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행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신건희
댓글 0건 조회 671회 작성일 26-03-17 11:37

본문

 

 수능을 준비하던 시절, 나태주 시인의 시를 교과서와 문제집을 통해 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시험을 위한 감상에 머물렀기 때문에, 나태주 시인의 다른 작품들까지 따로 찾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서점에서 가볍게 읽을 책을 찾던 중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눈에 들어왔고, 그 안에서 「행복」이라는 시를 처음 읽게 되었다. 짧고 쉬운 시였지만, 읽고 난 뒤에는 생각보다 기억에 오래 남았다.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이 시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행복을 거창한 성취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요소들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태주 시인은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떠올릴 사람이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을 행복이라고 말한다. 모두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이지만,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해주는 중요한 조건들이기도 하다. 


 특히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평소에는 너무 당연하게 여겨 쉽게 의식하지 못하지만, 하루를 마친 뒤 돌아갈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집은 단순히 잠자는 장소가 아니라, 하루를 정리하고 쉬어갈 수 있는 장소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갈 곳이 없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갈 곳에 대한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하지 않았나 싶다.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도 인상 깊었다. 사람은 어려운 순간일수록 자신을 지탱해줄 무언가를 찾게 된다. 부모님, 친한 친구들, 연구실 동료들을 포함해서 같이 고민도 나누고 힘들 때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실제로 곁에 있지 않더라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큰 위안이 된다. 


 마지막으로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이라는 구절은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에서 의미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외로울 때 혼자서 그 외로움을 달랠 무엇이든지 있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것이 노래가 될수도 운동이 될수도 아니면 그 어떤 무엇이 되더라도 말이다.

 

 나는 평소에는 행복을 보다 크고 뚜렷한 성취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삶을 버티게 하는 것은 오히려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일 수 있다는 점을 이 시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갈 집, 떠올릴 사람, 혼자 부를 노래와 같은 요소들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삶의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태주의 「행복」은 매우 짧은 시이기도 하고 어렵지 않은 표현으로 쓰였기 때문에 더 직관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행복은 특별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삶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조건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