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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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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443회 작성일 20-12-0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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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디치


평범한 미식축구 선수였던 데커는 그의 프로 데뷔경기에서 사고를 당한다. 상대편 선수와 충돌해 의식을 잃은 데커는 거의 죽기 직전 살아남지만 큰 충격으로 인해 과잉기억증후군을 얻게 된다. 보고 겪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 과잉기억증후군은 그를 유능한 경찰로 만들었지만, 그는 더 이상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된다.


평소와 같은 어느 날 잠복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에이머스 데커는 집으로 들어서자 마자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친다. 그의 처남과 부인, 그리고 딸이 처참하게 살해된 것이다. 피로 물든 집안에 모든 장면들과 시간들은 고스란히 그의 기억에 담겼다. 지우고 싶어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그의 기억 속 장면들은 그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도록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삶의 모든 의미를 상실한 채로 경찰을 그만두고, 길바닥을 전전하다 조그마한 탐정 사무소를 차린다.


거의 숨만 쉬며 목숨을 부지하고 살던 그의 주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15개월 전 그의 가족들을 살해한 범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경찰에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몇 일 뒤, 그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미식축구부 학생들을 겨냥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다. 자신의 가족들을 살해한 범인을 확인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 데커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던 두 사건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한 번 본 것을 잊는 법이 없는 그의 두뇌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후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흥미진진한 탐정물과 유사하다. 이런 종류의 추리소설에서 재미와 의미를 가져다주는 요소는 범인을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캐릭터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작가는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특이한 설정을 두 사람 모두에게 대입했다. 혹자는 부러워할 수 있는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끔찍한 과거에 갇혀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한다. 차이라면, 한 사람은 결국에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잘못된 것들을 고쳐 나가는 데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을 선택했고, 다른 한 사람은 과거에 묻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려면 꽤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만, 끔찍했던 기억들은 떠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쉽게 떠올라 그 순간을 망쳐버린다. 설상가상으로, 행복했던 과거조차 현재와 대비되어 버리면 괴로움이 더해질 때도 흔하다. 평범한 두뇌를 가져 단지 과거의 파편들 만을 기억하는 나도 그러한데, 과잉 기억증후군을 가졌으면서도 끔찍한 과거를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괴로움을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다.


다행히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16년간에 걸쳐 인간의 망각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은 기억한 것의 절반 정도는 1시간 내에 잃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약 70%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간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진 않지만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망각의 성질 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쉽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의 모든 것들이 다 잊혀지고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항상 새롭게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과거의 짐들이 우리에게 주는 무게들이 점점 줄어들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 더 적은 에너지로도 갈 수 있게 된다.


단순하게 현재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과거의 것들을 잘 잊어버리는 것이 축복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를 완전히 없는 것처럼 취급해 버리는 것은 역사적으로 끔찍한 일들을 저지르고 사과하지 않는 국가와 다를 바 없는 파렴치한 짓이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들이나 불리한 과거들은 오히려 더 많이 기억하려고 노력하면서 스스로와 상황을 수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인생들을 계속해서 살아나간다고 할 때,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진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힘든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미리 만들어 놓은 선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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