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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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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세민
댓글 0건 조회 5,505회 작성일 21-01-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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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최근에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 지금의 책인 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 같은 부류의 책을 읽다보면 작가라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행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 대한 생각들이 나와는 사뭇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에게 일상이란 그저 흘러지나가는 시간일 뿐이고, 자기전에 한 번 되돌아보며 바쁘게 살았는지를 점검하는 그런 마지막 시간들 만이 우리의 하루 일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일 뿐이다. 지난 식사자리에서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이 참 감명깊었다.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인성과 윤리에 대한 소양을 기루는 목적이 아니라,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우리들이기 때문에 언어에 대한 지능이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지능이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책들에서 작가들이 그들의 평범한 하루일상속에서도 어떤 생각들을 지니고 사는지, 무턱대로 하루의 시간들을 덧없이 날려버리는 우리와는 달리 매순간 깊은 생각속에 파묻혀 산다는 것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소양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연말 기차안에서 2시간 남짓 이런 생각들을 품고, 연말과 새해를 맞이해야 겠다는 조그마한 결심을 가지고 20년동안 자라온 나의 동네에 발을 디뎠다.


고작 3개월전 추석때도 왔던 그 동네이고, 딱히 변한건 없지만 이런 크게 변한 나의 동네들을 보는 모습이 사뭇 몇 년만에 부산에 내려왔던 옛날과는 달랐다. 나의 완만한 곡선을 가졌던 달동네들은 삐죽삐죽한 주식시장의 그래프마냥 아파트들이 듬성듬성 자리잡았고 한눈에 들어오던 동네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아야만 눈에 들어올 정도로 무질서 해져 있었다. 평소 난쏘공 같은 책들을 읽어보지도 않고 감흥을 느끼진 않지만, 나도 모르게 저 아파트 이전에 있었던 건물들을 생각하면서 아파트에게 자신의 집을 뺐긴 사람들은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라는 생각과 동시에 과연 저 새로 들어온 아파트에 들어갔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저 아파트에 들어간다면 원래 10명이 살던 저 부지에 지금은 층층이 몇 백명이 산다는 것이 조금 이상할 것 같았다.)


물론 내가 살아온 27년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곳도 있다. 우리집 골목 끝에 자리잡은 꽃집인데, 한번도 저 꽃집에 들어가보지 않았던 것이 생각나면서 20년동안 부산에 있으면서 꽃 한번 사서 선물하지 않았다는게 참으로 한심하게 여겨졌고 그대로 있는게 나에게 좋은 추억의 감정만을 불러오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대로 있는건 꽃가게 뿐만 아니라 우리의 집도 마찬가지였다. 1년에 몇번 찾아오지 않는 우리집은 여전히 추웠고 겨울을 보내기에 적절한 장소는 아니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올해의 수많은 하루들을 또 열심히 나를 위해 보내오신 부모님의 온기와 노력들이 담겨있었고, 겨울을 보내기엔 적절한 장소는 아니지만 고단한 1년을 보낸 ‘나’가 지내기엔 매우 적절한 장소였다. 대학생이 되고나서, 자취방과 기숙사를 전전하다보니 TV와는 거리를 두고 살게되었는데 요즘은 연말에 오순도순 시상식을 보던 따뜻한 TV가 그렇게 그립다.


걸으면서 들었던 음악들도 무언가 이상했다. 10년전 버즈나 먼데이키즈의 노래들을 들으며 매일 지났던 이거리를 나는 한달전 발매된 쇼미더머니의 힙합 노래들을 들으며 걸으니 딱히 흥도 나지 않고 애매한 모순에 휩싸인 느낌이였다. 그만큼 부산은 나에게 이제 그저 옛날의 도시였고,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 익숙해지려면 하루이틀은 부족했다. 음악이라는건 모름지기 그 노래를 들었던 장소와 시대를 떠올려주는데 지금의 노래는 대전과 서울이 떠오를 뿐이었다.


연말의 부산은 따뜻한 온기와 애매모호한 모순들과 복잡한 동네였다. 이러한 생각들이 연말에 어울리는 생각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설에 찾아올 봄의 부산은 좀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며, 한번씩 우리의 일상과 주변에 대해 복잡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도 다음의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담담하게 새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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