만 괜시리 움츠러드는 기분. 그런 이들에게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며, 그리고 외롭고 두렵다며, 그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보편적이기도 한 그 감정이 사실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종로에 위치한 한 마케팅 회사에 취업한 그녀는, 연남동 파출소 맞은편 골목에 위치한 어느 작은 집에 둥지를 틀었다. 작은 방 하나 구하는 데도 꽤나 품이 필요했다고. 그리고 이사까지 마치고 나서 맞은 첫 날부터 문제는 터졌다. 아무리 보일러를 가동해도 온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면서도 드는 생각은 집주인과 불편한 얘기를 하는 것도, 정식으로 세입자가 된 것도 처음이라서 긴장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한치의 여지도 두지 않는 반응만 보이다가, 마지못해 알겠다는 말을 미적지근하게 건넸다고. 그리고 수리 기사의 점검 결과 온수 꼭지가 반 넘게 잠겨 있어서 그렇다는 말에 “그것 보라는” 집주인의 언짢은 반응에는 신경쓰게 해서 미안하다는 공손한 인사를 잊지 않는다.
회사 첫 출근을 해서는, 신입사원 연수와는 전혀 다른 긴장감을 느꼈다. 배정된 팀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할 것이며, 얼마나 잘하는지 선배들의 지켜보는 눈길을 묵묵히 견뎌야 하는 시간. 더군다나 노현지 작가는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유독 사람에 대해서는 인지력과 기억력이 약했다고. (여기서 나는 문득 군 시절의, 선임들의 이름과 얼굴, 기수를 빨리 외우라는 선임들의 무서운 독촉을 받던 지난날이 떠올라서 안타까웠다) 한 번은 적임자가 따로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험 삼아 한 번 시켜본 일 때문에 새벽 내내 지새우면서 꾸역꾸역 보고서를 선배에게 메일로 제출하였다. 그리고 그 밤을 지새운 보고서는 처참하게 난도질을 당했다. “오늘 뭐 하냐”고 묻는 선배에게 내일 출장 갈 준비를 한다고 하니 돌아오는 의외의 말.
“그러지 말고, 오늘 같은 날은 친구나 동기나 좀 만나. 만나서 술을 한잔 하는거야. 그리고 내 욕을 해. 우리 팀에 아주 그지처럼 일을 시키는 선배가 있다고. 오늘 같은 날은 풀어야 해. 안 그럼 너 병 난다.”
첫 저널논문 초안에 밤을 지새우던 나날이 떠올랐다. 새벽을 내내 새웠지만 나름대로 이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하고는 당시 사수 역할을 해 주었던 선배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 당일 아침에 돌아오는 것은 엄청난 취소선과 질타가 가득한 워드 파일이었다. 아, 나는 정말 갈 길이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이 참 많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그날 오후, 그 선배가 카톡으로 “멘탈 잡자!”라는 말 한마디를 보내주었다. 그 한 마디가 유독 그렇게 와 닿았던 이유는 정말이지 모를 일이다.
처음은 누구나 어렵고, 두렵고, 외롭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걸 다 느끼고 있으며, 또 느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잘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것은, 그러나, 내 경험상 시간이 가도 저절로 괜찮아지는 일은 많지 않았다. 때로는 누군가와 술 한 잔 기울이면서 털어놓으면서, 또는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으면서, 그렇게 위로주를 한 모금 마시면서 이겨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또 앞으로 겪어야 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조심스럽게 권하고 싶다. 너무 오래 자괴감에 빠져 있지 말라고. 혼자만의 세계에 너무 외롭게 침전되어 있지 말라는 말도 함께 건네면서.
“그 세계를 나설 때는 모두가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행복을 선택할 용기를 갖기를.” – 작가의 시작하는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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