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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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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5,335회 작성일 21-03-04 11:50

본문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돈을 받는다!". 자본주의에서 파생된 이 간단한 한 마디는 현재 전 세계에 통용되고 있는 말이다. 인간의 본능 및 사회특성의 관점에서 볼 때, 위 말처럼 개개인의 능력에 따라 재화의 배분이 다르게 이루어지는 행위는 무척 공평하고, 정의로워 보인다. 대기업 내에서 실적에 따라 성과보수가 다르게 주어지고, 학교 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이미 우리 사회 내에서는 이런 “실력주의”적 관점이 포석으로 깔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실력주의”적 관점은, 인간 사회에 자리를 잡은 지 별로 되지 않았었다. 당장 200년 전만 생각하여 보자. 왕족, 귀족, 백성, 노비로 대표되는 계급 사회에서, 동, 서양 사회 모두 개인의 실력보다는 신분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 태반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인간의 내재하여 있는 욕망을 고려하였을 때,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실력주위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사회는 어떤가. 우리가 공평하다고 믿은 실력주위를 계속 통용해 온 결과, 지금 세계 인구의 1%가 전체 부의 5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부의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지고 있고, 당장 대한민국의 20대만 보더라도 세대 갈등, 남녀 갈등, 지역 갈등 등, 각 집단 간의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력주위가 우리 사회에 양극화와 갈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부의 양극화 및 갈등이 지난 계급사회에 비해 더욱 심화한 것 또한 실력주위의 폐해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본 책의 저자는 이 점을 꼬집으면서, “과연 실력주의 사회는 공정한 것인가?” 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는 실력주위에 대한 우리의 맹목적인 믿음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과연 개인의 “실력”이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저자는 실력이라는 단어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제반 역량”이라 말한다. 제반 역량을 키우고 기름에 따라 자본이 생성되고, 이 자본은 다시 실력을 기르는데 투자 된다. 많은 사람은 이러한 믿음에 따라 사람들이 자본을 축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 부족하며, 그 실력을 기르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믿음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공식으로 수식화하였다.


실력 = a*(재능)*b*(노력) +기타 자본(부모의 배경, 재력)



 위 사람들은 첫째 항이 둘째 항보다 크며, a보다는 b가 크기 때문에 노력을 충분히 하면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는 다르다. 노력한다고 해도 거북이가 토끼를 달리기로 이길 수 없듯이 말이다. 노력 때문에 타고난 재능의 한계는 극복할 수 있지만, 노력만으로 그 분야에 대해 타고난 업적을 남기기는 힘들다. 또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아이들의 평균 학력 수준이 시골에 있는 분교 아이들의 학력 수준보다 높듯이, 부모의 배경 및 사람이 자라온 환경 또한 실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저자의 말은 노력을 무시하고 실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력이라는 것이 노력에만 통용되지 않으며, 생각보다 다양한 파라미터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곧, 내가 쌓은 부가 과연 나의 능력으로 얻은 것인가? 라는 질문을 가져다준다. 이와 비슷하게, 성공한 사람들이 (그들의 처지에서 보았을 때) 실패한 사람을 보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하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도, 내가 카이스트에 입학하여 좋은 시설 및 연구자들과 같이 지낼 수 있는 것도 나의 노력뿐만이 아닌, 운과 배경이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을 끝내며, 실력은 단순히 나의 노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실력에 따른 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국가가 집적 나서 이를 고쳐야 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이 순전히 나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내 주위에는 공부를 정말 하고 싶지만, 집안 사정이 어려워 전문대로 진학한 친구도 있었으며, 내가 정말 당연하게도 생각한 것을 못 받으면서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한 친구도 있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지금 내가 여기, 카이스트 대학원 연구실에 있다는 것에게 감사하며, 항상 겸손한 태도로 모두를 대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런 사상이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선구자들에게도 전해진다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이 한둘씩 해결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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