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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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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세민
댓글 0건 조회 5,114회 작성일 21-03-0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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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경험

유발 하라리


전쟁은 우리의 삶을 많이 바꾼다. 참전 군인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치관 및 신념, 크게는 국가단위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의 극한의 경험에서는 대부분의 참전 군인들이 전쟁에 대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회고록들을 보면, 전쟁에서 자신이 느낀 첫 전투의 희열, 첫 살인에 대한 두려움 등 그때 느꼈던 심정이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그들의 가치관이 바뀌었거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경우는 드물다. 간혹, 전쟁이후 개종을 하는 경우는 있다. 로렌의 니콜라스 헤르만은 30년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전쟁이후 수도승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회고록에도 그의 개종이유에 전쟁의 경험이 그를 바꾸게 했다는 글은 없다. 오히려 전쟁의 경험에 대한 기술조차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에게 개종을 하게 된 계시는 단순했다. 그저 잎이 다 떨어진 나무를 보며 순환에 대한 신의 섭리를 깨우쳤을 뿐이다.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수회의 창시자 로욜라는 1521년 팜플로나 포위공격시 큰 부상을 입게 된다. 의학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그의 다리를 고치게 하기위해 뼈를 자르는 인내(순교자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로욜라의 종교적인 신념에는 어떤 변화도 주지 못했다. 로욜라의 몸을 부순 포탄도 그의 정신적 환상은 깨지 못했다.

 


이렇듯, 전쟁은 그들에게 신념의 변화나 가치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한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시대의 사람들은 운명론적인 것이 대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들에게 전쟁에 대한 참여는 한 국가단위로써, 개인으로써 대단한 소명의식을 띄게 되었고 그곳에서 얻는 경험은 그들의 신념에는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대시대의 전쟁은 요즘의 우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우리의 시대는 중세시대보다는 좀 더 다분화, 개인화 되었고 조그마한 정치적인 Issue에 의해서도 우리의 가치관은 흔들리기 쉬워졌다. 작년만 해도, 코로나로 인해 교회들의 집단예배 감염에 의해 개종을 택하는 인원들의 수도 급증했다. 그만큼 더 이상 운명론적인 신념들이 받아들여지는 세상은 떠났고, 각 개인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의존한 세상이 왔다. 사실 현대사회에 들어서면면서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당신의 신념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돌아오는 대답은 신념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신념이라는 것은 사라졌고, 정의하기도 힘든 개념이 되었다. 신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통된 신념은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개인의 경험과 목표에만 의존하여 나의 가치관을 바꿀것이다. 이처럼,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의 시대는 갔다.  현대사회에게 전쟁은 새로운 컨셉이며, 어떻게 우리는 그 전쟁을 겪고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의 전쟁을 한가지 단어로 쉽게 정의하자면 ‘경쟁’일 것이다. 경쟁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전쟁은 우리에게 일상화 되었고, 중세시대의 전쟁과는 달리 우리의 많은 삶을 변화시켰다. 그렇다면, 경쟁이 우리사회에서 하나의 전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옛날에는 모두가 공동체의 일환으로써 한가지의 목표만을 바라왔다. 하지만, 이제는 개개인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더 행복하게 만들까라는 것에 집중하며 살고있고 특히, 돈이라는 가치가 삶의 질과 직결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이로인해 지금의 우리들만 해도 경쟁을 통해 누군가를 이기고,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관성에 힘을 더해 우리 삶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이러한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경쟁을 통한 새로운 컨셉의 전쟁은 우리들을 속속들이 바꾸어 가고있다. 물론 지금의 우리들이 중세시대의 전쟁과 현대사회의 전쟁을 동시에 겪는다면, 어떤 전쟁이 더 극심하고 지금의 우리에게 큰 영향력을 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어떤 전쟁이건 간에 지금의 우리는 정신적으로 중세 시대의 사람들보다는 더욱더 흔들리고,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것이다. 그만큼 새로운 컨셉의 전쟁에 익숙해지면서 동시에, 몸이 아닌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경우가 잦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만약 어떤 전쟁이던 간에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아마 우리 연구실에서도 누군가는 학위만을 목적으로, 누군가는 전쟁을 통해 우리의 방향과 위치를 바꾸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로 나뉠 것이다. 나 또한, 한번씩은 전자가 되기도 하고 후자가 되기도 한다. 실험이 위주인 연구실 특성상, 정형화된 루틴에 들어가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매일 유사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번쯤은 뒤를 돌아보고 내가 누구와 경쟁을 하고 있는지, 전쟁을 치루고 있는지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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