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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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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820회 작성일 21-05-03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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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요즘, 대한민국은 그 어느때보다 투자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우스갯소리로 ‘야수의 심장’을 가진 민족이라는 별명처럼 안전한 자산보다는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그 관심이 쏠려있다. 이러한 위험한 자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0-30대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서는 가상 화폐 투자로 몇 십억을 벌어 퇴사를 한 사원들의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렇게 불어난 자산으로 또 한다는 것이 부동산이다.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른바 ‘영끌’을 하여 집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돈, 돈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조금 더 좋은 집, 좋은 차를 타며 호의호식을 하려는 것이 이유인 걸까? 그러한 표면적인 이유보단 세상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시장주의가 우리의 인식을 얼마나 뒤흔들고 있는지 책을 통해 통렬히 느낄 수 있었다.

 

‘부유함’의 유일한 장점이 요트나 스포츠카를 타면서 휴가를 즐기는 능력이었다면 부의 불평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상이기 때문에 돈은 모든 차별의 근원이 되었다.

 

예전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고 믿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대부분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이라 믿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사람들은 시장을 내버려두는게 과연 옳은 일 인가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시장이 점점 도덕에서 분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며 시장과 도덕을 다시 연결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어떤 식으로 연결해야 할 지는 분명하지 않다. 혹자는 도덕의 결여가 탐욕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재 시장주의의 문제라고 말하지만, 마이클 샌델은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 근원이라고 말한다. 비시장에 속했던 영역이 시장지향적인 사고를 통해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현대사회 최대의 문제라는 것이다.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태도가 시장 논리의 핵심이며, 시장이 지닌 매력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시장을 포용하면서 도덕적, 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규범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도덕적 논쟁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 성을 사고 팔고 있다면 경제학자가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얼마죠?” 일 뿐이다. 이 상품으로 파생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이 팽배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인간의 의식은 점점 변하고 있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들(사실은 좋아 보이는 것들)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오히려 그것을 오염시킨다. 미국의 어느 주에서는 아이들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1권당 2달러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 제도는 아이들이 실제 독서를 많이 할 수 있게끔 만들지는 모르겠으나 아이들로 하여금 독서의 이유를 변질시킨다. 자아 형성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될 독서라는 행위는 이제 이 아이들에게 돈 벌 수단과 노동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제도에 시장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과속에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가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 비용’ 쯤으로 생각될 수 있으니 말이다.

 

돈이 대부분을 해결해주는 세상은 가치 있는 인간의 삶이 무엇인가에 대해 헷갈리게 만든다. 우리는 이미 어렸을 적부터 이러한 가치의 혼돈을 작게나마 경험하면서 자랐다. 새해를 맞아 세배를 하고 돈을 받는 문화는 어린 아이들에게 세배가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자리잡게 만든다. 언젠가 한번쯤은 아이들이 설날도 아닌데 아무 어른에게나 세배를 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 아이들은 단지 돈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이 모습이 귀엽다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어른들이 세배의 의미와 가치를 먼저 전달 시킬 의무가 있는 것처럼 국가도 시장이 본래 가치를 훼손시키지 못하도록 더 섬세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행복하고 인간다운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부’가 아님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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