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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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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962회 작성일 20-10-12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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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없음 - 넷플릭스, 지구상 가장 빠르고 유연한 기업의 비밀

리드 헤이스팅스, 에린 마이어 지음


전 세계는 지금 OTT 열풍이다. 개방된 인터넷을 통해 방송이나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 서비스는, 4G, 5G 로 대변되는 인터넷 속도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 왔으며, 최근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로 인해 시작된 ‘언텍트’ 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속도로 성장했다. OTT 서비스 제공 업체의 선두 주자 라고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전세계적으로 1억 8000만명이 넘는 구독자 (2020년 1분기 실적 보고서 기준)를 확보하였으며, 5년 전 주당 100 달러에 불과했던 주가는 현재 500 달러를 넘기면서 5배 이상 성장하였고, 이에 따른 시가총액은 약 2400억 달러로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디즈니를 넘어섰다. 1997년 DVD 우편 대어 사업으로 시작된 넷플릭스는 어떻게 20여 년 만에 우리나라 시가총액 2위~5위 기업의 시가총액을 더한 규모보다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넷플릭스 창업자이자 CEO 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세계 최고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인 인시아드의 교수 에린 마이어가 공동으로 집필한 이 책에는 넷플릭스의 마법 같은 성공이 어떤 조직 문화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조직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 져 있는 나에게는 충격적일 만큼 신선한 내용들이었는데, 책에 소개된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는 아래의 세 가지로 압축된다.


1.     인재 밀도를 강화하라

2.     솔직성을 강화하라

3.     통제를 더 많이 제거하라.

 

규제가 거의 없다시피 한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의 출발점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사원들을 세계 최고의 인재들로 구성하는 방법은 어떤 측면에서는 꽤나 잔인하게 보인다. 넷플릭스에서 사내용으로 만든 슬라이드인 ‘컬처 데크’의 한 페이지를 보면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다른 회사와 다르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킨다. – 적당한 성과를 내는 직원은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넷플릭스는 창의적이고 두각을 나타내는 직원을 원하지 남들과 적당히 맞춰가는 직원을 원하지는 않는다. 일을 못하더라도 성실하게 하면 품어주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회사가 되는 것을 지양하고, 실력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내쳐지게 되는 프로 스포츠 팀과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넷플릭스가 이 원칙을 유지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단 한 사람이라도 분위기를 흐리거나, 부정적으로 사고하거나,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존재하면 집단 전체의 능률이 그 사람에 맞춰서 감소한다는 철학이며, 두 번째 이유는 넷플릭스같이 창의적인 사고와 혁신이 요구되는 기업에는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백 명의 평범한 인재보다 낫다라는 신념이다. 이러한 이유로, 넷플릭스는 채용되는 모든 사람들을 업계 최고 수준의 실력과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로 채워 넣으려고 노력한다. 최고의 사람들을 채용하기 위해 넷플릭스는 채용하고자 하는 사람의 분야에 대한 업계의 급여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사람이던 간에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 준다. 또한, 아래와 같은 ‘키퍼 테스트’라는 원칙을 모두에게 적용하여 이 사람이 계속해서 회사의 필요한 인재인지를 판단하게 한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행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재 밀도를 강화하면, 그 다음부터는 창의적이고 실력 있는 인재들이 언제 어느 때나 서로에게 솔직하게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문화를 조성한다. 직급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임원부터 사원까지 한 명 한 명이 스타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 수 있으며 그들이 하는 피드백들은 회사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떠한 프로젝트 수행과 같은 일과 관련된 문제 만이 아니라 회의 중 상사의 강압적인 태도와 같은 다른 회사라면 입에 담기 힘든 문제들까지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솔직하게 피드백을 진행한다. 이러한 솔직성은 회사의 투명성과 이어지는데, 회사 내부의 중요한 정보들도 사원들과 투명하게 공유된다. 이러한 작업들은 창의적인 사원들에게 회사의 큰 맥락을 함께한다는 느낌을 주며, 자신들의 기여가 회사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최고의 인재들이 솔직하게 피드백을 나누며 스스로의 재능을 다 해서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순간까지 오면, 이제 규제는 의미가 없어진다. 넷플릭스는 흔한 출근 시간규정뿐만 아니라 휴가나 출장 경비에 대한 규정 같은 어느 회사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 달 동안 일주일에 70시간을 일하고 다음 한 달 동안 오지로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그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단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있는 일에 대한 탁월한 성과만 내면 족하다. 특히 한국에서 악명 높은 의사결정 결제 승인의 늪과 같은 통제는 넷플릭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임원이 아닌 직원일 지라도 그것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기 때문에, 상사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단지 자신의 이름으로 사인을 하고,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자신이 그 영광을 누리며, 실패한다고 하면 실패로부터 얻은 것이 무엇인지 철저하게 스스로 피드백을 진행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솔직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면 그만이다.

