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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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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기룡
댓글 0건 조회 5,660회 작성일 21-05-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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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나티

스탠퍼드 대학 병원에서 신경외과 레지던트를 하던 중이었다. 수많은 대학에서 최고급 예우로 교수 자리를 제안해 왔다. 긴 고민 끝에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 겸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허리가 심하게 아프다. 옆 CT 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결과를 보니, 암이었다.

1.     원하는 삶이 눈 앞에 보이는 순간, 암 선고를 받는다면…

저자 폴 칼라나티의 이야기다. 이 책은 그가 암 선고를 받고 나서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일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학구열이 높았던 폴은 스탠포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생물을 전공했고, 학문의 최고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라 생각하여 예일 의과 대학원에 진학, 청춘을 의사에 바치기로 한다. 그것도 의사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신경외과 의사의 길을 말이다. 그는 하루 14시간 이상의 혹독한 수련 생활을 끈질기고 성실하게 수행한다.  그 결과 의학계에서 널리 인정을 받는다.

이력과 경력만 보아도 그가 엄청난 수재임을 알 수 있다. 미래가 촉망받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문이과 통합형 글로벌 인재.

“

나는 아주 건강하게 시작했다.

“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연히 내일이 올 것이라 기대한다. 아주 ‘당연히’ 말이다. 왜? 지금 잘 살고 있으니까. 폴 역시 마찬가지였다. 폴은 건강한 청년이었다. 바른 가치관과, 의사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가졌고, 진리를 탐구하며, 사람을 사랑했다. 하지만 신은 야속한 존재였다. 신은 그에게 탁월한 능력을 준 대가로, 삶을 빼앗아 버렸다.

2.     의사에서 환자로, 비로소 얻는 깨달음

주변을 둘러보면, 의술에 대한 진지한 직업의식 없이 그저 돈벌이로써 의사가 된 사람이 많다. 그들은 환자를 마치 서류처럼 대한다. 사람에 대한,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폴은 달랐다. 그는 서류까지도 환자처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보기 드문 참된 의사였다.

하지만 그는 고백한다. 아무리 환자 입장에서 몰입하고 공감하려 해도, 그들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 했을 거라고. 그는 누군가의 생사가 달린 수술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따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생각했다.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샌 환자의 가족들이 수술 결과를 물을 때, 그는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 하고 하품을 하며 대답을 했다.

굉장히 솔직하다. 그런데 그의 솔직함에 공감이 간다. 왜냐하면, 의사도 결국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폴은 의사가 아닌 환자가 되었다. 그는 그 전까지는 몰랐던 환자의 세계를 너무도 완벽히 깨닫는다. 죽음을 직접 마주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공포, 후회, 절망, 슬픔을 직면한다. 비로소 그는 남은 삶에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저울질 해 보기 시작한다.

3.     사랑하는 아기의 탄생

자식이 없었던 폴 부부는 고민 끝에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마침내, 소중한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2세를 낳은 폴을 비난할 수도 있다. 당장 내일 죽을 지도 모르는 시한부 삶에 아기는 어쩌면 사치일수도, 대책 없는 무모함일 수도, 남겨진 자식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심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폴은 남겨진 가족들에게 자신이 짐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는 최선의 노력으로 경제적 대비를 끝낸다. 아내 역시 출산의 의지가 강했다. 남은 가족 모두 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폴은 자신의 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

아기는 폴 가족에게 커다란 희망이 된다. 아기는 앞이 보이지 않는 컴컴한 터널 속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였다. 그런 아기를 위해 폴이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이 책을 남기는 일이었다.

훗날, 저 아기가 커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 진다. 먼저 ‘숨결’이 ‘바람’이 되어 떠난 아버지에게 마지막까지 행복과 희망을 줬던 존재가 나였다면.

 

나는 8삭둥이로 조산하여 병원에서 죽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죽지 않고 인큐베이터에서 살아났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엄마는 나에게 내 존재가 기적이라고 했다. 내가 살아 나 준 게 희망이고 감사여서 어릴 때 한글 공부도 가르치지 않았고 건강하게만 살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존재 자체가 희망의 등불이 된다는 건 참 감사할 일이다. 죽음이 나를 선택할 지 내가 죽음을 택할 지 모르는 미래지만,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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