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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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곳이 없다는 것에 불편함을 처음 크게 느꼈던 것은 군 시절,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복학이 얼마 남지 않았을 시점에서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마침 교내에서 모집하는 과학영재교육 교사에 지원하였다. 서류 통과를 하고 나서, 면접을 보기 위해서 실로 오랜만에 학교로 온 것이었다. 면접을 마친 이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회포를 풀고 나니 어느새 밤이 깊어 있었다. 학교에 있을 때는 항상 들어가서 쉴 수 있는 기숙사가 있었지만, 그 때의 나는 휴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기숙사는 커녕 학교 건물에 학생증 인식조차 불가능한 신세였다. 다행히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계셨던 친한 선배의 방에서 신세를 질 수 있었지만, 내 공간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지를 몸으로 처음 체감한 때였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퇴근하고 기숙사에 와서 유튜브를 켜면, 가끔 EBS 채널이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올라오곤 한다. “<시선> -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도 그 중에 하나였다. 빈곤층들이 노숙자로 전락하기 직전, 최후의 보루로 삼는 쪽방.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은 화려한 용산구의 뒤편에 자리잡은 동자동의 허름한 쪽방촌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쪽방에서 무려 50년 째 거주 중이라는 이상준 할아버지. 최근 두 달 간은 하루 2끼를 겨우, 인스턴트 전복죽으로 해결하고 계신다.
아내를 일찍 여의고, 자식 세 명을 쪽방에서 키웠다고 한다.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쪽방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인건비를 주어야 할 업자가 도망가고, 뒤통수를 맞는 날들이 계속 이어졌다. 가난은 자식들에게도 이어지다 보니, 자식들에게 손을 뻗을 수도 없다. 괴로움에 매일을 술에 의존하다가 건강도 엄청나게 나빠졌다고 한다.
한 달 25만원 월세를 겨우 내면서 사는 쪽방에는 두 다리를 쭉 뻗을 공간조차 없는 김정수 씨의 사연이다. 심지어 신발조차 바깥에 내놓을 수 없다고 한다. 모두가 빈곤에 찌들어있다보니 밖에 무슨 물건을 놔두면 바로 훔쳐간다고. 그래서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물건을 쌓아둘 수 밖에 없다고 한다. 공용 화장실은 물이 내려가지 않으며, 세면장에는 문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다. 쪽방은 보통 30여 평 남짓한 공간에 방을 최대한 많이 만들기 위해서 공용 세면장과 화장실을 하나 이상, 매우 좁게 만든다. 그래서 쪽방촌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과 세면이라고 한다.
한국도시연구소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주택 이외의 거처에 거주하는 사람은 거의 10배 이상이 증가하였다. 쪽방촌을 비롯하여, 두 다리 뻗고 쉬고, 편히 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도 못하는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아도 되겠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전/월세에 진입하기 어렵다. 돈이 없어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된 이들이 많으며,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보증금을 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건물을 가진 이들에게 쪽방은 생각보다 꽤 매력적인 비즈니스이다. 쪽방에는 건물주들이 ‘관리인’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임차를 맡기고, 건물 소유주가 거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 환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대부분 타지에 거주중인 부유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2평짜리 방 하나에 월세 20만원 정도라고 하면, 1층에 30평임을 가정했을 때 화장실/세면실을 만들 최소한의 공간을 제외하더라도 대략 260만원 정도. 매우 짭짤하다. 재개발로 인해 시세가 올라 시세 차익이 발생할 때까지 대출 이자 정도는 어렵지 않게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이다. 심지어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다 보니 추적도 어렵다. 여러모로 편리한 셈. 관리인 한 명을 익명 인터뷰해보니, 방값에서 고작 6만원 정도를 깎아주는게 고작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난한 사람에게서 부유한 이로 돈이 더 흘러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를 ‘빈곤 비즈니스’라는, 씁쓸할 정도로 적절한 용어로 부르고 있다.
물론 이들이 하는 소위 ‘비즈니스’는 불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사람이 사는 곳을 가지고 장사를 하고 싶다면, 그것이 어떻게 된 공간이든 적어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그렇게 부담되는 일일지 나는 잘 모를 일이다. 질병이나, 사고, 잘못된 보증, 사업 실패 등의 위험에서 두 번째 기회가 부여되기 힘든 우리 사회 시스템 안에서는, 사실 누구나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의지 부족으로 노숙인 신세가 된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었을 것이며, 누군가의 부모이자, 누군가의 자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분들을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일까.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는 시간은 내내, 나날이 오르고 있는 집값을 보면서, 누군가는 바깥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고통받는 모습이 대조되면서 슬픈 생각이 많아지는 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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