 

이렇게 넷플릭스는 철저한 인재 중심으로 경영으로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회사 전체가 리드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소개된 넷플릭스라는 회사는 내가 생각해 왔던 이상적인 회사의 모습과 가깝다. 회사는 사원들의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사원들은 그 신뢰를 바탕으로 상사나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창의적인 생각과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갈 수 있다. 나 역시도 내 능력치의 최대치를 발휘해 왔던 일들은 전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면서 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때였다. ‘이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과 함께 들었던 생각은 모순적이게도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이 정말 좋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최고의 실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지만 내가 다른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 증명되면 잘려 나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일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환경인가.

 

넷플릭스의 가장 큰 특징은 책의 제목인 ‘규칙 없음’ 보다는 규제와 통제가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 낸 데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제목만 보고 회사나 연구실 내부의 규제가 통제를 무조건 없애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넷플릭스나 몇몇 IT 기업같이 창의성과 혁신이 핵심 가치가 되는 기업이 아닌 반도체나 생산 라인 등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일이 주어진 회사에서는 일정 수준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저자 역시 언급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이 규제와 통제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은, 앞서 말한 대로 단 몇 명의 부정적인 시각이나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 사람, 그리고 게으르거나 집단의 실력에 현저히 못 미치는 사람이 조직 내에 존재하게 되면 점차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상의 모든 조직이나 집단이 넷플릭스와 같이 통찰력 있고 창의적인 인재로 채워질 수 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측면에서 무작정 규제와 통제를 없애자고 외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규제와 통제를 없애자고 외치기 전에, 개인의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키퍼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스스로가 이 집단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내가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사람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또한 회사나 조직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까지의 규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고, 집단 구성원들의 창의력이나 사고의 자유로움을 억압하는 수준인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며, 누구에게나 피드백을 할 수 있고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조직 전체에서 해 나갈 수 있는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회사의 금전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능력과 성과가 모든 판단의 척도가 되는 자본주의와 엘리트주의의 완성체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러한 시스템의 성과는 폭발적인 회사 가치 상승으로 증명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괜스레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는 통제와 규제, 그리고 공공 소유가 바탕이 된 공산주의 사회보다 개인의 창의성과 능력치를 훨씬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폐해 중 하나는, 능력에 따른 보이지 않는 계급의 형성으로 인해 자신을 남들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이로부터 형성된 자괴감으로 인해 결국에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 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 내부에서는 능력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나눠 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가치는 어떤 능력을 지녔던 간에 동등하며 소중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을 내보내고 슈퍼스타를 끊임없이 찾아내는 넷플릭스의 정책은 직원들의 개개인의 경각심을 극도로 유지시키고 이전 20년간 회사의 성장을 폭발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앞으로의 20년 역시 그러할 수 있을까. 수 없이 많은 넷플릭스의 영상들을 골라 보는 것만큼이나 앞으로의 넷플릭스의 횡보를 관찰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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