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여행의 이유, Before sunrise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영근
댓글 0건 조회 5,254회 작성일 21-03-03 09:56

본문

 요즘 나에게 ‘취미가 뭐에요?’라고 물으면 ‘헬스에요’라고 답을 하겠지만 한때의 나는 아마 ‘여행이요’라고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좋아한다고 남들에게 말은 하지만 정말로 여행을 즐기는 여타 다른 분들과 같이 매달 여행을 가지도 않으며 여행을 가기 전에 많은 시간을 드려 심사숙고를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내가 ‘여행이요’라고 대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또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면서 까지 여행을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여행을 가기 전 국내로 갈지 해외로 갈지 물어본다면 아마 해외로 간다고 대답을 할 만큼 해외여행을 선호한다. 소소한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생소함과 알아듣기 힘든 언어, 그리고 다른 느낌을 주는 사람들의 이목구비에서 오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의 불확실한 느낌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걷고 있는 거리에서 나는 완벽한 이방인이라는 긴장감은 매일 같이 그 거리를 거닐던 사람들이 들여다보지 못한 요소를 바라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스스로를 철저하게 외부인으로 두고 눈앞에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관찰자가 되려고 여행을 가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가장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해준 여행지를 꼽으라면 오스트리아 빈이다. 매해 시간을 불문하고 세계적으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서유럽과 비교하여 다소 적은 이방인 속에서 오스트리아는 혼자서 도시를 느끼기에 좋은 도시였다. 겉멋만 잔뜩 든 아이마냥 관광객들이 많은 관광지를 걸어 다니기보다 오스트리아의 민낯을 보기 위해서는, 완벽한 이방인이 되기 위해서는 괜히 영어 하나 적혀있지 않은 한적한 동네의 카페에 들어가야 한다며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커피를 들이키곤 했다. 이런 고집 속에서 어눌한 영어로 맛은 괜찮냐고, 어디가 더 앉아있기 좋다고 말해주는 카페 아주머니와의 대화는 지금껏 내가 오스트리아를 남들에게 꼭 가보라고 추천해주는 하나의 이유이다.

 

  

 오스트리아를 가기로 계획에 넣었던 이유는 여행을 가기 전 영화로부터 진한 여운을 받아서였다. 그 영화는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 델피’ 단 두 명이 출연한 Before Sunrise라는 영화였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영화는 해가 뜨기 전까지의 하루를 한 쌍의 배우들의 대화로만 흘러가는 영상이었다. 영화의 80퍼센트가 대화로 이루어져서 그런걸까 사람들과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주로 주인공이 말한 대사 중 공감이 많이 간 대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나 역시 둘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에 빠져들어 영화를 보았지만 그 보다 나를 매료시킨 점은 둘을 둘러싼 오스트리아의 빈의 풍경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 속에 담긴 빈을 보고 싶은 이유만으로 그렇게 유럽 배낭여행의 일정 중 오스트리아 빈을 함께 준비하게 됐고 약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틈틈이 시간을 내며 계획을 세웠다.

 

 

 처음 유레일을 통해 예약한 열차에서 내려 빈 중앙역을 나와 바라본 빈의 분위기는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거닐던 느낌과는 달랐다. 영화에서 보았던 장소를 기대하며 상상으로 그린 도시 속 무드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요소들이 많았다. 눈을 던지며 아시안이라고 무시하던 패거리를 마주하니 당혹스럽기 그지없고 빈에 대한 기대감이 혐오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렇게 곧장 예약해둔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고 낮잠을 자고 나와 해가 진 빈의 모습은 아이러니 하게도 낮에 경험한 빈과 달리 영화 그리고 머릿속에 상상하던 빈의 모습이 내 눈에 맺히고 있었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걷던 골목 그리고 그 끝에 나오는 오페라하우스, 애써 숨겨온 서로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기 시작하는 카페 등 빈의 모습은 내 기억 속에 각인되고 있었다. 그 후로 앞서 말한 대로 노상 카페에 앉아 빈의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심지어 인종차별을 받은 역전에서도 나름 운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때 경험한 상황과 전혀 다른 무드를 띄고 있었기 때문에. 이는 김영하 작가의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 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그렇게 노트북 화면을 통한 오스트리아 빈으로의 첫 번째 여행, 여행을 가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직접 배낭을 메면서 거리를 거닐던 두 번째 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독후감을 쓰기 위해 이 당시의 기억을 되새겨보는 세 번째 여행, 총 세 번의 여정을 통해 세상에 어딘가에 존재하는 않지만 존재할 것 같은 오스트리아의 빈과 당시의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회상 속의 빈은 내 머릿속에서 여러 색의 물감이 뒤섞여 새로운 색을 내듯 합쳐져 더욱 더 진한 향수를 자아내며 '내가 여행을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와 '언젠가 또 다시 여행을 떠날 이유'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설명해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