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PANDEMIC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구태림
댓글 0건 조회 5,718회 작성일 20-10-11 20:24

본문

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화가 되면서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은 코로나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한다. 유례없는 감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한지 곧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이 책은 감염병으로 인해 바뀐 현재 혹은 미래의 상황을 6개의 단편 소설로 풀어냈다. 6명의 작가들은 팬데믹을 주제로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바다에서 살기 위해 사람들은 떠다니는 거대한 섬인 고래 등에서 살아간다. 고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구의 생명체가 아닌, 조금 다른 거대한 생명체. 사람들은 고래 위에 집을 세우고, 주변 바다에 농장을 만들며 삶을 3천년간 이어왔다. 그들의 고래는 수백의 개체가 모여 만들어진 군체였고, 고래의 개체가 하나씩 늙어 죽어가도 젊은 개체가 그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고래병' 이라 불리는 전염병으로 인해 고래들이 죽어 나갔고, 고래 위에 있던 마을은 멸망했다. 결국 죽은 고래를 떠나 뗏목을 타고 새로운 고래(터전)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만약 누군가 사는 고래를 발견했다면, 먼저 사는 이들의 허락이 필요하다. 당연한 과정이다. 어떤 병을 옮길지 모르니 말이다. 특히 '고래병' 을 옮기는 사람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그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된 주인공을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내 머리를 스친 그 희망의 크기는 너무나도 거대해 내 뇌와 몸이 감당할 수 없었다. 그 대부분이 허망하게 끝날 것이며, 우리는 곧 붉은 점으로 가득한 시체가 되어 끓는 바닷물 속에서 삶아질 것임을 알고 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는 그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내가 지금 빙산에서 발견한 종이와 연필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빙산의 꼭대기에 앉아 얼음 속에서 꺼낸 갈색 덩어리를 먹으며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으리라는 희망의 가능성에 의지해 이 글을 쓴다.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p.69]


작가는 '펜대믹' 이라는 현실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인류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다만 "멀리서 보면 인류는 바이러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유전자를 복사해 최대한 많이 전파하려는 작은 로봇들." 이라고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는 현재의 상황을 약간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었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

책에는 "가다르시스를 느겼다" 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아는 "카타르시스" 라는 말이 맞나? 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이 소설을 팬데믹 이후 약 백 여년 뒤 침을 튀기 마련인 격음이 사라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그래서 소설 전체가 -았, -었을 제외하고는 모두 격음 대신 평음으로 표기가 되어있다. 현재 상황에 가장 와닿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 이후의 뉴노멀 시대. 지금 상황을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침 튀기며 대화하는게 이상한 상황이 되었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 속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모르니 우리의 일상 생활 뿐만 아니라 한글 체계도 바뀌지 말란 법은 없다. 사실 코로나 상황이 아니었어도, 과거 20년, 10년 전을 회상해보면 참 낯선 광경들이 많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 유행으로 인해 이런 뉴노멀 시대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신 일찍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만큼 팬데믹은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들었다.


<팬데믹> 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인간의 죽음 뿐만 아니라, 고래, 로봇 간의 전염병, 벌레 폭풍 등 다양한 펜데믹 상황을 보여준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단순한 상상으로 쓴 책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 "소설 쓰고 있네." 라는 말을 하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상상할 수 없다고 세상에 없는 것으로 만들지는 말아줘.'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