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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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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440회 작성일 26-04-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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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우리의 첫 집을 구하고 나서 이제 큰 산은 다 넘었다고 생각했다.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막상 그곳을 어떤 가구로 채울지 맞춰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예민한 일이었다. 주말마다 가구 매장을 돌아다니며 우리는 참 많이도 부딪혔다.


나는 언제나 실용성과 예산이 먼저인 사람이었다. 한정된 금액 안에서 얼마나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꼼꼼하게 치수를 재고 비교하며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예쁜 신혼집을 꿈꾸며 한껏 설레어 있던 사람에게 나의 그런 이성적이고 딱딱한 태도는 종종 섭섭함을 안겨주었던 모양이다.


매장을 돌고 차에 오를 때마다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면서 나는 우리가 참 많이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상대가 마음에 드는 식탁을 보며 기뻐하거나 내 의견에 속상해할 때 나는 그것을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처럼 받아들였다. 내 나름대로는 상황을 잘 설명한다고 건넨 말들이 오히려 상대방의 마음을 더 닫히게 만들었다.


가만히 돌아보면 그 사람이 진짜 바란 것은 완벽한 가성비 분석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간을 꾸미는 막막하면서도 기분 좋은 설렘에 다정하게 맞장구를 쳐주기를 원했을 뿐이다. 나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혼자 정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내 방식을 고집하는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고 있다. 

우리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잣대로 상대방의 취향이나 감정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여전히 소파 하나 고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일은 눈에 띄게 줄었다.

억지로 내 생각을 강요하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려 하니 그제야 부드러운 대화가 이어졌다.

결혼이라는 것은 똑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아끼고 다정하게 이해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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