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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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사람은 수면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깨어 있으면서 누군가와 말을 하게 된다. 그 말들 중에는 중요한 의미나 감정이 담겨져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와 같은 SNS가 대중화되면서 하루 종일 글을 쓰는 것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일이 되었고 장문이 아니어도 글을 쓰고 지운다. 하지만 우리의 언어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을 정도의 힘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는 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간혹 잊는다. 언어의 온도는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쳐 지나가게 되는 말과 글, 단어가 가진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작가는 우리가 자주 쓰는 일상어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해 냈다. ‘그냥’, ‘원래 그렇다’라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며 특별한 의미없이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어사전에서도 ‘그냥’ 이라는 부사는 어떤 조건이나 대가 혹은 의미가 없다는 역할을 담당하다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저자가 버스에서 우연히 본 어르신이 자식에게 조심스럽게 통화를 하며 쓴 ‘그냥’이라는 표현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심심해서 자녀에게 전화를 건 것이 아니라 염려와 사랑의 표현이었고 ‘그냥’이라는 말을 덧붙여서 자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나도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자주 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항상 “그냥 전화해밨어? 별일 없지?”라는 말을 항상 듣는 것 같다. 또한 오랜만에 연락을 하는 친구들도 “그냥 잘지내나 연락해봤어”라는 말을 듣곤 한다.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그냥’이라는 표현에 사전적 의미와 같이 꼭 아무런 의미가 부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원래 그렇다’라는 말 역시 ‘그냥’처럼 우리 일상에서 많이 쓰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냥’처럼 따뜻함이 아닌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원래 그렇다’라는 말을 쓰게 되면 의문을 품고 질문하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따라서 질문을 잃어버리게 되고 순응하고 체념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단체 생활에서 생긴 부조리에 대한 왜?라는 물음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원래 단체 생활에서는 부조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라는 대답을 얻게 된다면 이유를 찾지 못한채 순응하고 체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지고 보면 원래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면 그에 해당하는 원인이 있을 것이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 그렇다’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이유를 배제하고 답을 찾아야 일상 속에서 혹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의 단어뿐만이 아니라 한 문장에도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다. 저자가 어느 기업에서 글쓰기 강연을 마치고 들린 화장실에서 이곳을 청소해주는 분들이 누군가에게는 전부인 사람들이라는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 문구를 읽게 된다면 그동안의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작은 관심을 갖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공공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게 만들어 준다. 단 몇 줄의 문구였지만 공공장소를 깨끗하게 만들어내는 효과는 물론, 사람에 대한 관심, 존중이라는 감정까지 만들어내는 훌륭한 문장이었다. 이런 글뿐만이 아니라 한강 다리에 쓰여있는 자살 방지 문구나 수 많은 광고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상 속 대사 등도 이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장을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느 한 사람은 힘을 받아 삶의 동력을 얻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준 여러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이 마지막에 실린 행복에 관한 글이었다. 몇 년 전, 꽃 축제에 다녀온 저자는 실망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달 뒤에 출근길에 우연히 본 들꽃에서는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한다. 이 두 가지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게 된 저자는 오래 전 영화를 보고 기억에 남아 적은 문장을 다시 한 번 찾아서 읽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는 그 문장을 저자가 다시 찾은 이유는 행복의 발견은 전적으로 우리가 가진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일상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누리는 것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 아름다운 것을 일부러 보려고 하지 않아서 느끼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물이 반쯤 남겨진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아서 행복하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겨우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불평불만을 터트린다.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조심해서 말하라고 들어왔다.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색이 없어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체가 없어서 손으로 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특징을 갖는 말을 통해서 감사함이나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표현한다. 주변을 보면 사람들이 쉽게 말을 걸고 대화를 자주하는 사람을 보게 되면 대부분 말과 글에 가시가 없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말을 하면 할수록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은 누군가에게 상처주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우리가 어떤 말을 하고 글을 쓰며 살아갈지는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이 책에 실린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언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고 힘을 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는 언어의 사용을 자제해 주변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삶을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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