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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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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6,119회 작성일 20-11-2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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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던 대학생 시절과는 다르게, 공대 대학원생은 외부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학교와 그 근방을 생활 반경으로 하고, 남들이 쉬는 주말에도 출근이 잦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같은 학교나 연구실의 대학원생들끼리 교류를 하며 살아간다. 신기하게도 대학원생이 아닌 친구 모임과, 학교 내부의 사람들끼리 회식은 분위기가 다르다. 후자의 모임에서는 전반적으로 우울함 비슷한 것이 깔려 있다. 맛있는 것을 먹거나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도 대학원생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를 벗어나기가 힘들다.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이따금 우울한 분위기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학원생들에 비할 바는 아니다.



 나는 이러한 우울함의 원인을 잘 알고 있다. 연구라는 것의 특성상 실패가 잦고, 잦은 실패는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어떠한 실험을 실패했을 때, 교수님이나 선배의 야단보다도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낙담하게 만든다. 실험이 잘 되지 않는 날은 기분이 축 쳐지고 기운이 나지 않는다. 몇 번 실패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다시 시도해서 성공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실제로 겪어보면 그 늪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모든 것이 내 잘못같이 느껴져 자책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낙담한다. 직접 경험했던 사실인데, 어떤 때에는 어느 순간 사람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때도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생의 20%가 우울증을 겪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 한 외국계 회사의 인사담당자와 식사를 하면서 들은 말은, 박사과정 학생들은 가진 역량에 비해 자신감이 적고 본인도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면접을 위해 본인의 연구를 발표하라고 했을 때, 자신의 시야에서만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모든 발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비율의 대학원생이 그렇다고 한다. 게다가 발표를 전달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없어 설득력이 떨어지고 자신감도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그 사람이 좋은 성과를 가지고 있더라도 뽑는 사람의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버드와 토론토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를 했던 조던 피터슨은 바닷가재의 행동 양식에서 자신감과 우울감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닷가재는 공룡이나 나무가 등장하기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던 진화 초기 단계의 생물이라 뇌와 신경계가 아주 단순하기에, 이들이 처한 환경과 그에 대한 행동을 신경계의 반응과 분석하기가 용이하다. 바닷가재가 처한 상황과 그에 대한 행동을 분석할 수 있으면 인간의 행동 양식을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십 마리의 바닷가재를 한 곳에 모아 놓고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확인해보았다.



 대부분의 생물이 그렇듯이, 바닷가재에게도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은신처가 필요하다. 특히, 바닷가재는 성장하기 위해 탈각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껍질을 떼고 새로운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동안 부드러운 몸의 내부가 외부에 노출된다. 이때 바위 사이의 틈새는 바닷가재에게 훌륭한 보금자리가 된다. 하지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매력적인 보금자리는 많지 않고, 그렇기에 좋은 보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여러 바닷가재들이 싸움을 벌인다. 훌륭한 은신처를 찾기 위해 한 바닷가재가 바닥을 거닐다가 다른 바닷가재를 만나면 처음에 신경전을 벌인다. 서로 마주보며 누가 더 강해 보이는지 몸집을 비교한다. 몸집의 차이가 크면 몸집이 작은 쪽이 지레 겁먹고 달아나지만, 비슷한 몸집을 가진 바닷가재는 서로 물러날 생각이 없다. 결국 목숨을 걸고 좋은 은신처를 쟁취하기 위해 집게발을 휘두른다. 결국 이긴 쪽은 은신처를 차지하고, 패배한 쪽은 다른 은신처를 찾아 배회한다. 



 재밌는 사실은 전투가 끝나고 나서의 승리한 바닷가재와 패배한 바닷가재의 행동이 매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승리한 바닷가재는 전보다 더 의기양양하며 걷는다. 몸집을 펴 크게 만들고, 다른 바닷가재를 만나더라도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다. 반면에, 싸움에서 패배한 바닷가재는 더 이상 싸우려 들지 않는다. 싸웠을 때 보여주었던 용감함은 사라지고, 심지어는 예전에 이겼던 적과도 싸우려 들지 않는다. 패배한 경쟁자는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이러한 상태가 며칠씩 지속되기도 한다. 사이언스의 논문에 따르면 특히 영역을 지배하고 있던 (승리했던) 바닷가재가 패배를 경험하면 그 바닷가재의 뇌 구조는 완전히 해체되어 약자의 뇌를 가지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는 신경전달물질의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바닷가재의 신경 세포의 교감을 조절하는 두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과 옥토파민은 그 비율에 따라 자신만만한 모습인가 아니면 위축된 모습인가를 결정한다. 영역 확보를 위한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진다. 높은 세로토닌을 가진 바닷가재는 승리자처럼 행동한다. 패배한 바닷가재는 반대로 옥토파민의 수치가 높아져 패배자의 행동을 한다. 실제로 패배한 바닷가재에게 승자의 물질인 세로토닌을 주입하면 다시 승자처럼 행동하며,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서슴없이 달려든다고 한다.



