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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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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준
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26-04-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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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수용하는 과정, 우주적 '조율'의 미학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앤디 위어의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펼치기 전, 나는 이미 제작 중인 영화에 대한 소식과 대략적인 정보를 접한 상태였다. 사실 소설을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접하며 스포일러를 당한 셈이었지만,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영상으로 미리 접했던 이미지들이 텍스트를 통해 구체적인 물리 법칙과 수식으로 치환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흥미진진한 여정이었다.

 

     최근 아르테미스 2호가 달 뒷면에서 지구를 촬영한 영상과 착륙 준비를 하는 장엄한 모습이 공개되며 다시 한번 우주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뜨거워졌다. 암흑의 우주 공간 속에서 홀로 빛나는 '블루 마블'의 이미지는 우리에게 경외심과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을 안겨준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바로 그 고독의 정점에서 시작하여, 인류가 왜 끊임없이 우주로 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가 마주할 희망이 무엇인지를 과학적 상상력으로 그려낸다.

 

 

     소설의 진짜 묘미는 '로키'와의 만남에 있다. 지구와는 전혀 다른 생태계와 물리적 환경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에리디언 종족 로키와 주인공 그레이스의 조우는 단순한 외계인과의 만남 그 이상이다. 그리고,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로키가 인간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서로의 생존 환경(온도, 압력, 대기 성분)이 극단적으로 다름을 인지하고, 그것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세심하게 배려하며 가까워지는 과정은 마치 결혼한 우리 부부가 처음 생활을 시작할 때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연애 시절의 설렘과는 달리, 결혼은 서로의 완전히 다른 생활 양식을 발견하고 이를 수용하며 '조율' 해가는 과정이다. 나 역시 결혼 전 연애 때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지만, 결혼 후 함께 살며 특히 육아를 거치면서 수많은 충돌과 맞춰가는 과정을 겪었다. 그 치열한 조율 끝에 비로소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관계가 자연스러워졌던 경험이 로키와 그레이스의 관계에 깊이 이입하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부부는 서로 충돌이 일어날 경우를 잘 만들려고 하지 않고,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쉽게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 되어가는 과정을 터득한 듯하다. 서로에게 조금 더 웃음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고, 그것을 또한 서로 잘 받아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많다.

 

     작가는 로키를 통해, 성인이 되어 맺는 관계의 본질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릴 적 이해관계 없이 만난 친구들과 달리, 머리가 굵어진 뒤 만난 타인과는 쉽게 스며들기 힘들다. 하지만 로키와 그레이스는 서로의 차이를 '틀림'이 아닌 '환경적 특성'으로 존중하며 수십 년의 간극을 메워간다. 두 존재가 과학이라는 공통 언어로 소통하며 서로의 생존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은, 거대한 우주적 재앙 앞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지성체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마션'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도 지독할 정도로 정교한 과학적 설정을 유지한다. 아스트로파지를 이용한 연료 추진 시스템이나 타우 세티 항성계의 물리적 특성 묘사는 매우 상상력을 유발하고, 과학적 근거를 기반한 사실적 설정이다. 이는 최근 우리가 목격한 아르테미스 계획의 성과들과 궤를 같이한다.

 

     아르테미스 2호가 지구를 찍은 영상에서 느껴지는 그 생생한 질감처럼, 소설은 우주가 더 이상 상상 속의 무대가 아니라 우리가 실시간으로 발을 들이고 있는 현실임을 일깨워준다. 달 뒷면의 어둠 속에서도 지구라는 고향을 그리워하며 다음 단계인 착륙을 준비하는 현대의 우주비행사들처럼, 주인공 그레이스 역시 암흑 속에서 오로지 데이터와 논리만을 등불 삼아 전진한다. 이러한 기술적 리얼리티는 독자로 하여금 소설 속 상황을 단순한 허구가 아닌,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 수도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나는 다시 한번 아르테미스 2호의 영상을 떠올렸다. 중력과 진공, 방사능이라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은 기어코 카메라를 돌려 지구를 바라본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 시선 끝에 무엇이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영화를 먼저 접하고 소설을 읽었기에 다음 전개를 예측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가 주는 서사의 힘은 매 순간 나를 흥미진진하게 몰아붙였다. 고립된 개인이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의 숭고함, 그리고 전혀 다른 존재를 존중하며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그 낙관적인 믿음은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우주는 여전히 두렵고 미지의 공간이다. 하지만 로키가 그레이스에게 "기뻐, 기뻐, 기뻐"라고 말하며 소통을 시도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서로의 다름을 조율하고 연대하는 힘을 믿는다면 어떤 어둠 속에서도 태양을 다시 빛나게 할 '헤일메리(필사의 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선물했으며, 앞으로 펼쳐질 실제 우주 탐사의 소식들을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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