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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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연구실 주변을 둘러보면 내 책상을 제외한 나머지 책상들과 서랍장들은 질서정연하게 정리정돈 되어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물의 대부분이 사각형의 형태를 띄고, 최대한 공간의 효율성을 끌어 올리기 위해 각각의 각도와 크기, 모양에 맞추어 위치해 있다. 우리가 실험실에서 Lithography 장비를 사용하여 Patterning을 할 때 사용되는 Mask도 둥근 모양보다는 각진 형태로, 흡사 데칼코마니 형태로 대칭성, 규칙성 있게 나열되어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수열이라는 수학을 배웠고 이 과정에서 규칙성을 배우고, 규칙성에서 찾아낼 수 있는 아름다운 수학적 미학들을 배웠다. 미술수업에서는 정확한 원근법과 사실주의를 토대로 수채화나 사물화를 그리고 간혹, 사실주의에서 벗어나 초현실적 입체주의의 그림들에 대한 역사를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규칙성과 대칭성에 목 메이도록 강요받아 왔고 살아온 것이 틀림없다.
과학을 배운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열역학 법칙과 관련된 ‘엔트로피’라는 것을 배워 보았을 것이다.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항상 0보다 크다. 즉, 자연계는 언제나 더 큰 무질서를 향해 달려가고 평형상태를 이룬 계를 보면 언제나 무질서하다. 자연계는 언제나 우리에게 무질서를 가르쳐주었지만, 인간은 인간에게 대칭성과 정리정돈 된 규칙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유명 학술지인 Nature에 AI와 Chip 배열에 대한 구글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해당 논문은 Machine learning을 통해 여러가지 구조의 Chip 배열을 학습시키고, 주어진 Chip들을 AI가 직접 배열하여 배열 효율성을 인간이 구조화한 배열과 비교하는 것을 다루었다. 결과적으로, AI는 단 6시간만에 몇 주, 몇 달 동안 설계한 효율성을 뛰어 넘었다. 해당 논문과 결과를 보면, AI의 능력에 대해 감탄하는 사람이 더 많았겠지만 개인적으로 AI의 능력보다는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AI가 설계한 구조도가 나에게는 더욱더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배열할 때 습관적으로 규칙적이고, 정리정돈 된 방식을 통해 모든 것을 배열하려고 한다. 하지만 AI가 설계한 배열성을 보면, 굉장히 무질서적인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은 ‘질서’와 ‘규칙성’을 이용하여 디자인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어 왔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질서와 규칙성에 목메는 것이 우리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최근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공학적인 측면에서도 무질서도가 질서도를 뛰어 넘는 결과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 결과들을 비추어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질서도를 강요하는 것 보다는 자연계를 따라가 더 큰 엔트로피를 가진 창의성이 우리의 발전에 기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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