 패배나 실패를 경험한 인간은 서열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와 비슷하게 행동한다. 어깨가 처지고 고개를 숙인 채 걷는다. 자신감을 잃고 의기소침해지며 마음이 약해지고 불안감을 느낀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만성적인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활기 없고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강자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기 쉽다. 인간과 바닷가재는 행동과 경험에서만 유사한 게 아니다. 기본적인 신경 화학도 여러 부분에서 똑같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中 - 12가지 인생의 법칙>



 지구에 나무나 공룡이 존재하기 전인 3억 5천만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하는 바닷가재의 행동 양식과 신경계의 작동 방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지구에 존재하기 전부터 승리와 패배에 이러한 메커니즘이 작동했다는 것이고,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화학 물질이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낮은 세로토닌 수치를 보이며, 이는 패배한 바닷가재에게 보이는 양상과 같다. 반면, 성공의 경험이 많은 사람은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다. 이는 인간에게 성공과 실패, 그리고 승리와 패배가 한 사람에게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공한 사람이 계속 성공하고, 실패한 사람이 쉽게 실패의 늪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즉, 실패와 패배의 경험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줄이고 옥토파민의 분비를 늘려 자신감을 없애고 우울감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실패를 자주 하는 대학원생의 특성상 특유의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속적인 실패는 사람의 자신감을 갉아먹고 동굴 속으로 넣어버린다. 동굴에서 채 나오기도 전에 다시 삐끗하는 경우도 많고, 실패가 지속되면 일 년 이상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인사담당자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감이 없는 대학원생이 많이 보이는 이유이다. 패배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좀처럼 그것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몸부림치면 더 죄여오는 덫 같은 것이다. 그래서 피터슨 교수는 말한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고 말이다.



 따라서 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당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진 권리만큼 나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이 신경 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中 - 12가지 인생의 법칙>



 상당히 진부한 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는 것으로부터 실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 만약 계속적인 실패로 인해 움츠러든 어깨와 자신감이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다시 세로토닌을 억제하고 줄어든 세로토닌은 또다시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일종의 양성 순환 고리(positive feedback)인 것이다. 저자는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는 것으로부터 이러한 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실패의 굴레에 있다면 곰곰이 생각해보자.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은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옥죄는 마음 때문인지 말이다. 많은 부분이 후자의 영역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이 힘든 것보다 그것이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한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 피터슨 교수는 말한다. 승자의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이다. 



 실제로 겪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얼마 전에 우리 과 구성원들에게 상당히 큰 금액의 장학금을 신청하라는 메일이 왔다. 비슷한 연차의 박사과정들과 비교했을 때, 객관적으로 나는 그리 좋은 실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가득했지만,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고, 결국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여 장학생에 선정되었다. 나중에 면접을 보았던 회사의 임원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어 나를 왜 뽑았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비슷한 연차의 다른 박사과정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그리 실적도 좋은 편도 아니었고, 특출난 무언가가 없었기에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가 말하길, 실제로 실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았지만, 본인 연구에 대해서 나처럼 여유 있고 자신감 있게, 그리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던 것이 인상이 깊었다고 한다.



 그 결과 당신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이 당신을 유능한 실력자라고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 그 반대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 덕분에 불안감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짐작할 만한 단서를 찾아내기가 쉬운데, 당신의 대화 역시 어색하게 중단되는 일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길 기회가 늘어난다. 그 결과 당신에게 좋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고, 실제로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감도 커진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中 - 12가지 인생의 법칙>



 나는 나보다 실적이 좋고 똑똑한 사람이 내 주위에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지원자가 많아 실패할 것이라고 겁먹지 않고 지원서를 제출했던 것’과, ‘실적이 없음에도 내 연구 주제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발표를 했던 것’이었다. 나는 내 실험에 대해서 그리 자신감이 있지도, 여유가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당당하고 여유 있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성공한 사람이 행동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했고, 그런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했던 결과였다. 결국 면접에서 당당한 자세 하나만으로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다.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라는 조던 피터슨 교수의 말과 결을 같이하는 내용이었다.



 실패하지 않는 대학원생은 없다. 실패하지 않는 사람도 없다. 그리고 실패는 당연하게도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지구의 역사를 보았을 때부터 그랬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매우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조던 피터슨 교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니 어깨를 펴고 걸어라.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당당한 자세를 통해 세상에 보여라.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당하게 행동하라. 작아 보이는 그것이 어쩌면 당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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