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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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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세민
댓글 0건 조회 5,894회 작성일 20-12-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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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가 쓴 단편 소설집이자,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다. 주인공과 아빠는 일반적인 딸과 아빠의 관계와 달리 놓칠 수 없는 애증의 관계이다. 마흔이 넘은 딸은 결혼과는 이미 먼 거리를 두며, 자기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들을 만나는 아빠와 데이트를 하기도 하며 보필한다. 물론, 동생과 어머니들은 진작에 아빠라는 세상에서 벗어나 같은 하늘이라도 공유하기 싫다는 듯 미국으로 떠나가 버렸다. 현주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벗어나야 한다는 것과 이제는 나의 인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어떻게 아버지를 버릴 수 있을까? 대체 어머니와 동생은 어떻게 그렇게 매몰차게 끊을 수 있었을까? 해외 여행을 같이 안가주어서? 주인공인 현주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시절, 아버지는 현주만 데리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물론 아직 고등학생인 동생과 군대에 가 있는 오빠와 어머니에게 엄청난 눈치를 보였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아빠와 단 둘이니까.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던 도중 현주에게도 혼란스러움이 찾아왔다. 어떤 미술관을 가던, 어떤 관광지를 가던 아빠와 단 둘이 여행을 온 딸은 신기한 조합으로 여러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어머니와 동생의 만류와 충고에도, 자식으로서 바른 길을 걸어오고 있다고 굳게 생각하는 현주에게 생각보다 유럽에서의 눈길은 적잖이 따가웠다.


제가 좋아하는 농담이 하나 있어요. 전에 어떤 일간신문 만화에서 본 건데요.

어떤 남자가 교통방송에서 뉴스를 들어요. 고속도로 어느어느 구간에 역주행을 하는 승용차가 있으니 일대를 운행하는 차량은 모두 주의하라는 거에요.

그는 문득 그 방면으로 출장을 간 친구가 떠올라서 전화를 걸어요.

“야 그 부분에 역주행을 하는 미친놈이 하나 있대. 조심해.”

그 친구가 이렇게 대답하는 거에요.

“한둘이 아니야. 얼른 전화 끊어.”

다들 충고들을 하지요. 인생의 바른길을 자신만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요.


현주에겐 아빠가 자신의 유일한 바른길이었다. 마흔이 넘어서 결국 그 다른 길로 넘어갈 수 있었지만 어느새 병실에 누워있는 아버지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마치 전화를 받은 친구처럼, 현주는 그런 삶을 지내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역시, 각자 바른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지만 역주행을 하는 미친놈일 수 있다. 결국 현주는 불행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쓸쓸하게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주변에 남는건 없었다.

 

이 단편집은 되게 쉽게 읽힌다. 문체가 쉬운것도 있지만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상생활들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 흔한 ‘권선징악’ 이라던가, 해피엔딩은 없다. 작가는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행을 총 7편의 단편으로 나타냈고, 그 중 하나의 불행을 첫번째 단편에서 나타냈다. 자기가 가고 있는 길을 다시 거슬러 반대로 가야한다는 것은 확실한 불행이다. 주인공이 역주행의 길을 걸어선 것은 아마도 유럽여행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자신만을 데려간다는 아버지의 유럽여행 제안은 평생을 그녀를 아버지에 가둬 두는 계기가 되었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살아갈 바른길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각 단편들이 말하는 불행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았지만 이 단편으로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나에게 가장 가까운 불행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의 불행들은 부부관계, 자녀 등과 관련된 불행이었다면 ‘오직 두 사람’의 불행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역주행에 대한 불행이다. 인생에서 크게 내가 역주행을 한적은 없지만, 가끔씩 실험을 할 때 이러한 역주행에 대한 불행이 한번씩 엄습하게 된다. 학부시절 한 선배가 대학원생활에 대해서 어깨너머로 알려줄 때 꼭 당부했던 말이 있다. 2주에 한번은 2주를 돌아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2주동안 한 것이 나에 연구에 있어 정상적인 주행인지 역주행인지 판단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수렁에 빠져 나의 소중한 시간만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2주에 한번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높은 빈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되돌아 보는 건 쉽지 않다. 이 책의 현주처럼 내가 가는길에 있어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된다면, 한번 멈추고 2주 동안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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