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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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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471회 작성일 26-04-1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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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함의 습격

- 마이클 이스터 -


『편안함의 습격』은 대학 교수이자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이스터가 북극에서 33일간 순록 사냥을 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지나치게 편안한 환경 속에서 어떤 문제를 겪게 되었는지를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북극이라는 극단적으로 불편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마주한 여러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그 경험을 현대 사회와 연결해 우리가 너무 많은 편안함에 익숙해진 결과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를 짚어낸다. 이 책은 단순히 불편한 환경을 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편안함이 인간을 어떻게 무디고 나약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불편한 환경을 통제하고, 더 적은 노력으로 더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얻기 위해 발전해 왔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훨씬 적은 노동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높은 건물을 쉽게 오를 수 있고, 손가락 몇 번의 움직임만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스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까지 편안해진 삶이 과연 인간에게 무조건 좋은 것인가.


편안함에 잠식된 인류

저자는 인간이 본래 불편함과 공존하며 살아오도록 진화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호모 사피엔스를 기점으로 하는 긴 인류 역사에 비하면,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이 극단적인 편안함은 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과 뇌는 오랜 시간 불편함을 견디고 극복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는데, 너무 짧은 시간 안에 생활 환경만 급격히 바뀌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불편을 감수하며 움직이고, 기다리고, 참아내던 능력은 점점 약해졌고, 그 자리를 즉각적인 만족과 쉬운 선택이 대신하게 되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간이 편안한 삶에 완전히 만족하며 사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책에서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실제 위협 요소가 줄어들어도 거기에 맞춰 안도하기보다, 기준점을 바꾸어 새로운 불편을 다시 찾아낸다. 상황은 나아졌는데도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줄어든 문제 대신 또 다른 문제를 크게 느끼는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며, 지금 내가 누리는 편리함을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사소한 불편에는 쉽게 예민해지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안락함이 어쩌면 도전에 대한 용기나 실패 이후 다시 일어서는 힘까지 약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따분함을 즐겨라

편안함이 가져다 준 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더 이상 사람은 따분함을 견딜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북극에서 순록을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도, 인터넷도, 즉각적인 자극도 없는 상태로 긴 시간을 버텨야 했다. 처음에는 풍경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결국 남는 것은 따분함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루함 속에서 평소에는 흘려보냈을 생각과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책은 이 과정이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외부 자극에서 벗어난 뇌가 내면을 향해 움직이는 시간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해 댄커트는 인간의 뇌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말한다. 하나는 무언가에 몰입하고 집중할 때의 집중 모드이고, 다른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향하는 비집중 모드이다. 비집중 모드에서 뇌는 앞으로 있을 집중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복원하고 재구축하며, 흩어진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다. 즉 따분함은 그저 비어 있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집중할 힘을 회복하고 내면을 정돈하는 시간에 가깝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일상은 그와는 정반대에 가깝다. 우리는 잠들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반응한다. 이동하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잠깐 쉬는 시간조차도 스마트폰으로 채워 버린다. 나 역시 별다른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켜고 짧은 영상이나 자극적인 정보를 넘겨보는 경우가 많다. 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계속 자극에 노출된 채 또 다른 집중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더 피곤하고, 다시 해야 할 일로 돌아갈 때 이미 지쳐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이 책은 그런 상태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비집중의 시간을 잃어버린 삶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편안함의 습격』이 말하는 불편함은 단순히 고생을 미화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너무 쉽게 편안함만을 추구한 나머지 기다리는 힘, 견디는 힘, 스스로 생각하는 힘까지 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얼마나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었는지, 또 그 편안함이 나를 얼마나 쉽게 무디게 만들고 있었는지가 조금 선명하게 보였다. 물론 굳이 극단적인 불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늘 편한 것만 고르기보다, 때로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작은 불편을 견뎌보는 태도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분함을 피하지 않고 잠시 머물러 보는 일, 힘들다고 해서 곧바로 쉬운 길로 돌아서지 않는 일, 그런 작은 연습들이 결국 나를 조금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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