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빅
페이지 정보

본문
스몰빅
제프 헤이든
최근 몇 달 전, 대학원 생활을 겨우 1년 남짓 하였을 때 나름대로의 슬럼프가 찾아왔다. 사실 사람마다 슬럼프라는 것을 정의하기에 다르겠지만, 나에게 슬럼프는 설렘이 없는 것이었다. 추후 한 달 정도는 할 것들이 명확히 정해져 있고, 공부와 연구에 허덕이느라 남는 시간을 투자할 취미도 딱히 음주 외에는 있지 않았다. 5월에서 7월은 나의 진로를 결정해야하는 시기인데,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두 안 모두 딱히 기대나 설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대학원에 올 때만 해도, 환경이 바뀌고 새로운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굉장히 설레고, 머릿속의 상상을 더해 온갖 것들을 즐겁게 준비 했었던 나인데, 몇 달 전 나는 그냥 말그대로 무념무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평생 반도체를 연구하고 직업이 될 텐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연구하고자 일생에 애를 쓸 것을 생각하니 회의감이 왔다. 나랑 같은 시기에 카이스트 대학원에 입학한 대학교 동기와 이런저런 여담을 나누다 보니, 반도체 연구 직업이라는 것이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안정적인 시기로 보였을 것이며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해 답답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각 사람마다 슬럼프가 찾아오는 이유들은 각기 다르겠지만, 새로운 도전과 자신에 대한 발전이 없다는 것이 바탕이 된다는 것은 공통적일 것이다. 나 역시, 소위 남들이 말하는 안정기에 들어서며 매번 같은 것을 반복하고 지루한 루틴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발전 없는 나날들이 반복되면서 새로운 설렘과 도전이라는 것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제프 헤이든의 ‘스몰빅’은 이러한 우리들에게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설렘과 도전은 우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껏, 주어진 일들만을 처리하고 남들이 밟는 동일한 수순을 밟으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그 수순의 루틴이 반복되며 더 이상 우연히 찾아오는 행복만을 기대하며 내 자신의 주관화 된 행복을 찾는 것에 한계가 생겼다. 인간은 연속으로 성취할 때 행복해진다. 그러면 내가 연속으로 성취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았을 때, 그 중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행’이다. 지금까지 내가 여행을 몇번을 다녀왔을까에 대해 횟수를 세보면, 국외 3번 국내 3번정도가 다이다. 그 마저도 기억도 잘 나지않는 어린 시절을 포함해서 말이다. 아마, 경제적인 여유와 학업에 시달린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서 일 수도 있지만 우연히 찾아오는 여행의 기회만을 기다리보니 몇 번 안되는 여행을 다니며 지내왔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읽고, 내가 세운 첫번째 계획은 가족여행이다. 사실 대학교에 입학하며 어느정도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도 모을 수 있었고, 방학이라는 시간속에서 여행을 계획하고 실천할 기회는 많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가겠지 라는 마음으로 우연을 기대하는 행복에 부딪혀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저번 주에, 과감하게 부산에 내려가는 일정을 취소하고 제주도행 티켓을 끊었다. 그 와중에도 며칠 안되는 시간동안 그냥 부산에서 쉬는게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미루다 절대 오지 않을 우연의 행복을 기다리면서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부모님과 제주도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이제는 서울, 부산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의 하루를 맞이하며 나뿐만 아니라, 가족단위의 설렘과 조그마한 목표가 생겼고 더 이상 우연의 행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닌 일상속에서 스스로 찾아가는 행복에 대해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이렇듯, 나는 지루한 루틴속에서 설렘을 찾는 방법을 얻을 수 있었고 앞으로 찾아올 슬럼프들에 대해 극복할 자신이 생겼다.
- 이전글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True History of the Kelly Gang) – 피터 캐리 21.06.01
- 다음글자기 관리론 21.06.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