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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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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5,485회 작성일 21-04-0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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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우리나라가 세계 제일 강대국이던 시절, 인도에는 수천개의 직업과 수천개의 카스트가 있었다”.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최하층 카스트에 있는 주인공 발람이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어떤 식으로 성공을 했는지 보여주는 자전적 소설이다. 이 작품은 인도의 빈민층의 현실을 가감없이 어둡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인도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독자들을 위해 소설 속 발람의 입을 통해서 인도가 지금 처한 상황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인도 사람들은 닭장에 갇힌 닭과 같다. 옆에서 다른 닭들이 목이 꺾이고 팔다리가 부러지는 것을 보아도, 그걸 담담히 지켜볼 뿐이다.”

“너의 신분이 어떻게 되느냐.”

“할와이 입니다.”

“과자쟁이가 어떻게 운전을 배우겠느냐? 운전은 용감한 전사 신분 출신의 아이들만 할 수 있는 것이란다.”

작가는 발람과 주변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인도의 뿌리깊은 카스트 제도를 은유적으로 비판한다. 인도의 “카스트”는 단순히 자신의 신분을 말하는 지칭이 아니다. 인도에서 카스트는 일종의 정해진 운명이다. 그리고 카스트는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나의 주변 환경에 의해 정해진다. 주인공 발람 또한 마찬가지. 공부를 잘해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고 수도로 유학을 갈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집안 사람들은 그에게 공부를 시키기 보다는 우리가 해 왔던 대로 찻집에서 석탄을 쪼개는 일을 하라고 한다. 꿈을 펼칠수 있는 기회가 카스트 앞에 닫혀지면서,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치 닭장 속의 닭처럼 스스로를 가두려고 한다. 무기력하게 변하면서 말이다.

  “너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화이트 타이거 같은 사람이다.”

 작중에서 발람은 학교로 온 장학사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화이트 타이거. 몇십년에 한 번씩 나오는 신비로운 동물. 화이트 타이거는 설령 철창 속에 있으면서도 계속 움직이며 탈출의 기회를 엿본다. 주인공 발람은 화이트 타이거 처럼 카스트의 한계를 넘어서려 고군분투한다. 지주의 아들의 운전기사가 되기 위해 술수를 발휘해 원래 있던 기사를 쫒아내기도 하고, 고용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없는 말도 지어낸다. 하지만, 결국 발람은 카스트의 벽에 부딫히게 된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최하층 카스트이기 때문에 부를 일굴 수 없다. 그게 발람의 운명이니까.

   발람에게 운명은 닭을 가두는 철창과 같다. 닭 안에 있는 철창은 외부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한다. 철창 안에서는 위험한 맹수로부터 습격 당할 일도 없고, 굶주릴 일도 없다. 다만 하루하루 도축 당할 날만 기다린 채,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

“당신이 원하는게 뭐에요?”

“마담과 아쇽 선생을 모시는 거요”

“그러지마요, 이러니 카스트 제도가 개 같다는 거에요!”

발람은 주인의 아내인 마담 핑키와 대화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닭장속의 닭으로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이후, 발람은 자신의 주인인 야속을 죽이고, 새로운 회사를 세워 성공한 삶을 산다. 인도에서, 자신을 지금까지 구속해 온 카스트를 벗어나는 방법은, 인간으로서의 도리에 어긋나는 방법 밖에 없었던 것이다.

“화이트 타이거”는 인도의 하층민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방법이, 살인 같은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감없이 묘사하며, 현재 인도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카스트 제도의 병폐를 꼬집고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이 인도 사람이 인도 사회에 대해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에는 인도처럼 카스트 제도가 없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지났다. 그러니까 용이 되려 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을 만드는데 힘을 쏟자!”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과반수가 넘는 응답자들이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한다고 답하였다. 성공을 위해 노력을 하여도, 결국 자신의 주변 환경으로 인해 운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LH 투기 사태와 같이, 능력보다는 자신이 있는 위치에 의해 부를 쌓기 쉬워지고 있다. 이런 사회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어쩔 수 없이 계급은 탄생하게 된다. 다만, 그 계급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가 있을 때, 사회는 더욱 성숙해지고 성장하게 된다. 고인 물이 썩는다 라는 말이 있듯이, 제도적으로, 시민 의식적으로도 이를 보장하고, 지원 해야만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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