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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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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596회 작성일 21-01-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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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내가 예전에 만났던 친구 하나는 보드게임을 좋아했다. 그 친구를 따라 보드 게임방을 다니면서 자주 했던 게임은 ‘젠가’다. 젠가는 제법 길쭉하고 통통한 나무 조각들로 탑을 쌓은 후 돌아가며 조각을 하나 씩 뽑는 게임인데, 탑을 무너뜨리게 되면 패배한다. 조각들을 잘 살펴보면 당장 뽑혀 나가도 탑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들이 있다. 손가락으로 그 녀석을 살짝만 건드려보더라도 감이 온다. 헐겁게 고정됐기 때문에 빼내도 탑은 미동도 안 한다. 반면 조각을 살짝만 건드렸을 뿐인데 탑 전체가 출렁일 때가 있다. 황급히 다른 조각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지만 친구들이 이 같은 반칙 행위를 용인해줄 리가 있나. 할 수 없이 재빨리 빼내려 하지만 출렁이던 탑은 와르르 무너지고 조각들은 책상 위에 널브러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에도 빼내도 아무 지장이 없는 조각이 있을까. 막혀 있던 조각이 빠지면서 오히려 함께하는 사람 그리고 공간이 그 빈 곳을 메꾸며 인생이란 탑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하는 조각이 있을까. 만약 존재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살아가며 마주하는 모든 것에서 헐거운 나무 조각과 없어선 안 될 중요한 나무 조각을 잘 구분하는 과정들로 이루어져 있을 거다. 구분하는 능력에 더해 탈 없이 잘 빼내고 또 잘 유지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니. 그래서 그렇게도 많은 자기계발서가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또 팔리나 보다.

 

     사실 2020년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요한 나무 조각을 잔뜩 뺏겨버린 한 해였다. 이미 오랫동안 착실하게 헐거운 조각들을 잘 빼둔 사람들의 탑은 가볍고 유연하여 탑의 무게를 지지하던 조각 몇 개가 사라져도 제법 잘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마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못할 거다. 굵직한 그것들이 하나, 둘 무너지더니 근처의 작은 것들마저 손쓸 방도 없이 와르르 무너진다. ‘나’라는 피(皮)의 속을 메웠던 것들이 모두 사라지면 나는 마치 내 삶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텅 비어버린 시간과 공간엔 이윽고 불안감이 채워진다. 그렇게 사람은 망가진다.


     저자는 작은 습관의 중요함에 대해 말한다. 작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 작은 습관이 바꿀 수 있는 것, 작은 습관을 크게 만드는 방법, 작은 습관을 유지하는 방법 등. 같은 말을 반복한다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그 안에서 그의 여러 고민을 봤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신뢰가 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조차도 간단하게 도출해낼 수 있었던, 가볍고도 유연한 탑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남들과는 다르게 쌓고 또 유지할 수 있었을까. 저자가 조사한 바로는, '규범적인' 사람들은 영웅적 의지나 자제력이 없이도 삶을 더 낫게 설계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유혹적인 상황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었다.

 

매주 월요일에 내 어시스턴트는 내 SNS 계정들의 비밀번호들을 리셋해서 나를 각종 기기에서 로그아웃시켰다. 

한 주 내내 나는 방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금요일이 되면 어시스턴트가 새로운 비밀번호를 보내주었다.

그러면 나는 주말부터 그녀가 비밀번호를 재설정하는 월요일 오전까지 SNS에 올라온 것들을 신나게 즐겼다.

 

     흠칫했다. 탑을 쌓는 것보다 오히려 탑을 ‘현명하게 망가뜨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란다. 매일 같이 퇴근하자마자 고생한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멍하니 10분씩 누워있던 습관을,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시답잖은 가십들로 가득한 SNS를 둘러보던 습관을, 밀리의 서재보다 Netflix가 더 손 닿기 쉬운 곳에 배치를 해뒀던 습관을 고치고 뽑아내 버리는 것이 아침 공복 유산소 운동을 위해 억지로 일찍 일어나려 하고 저녁 식사에서는 가공 음식을 피하려 먹지도 않던 곤약과 토마토를 억지로 사서 재워두는 것보다 더 급선무라는 것이다. ‘젠가’에서도 우리는 조각을 빼며 겨룬다. 누가 더 높게 쌓는지로 겨루는 것이 아니다. 탑을 유지하며 나무 조각을 가장 많이 뺀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것이지 빼낸 조각들을 다시 탑의 제일 위에 가장 많이 쌓는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습관 만들기는 워낙 많이 들어온 말이라 새롭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습관 빼기는 신선했다. 나쁜 습관을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 좁게 보면 물리적 환경을 조정하는 데에 그칠 수 있지만 나는 이 의미를 더 넓게 받아들이고 싶다. 예컨대 지금 나는 다음 두 가지를 지속하고 있다. 꾸준한 운동을 하는 데에 지친 나를 다시금 채찍질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타박하기 보다는 저자의 조언대로 ‘나는 건강을 중요시하는 몸이 좋은 사람이야’라고 정체성을 확립한다. 매일 저녁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려야지 다짐하는 것보단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효자야’하고 되뇐다. 정체성을 자신에게 부여한 후에 그에 반하는 행동과 생각을 하게 되면 영화 ‘트루먼쇼’의 주인공처럼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주 좋은 방법이다.

 

행위를 반복해나갈수록 그 행위와 연관된 정체성은 강화된다.

‘정체성'identity이라는 말은 ’실재하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essentitas'와 ‘반복적으로’를 뜻하는 ‘identidem’에서 파생되었다. 

‘반복된 실재’라는 말이다.

 

     매일 1%씩의 변화는 더하기가 아닌 복리로 다가와 인생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은 모두가 1%씩 변하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다면 욕심 많은 나 같은 사람은 2%를 변화시키려 또 혈안이 될 거다. 하지만 나는 이제 욕심으로 탑의 꼭대기만 바라보지 않겠다. 헐거운 조각들이 탑 곳곳에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중요한 나무 조각 하나가 나가떨어져 버렸을 때 내 탑은 온전할 수 있는지, 탑을 유연하고 가볍게 만들기 위해 얼마나 현명하게 조각들을 빼가며 탑을 가꿀 수 있는지에 집중하겠다. ‘젠가’는 누가 높이 쌓느냐 보단 누가 더 잘 빼느냐로 승부를 내는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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