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 사이먼 사이넥
페이지 정보

본문
현재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은 40만명이 넘는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좋고 정년 보장이 된다는 작은 꿈 아래 수많은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99%의 공시생들은 합격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과, 합격한다고 해도 정년까지 일을 해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우울한 현 주소를 보여준다. 가슴이 뛰지 않는 일을 단지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대한민국의 젊음이 이렇게 소모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이야기이다.
도전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현상이 학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카이스트는 대한민국에서 학부생이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교 중 하나이다. 하지만 최근 카이스트에서 대학원을 가고자 하는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더욱이 4-5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박사학위는 인기가 없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일부 학부생들은 단지 ‘회사생활을 일찍 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석사 정도는 따야 할 것 같아서’ 등의 사소한 이유 때문에 진로를 결정한다. 여태껏 배웠던 학문을 더 배워보겠다는 호기심이나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의지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원에 오지 않는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 학교와 기업에서는 여러 정책을 펼쳤다. 최소한의 워라밸과 급여를 지켜주기 위한 정책들도 나오고 있고, 대학원의 부조리와 비합리적인 행태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꽤 큰 금액의 장학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석박사 인재를 양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생들의 반응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대한민국이 여태껏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인재 때문인데, 핵심 역량을 가진 대한민국의 인재가 점점 도전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부생들의 대학원 기피로 많은 대학교들은 대학원생 유치를 위해 많은 정책을 피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나 기업에서 제시한 몇몇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가격을 수요와 공급이 아닌 투기의 결과라는 생각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유이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증가한 수요가 근본적인 부동산 시장의 상승의 근본적인 이유인 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정책을 펼치더라도 결국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대학원 진학을 장려하려는 정책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원에서 더 많은 월급을 받겠다고, 혹은 더 나은 워라밸을 찾겠다고 대학원에 진학을 할까? 과연 이것이 대학원을 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일까? 대학원에서 발생하는 비합리적인 행태가 줄어들고 월급이 늘어난다고 학생들이 대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길까? 물론,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해야 한다는 것에는 크게공감하지만, 학생들이 대학원에 오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금전적인 부분과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굳이 본인의 황금같은 시간을 쏟아가며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이유가 없다. 정책을 세우는 사람은 피상적인 원인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 다행성종(multi-planet species)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진 일론 머스크가 만든 회사인 ‘스페이스X’에는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스페이스X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실리콘밸리의 비슷한 회사(우버나 페이스북, 구글 등)들보다 적은 연봉을 받고 주 100시간 이상의 높은 강도로 일을 한다. 성과가 좋지 않거나 그 인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해고도 즉각적으로 하는 고용 불안정성이 높은 회사이기도 하다. 다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안정성도 없고 급여도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스페이스X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일론 머스크의 꿈에 이끌려 사명감을 가지고 높은 강도의 일을 열정을 가지고 하고 있으며, 스페이스X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성공시켜 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급여와 안정성을 쫓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사람들이 스페이스X와 일론 머스크에 끌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페이스X가 사람들을 이끄는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뇌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표유류의 뇌는 1)생명을 담당하는 뇌간과 2)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로 구성된다. 뇌의 가장 안쪽 부분부터 뇌간과 변연계가 존재하고, 영장류로 진화하면서 사고와 이성을 담당하는 뇌가 발전하면서 가장 바깥쪽에 3)대뇌피질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표유류의 뇌에서 한 단계 진화하여 가장 안쪽부터 1)생명과 안전(뇌간)-2)감정(변연계)-3)이성(대뇌피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뇌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이 사고하고 판단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가장 바깥쪽의 대뇌피질에서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수 백에서 수 천 만년 전부터 존재했던 감정(변연계)와 생존(뇌간)이 인간의 의사결정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뉴욕대학교 교수인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이를 코끼리를 탄 기수로 비유했다. 인간은 기수(이성)가 코끼리(감정)을 조종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코끼리(감정)에 이끌리는 대로 인간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설탕이 많이 들어가 있는 음식을 줄이겠다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만, 본능적으로 단 음식에 이끌러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다. 이성적으로는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감정에 이기지 못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큰 감정의 변화가 있는 일부의 경우에만 술과 담배를 끊는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이성(대뇌피질)보다는 감정(변연계)에 먼저 이끌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적나라한 예시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의 저자 사이먼 사이넥은 이러한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골든써클(golden circle)의 원리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가장 안쪽부터 바깥쪽 원 순서로 Why-How-What의 원을 그릴 수 있고, 인간의 사고는 가장 바깥쪽에 있는 What의 영역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스스로 합리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인간은 감정에 이끌리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존재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다. 즉, 인간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성(What)이 아닌 감정(Why)를 건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원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나오는 방향으로 뇌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은 스페이스X와 같은 회사와 일론 머스크와 같은 리더들에게 사람들이 왜 매력을 느끼고 끌리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위해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로 예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회사가 마케팅하는 방식은 이렇다.
