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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 임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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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5,361회 작성일 21-0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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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권력과 신념을 지키려는 소수에 의해 발생한 전쟁은 대다수에게 막대한 피해를 남긴다. 20세기 초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은 도합 1억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남기며 수많은 사람에게 전쟁의 트라우마를 남겼다. 전쟁은 패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승자에게도 큰 피해를 남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은 기존의 열강의 자리를 미국과 소련에게 넘겨주어야 했고, 이는 새로운 냉전체제의 탄생을 의미했다.


  길고 긴 폭풍 이후에 맑은 하늘과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전쟁 뒤에는 어마어마한 기술의 혁신이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각국은 승리를 위해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사용하였고, 이는 전쟁이 끝난 이후 컴퓨터와 인공위성, GPS, 원자력 발전, 비행기와 로켓 등의 혁신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다. 끔찍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전쟁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생체실험은 오히려 의학 발전에 기여를 하기도 했다. 모순적이게도, 이로 인해 발전된 기술들은 지금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의 토대이다.


  2020년 초, 전세계에 코로나라는 전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 경제는 락다운이 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의 GDP는 적게는 수 퍼센트에서 많게는 20퍼센트 이상 감소하였다. 2020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약 8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180만 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또한, 코로나 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수많은 청춘들이 돌아다니던 번화가의 길거리는 한산해졌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의 송년회는 생략되거나 간단한 인사들로 대체되었다. 대부분의 회의는 화상을 통해서 진행되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채도를 조금 잃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이면이 존재한다. 전쟁이 기술의 혁신을 만든 것처럼, 코로나 역시 기술의 혁신을 만들었다. 매우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백신이 고작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백신이 만들어지는데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과는 다르게, 12월이 끝나기 전에 백신이 만들어져 현재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고작 수 개월만에 백신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발전 때문이다. 전쟁과 같이 이기기 위해 모든 기술과 자원을 쏟아 부은 것과 같이, 코로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모더나와 화이자와 같은 제약회사들에게 이것은 최근 발전된 mRNA 기술을 적용하기 좋은 기회였다. 기존에 죽은 바이러스 단백질로 제작하는 백신과는 다르게, mRNA 기술을 이용하면 보다 빠르게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모더나는 실제로 코로나의 게놈 서열을 받고서는 단 이틀만에 mRNA 백신의 디자인을 끝냈다고 한다. 이에 더하여, 코로나로 인해 ‘백신 테스트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명분까지 있었기에 빠른 시간 내에 백신을 만들고 임상 테스트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백신 제작 방법을 사용하였더라면, 그리고 코로나처럼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백신 생산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다. 코로나 ‘덕분에’ 인류는 mRNA 기술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매우 빠른 시간에 게놈 서열을 분석하고 백신을 제작할 수 있는 이 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코로나를 포함한 다른 바이러스들과 벌여온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코로나로 인한 기술의 혁신은 단지 백신 제작이나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영역에서 코로나는 기술 혁신을 촉진시키고 있다. 코로나는 ‘사람이 접촉해야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굳이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온라인 유통업의 대표 주자인 아마존이나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Zoom과 같은 ‘언택트’ 산업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코로나는 기업들에게 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기업인 삼성전자는 1년에 약 300조에 매출을 낸다고 한다. 이는 하루에 약 1조의 매출을 낸다는 것을 말한다. 즉, 코로나로 인해 삼성전자의 공장이 하루가 멈춘다면, 약 1조의 매출액이 증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기업들은 ‘코로나를 핑계로’ 공장 자동화와 기계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는 이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기업의 구조가 변화한다는 것을 뜻하며, 이로 인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 무인 자동차도 이와 마찬가지로 또다른 변화의 물결을 겪고 있다. 테슬라나 구글과 같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자율주행 무인 자동차를 구현할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었다. 올해 7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율 주행 기술이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아도 무인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 5단계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또한,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IoT와 같은 굵직한 기술들이 큰 발전을 이루었고, 이러한 기술들이 점점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상상만으로 구현할 수 있었던 기술이 현실로 다가왔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기업들이 ‘자율주행 무인자동차를 적용해야 하는 명분’이 없었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수보다 없어지는 일자리가 훨씬 많다고 경제학자 케인즈가 그러지 않았던가. 자율주행 기술과 무인 자동차의 발전은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며, 각국의 정부는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급격한 기술 발전을 사회 구조가 따라가지 못하기에 각국의 정부는 자율주행 기술을 반기지 않았다. 그렇기에 코로나 이전에는 인문학적인 문제나 사회적 수용의 문제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의 상용화에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비대면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함으로 인해 기업들은 자율주행을 해야 할 ‘명분’을 얻었고, 이는 무인 자동차의 시대를 앞당겼다. mRNA 기술이 코로나 덕분에 세상에 나와서 빠른 시간에 상용화될 수 있었던 것처럼, 자율주행과 무인 자동차도 코로나 덕분에 훨씬 빠르게 세상에 나올 것이다.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의 임춘성 교수의 저서 <멋진 신세계>라는 제목은 디스토피아를 그린 올더스 헉슬리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임춘성 교수는 과학 기술의 지나친 남용으로 인간성이 파괴되어 버린 미래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와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자칫 삶의 무게에 짓눌려 세상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당장의 눈 앞의 것들만 신경쓰고 있을 때, 저자는 우리에게 앞으로 펼쳐질 세상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었던 것처럼, 앞으로의 기술들에 대해서 마냥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긍정적인 시각을 통해서 보여준다. 모순적인 제목의 <멋진 신세계>가 아닌, 실제로 우리에게 다가올 긍정적인 <멋진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저자는 넓은 시야와 통찰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4차 산업혁명은 어떤 특정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전된 기술들이 연결되고 통합되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는 혁명이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어떤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성공의 방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전체적인 흐름을 읽을 줄 아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직관과 통찰을 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평균의 시대는 종말했다. 평균의 시대가 종말했다는 것은 더 이상 확실하고 안정된 길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되고 발전될수록 그 대가는 평균으로 몰리지 않고 특정 일부에게 모인다. 인간의 본성은 본능적으로 다수에 속할 때 편안함을 느끼지만, 그것은 진화가 가져온 클루지일 뿐이다. 다수가 있는 곳을 떠나 작은 변화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내 앞에 있는 것만을 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앞으로 무엇이 펼쳐질지를 보아야 한다. 어떤 생각으로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나에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될 수도, 임춘성 교수의 <멋진 신세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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