1) 우리는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을 팝니다. (What)
2) 빠른 속도의 최신형 코어와 높은 용량의 메모리, 뛰어난 디스플레이, 훌륭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How)
일반적인 회사는 위와 같이 본인들이 무엇을 하는지(What)-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만들었는지(How)를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각 회사의 제품을 디자인과 성능에 따라서 분류하고 판단하여 스마트폰을 구매한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을 파는 회사들이 하는 판매전략 방식이다. 아마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며 고객을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판매 방식은 다른 성능이 좋은 제품이 출시되면 고객을 잃기 마련이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을 이끄는 마케팅은 이와는 다르다. 그들은 무엇(What)을 하는지보다 왜(Why)하는지에 핵심을 둔다.
1)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 우리는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도를 합니다. (Why)
2) 세상을 바꾸고 기존의 현상에 도전하기 위해 우리는 제품을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고 아름답게 디자인합니다. (How)
3) 우리는 훌륭한 스마트폰을 판매합니다. (What)
소비자들을 이끄는 특별한 회사들은 What가 아니라, Why에서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애플이 많은 소비자들을 이끄는 이유이다. 애플 제품은 비슷한 성능을 가진 다른 회사 제품과 비교하여 가격도 비싸고 OS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애플이 바꾸고자 하는 혁신에 이끌린 소비자들에게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What you do)’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그것을 하는 이유(why you do)’를 구입한다고 사이먼 사이넥은 말한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에 골몰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줘라. – 생택쥐페리
전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변변치 않은 대우를 받으면서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꿈에 동참하는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보여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신념 때문이다. ‘인간은 우주를 정복할 수 있다’라는 그의 믿음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다. 만약 일론 머스크가 높은 급여나 고용의 안정성 등을 주장했다면 스페이스X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는 생택쥐페리의 말은 가슴을 울린다.
사람들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 의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왜 하는지에 대해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을 대학원으로 이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단지 돈이나 워라밸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을 보여주어라. 학생들을 대학원 진학과 학계로 나가게 만들고 싶다면, 일반 사기업보다 연구소나 학계가 훨씬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고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이라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행하는 연구가 얼마나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선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Why가 없고 What에 대한 것만 주장한다면 우리는 생존의 불안과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면서까지 불안정한 학계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가슴을 뛰는 것을 찾아서 수많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다. 많은 책과 강연에서 느꼈던 사실은 열정이 있는 사람의 글과 말은 실제로 내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과, 이러한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 내 행동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학부생들이 학계로의 발길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들에게 충분한 감화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정책을 세우는 사람은 피상적인 정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생각해야 하겠다. 누군가를 움직이고 싶다면, 스스로 어떤 것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물질적인 것과 육체의 편안함을 쫓는 사람인지 성찰하고 또 성찰해야 하겠다.
- 이전글나이듦의 즐거움 21.05.31
- 다음글청년에게 전하는 글 21.05.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