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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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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893회 작성일 20-11-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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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가로서 꽤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기에 그가 책을 발간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읽히는 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 속 응어리진 사적인 이야기를 굳이 문장을 적어가며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다짐은 쉽지 않았을 터이고, 생각의 끝에 결국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어려움만큼이나 간절했다고 말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는 그의 유년시절 추억으로 시작한다. 그와 아버지는 집안에서 키우던 줄무늬 고양이를 버리기 위해 고양이를 박스에 담아 해변으로 향한다. 그 때 그 시절 집집마다 마당이 있고 길 고양이가 들어와 집에서 지내다가 사라지는 일은 종종 있었기에, 버리는 것 역시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변가에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다시 오니, 고양이가 집에서 울고 있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상황에 아버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계속 키우자고 말한다. 그 때 아버지에게서 보인 옅은 미소를 그는 잊지 못한다.


그로부터 수십년이 흘렀다. 결론적으로 그들의 관계는 그가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하는 시기 즈음에 소원해졌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20년의 세월 동안 거의 절연에 가까운 관계로 지내왔다. 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그 추억이 더 사무친다. 왜 아버지는 버리자고 해놓고 돌아온 고양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셨을까. 왜 나는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생각을 못했을까.

 

그는 그 때부터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전쟁에 참여한 아버지의 역사는 아버지가 왜 아침마다 마음을 다해 경을 읊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아버지가 유년 시절 식솔을 줄이기 위해 절로 보내졌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왜 돌아온 고양이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사람은 누구나 많든 적든 잊을 수 없는, 그리고 그 단면을 타인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조차 없는 무거운 체험이 있기 마련이다. 충분히 얘기하지 못한 채 가슴 속에 묻어두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그는 아버지와 크고 작은 균열이 생기던 시간을 더듬어 본다. 그 균열의 본질은 계승이라는 인간의 의지 속에 있다.


본인은 대학원에 남아 학자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그게 안되면 승려로의 길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을까, 하고 나는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지켜야 하는 것이 있었다 – 당신의 조촐한 가정이다.

-       27 pp

당시의 나는 책상에 들러붙어 주어진 과제를 하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듣고 밖에 나가 운동을 하고,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대의 공기를 숨 쉬며 그 고유한 중력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것이 자연의 섭리다. (중략) 그러나 역시 당신이 그 인생에서 다하지 못한 일을 외동아들인 내가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리라.

-       55 pp

 

다시금 그는 또렷한 기억을 불러본다. 고양이를 버리러 가던 길, 해안의 파도 소리와 소나무 방풍림을 스쳐 가는 바람의 향기를. 그런 사소한 일 하나하나가 쌓여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 사소한 것을 따라가보면 그 시작점에는 한 평범한 가정의 한 평범한 아들이 보인다. 애당초 아버지의 운명 중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었다면 그는 태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과 불확실성 사이에서 얻어진 결론이 현실이 되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게는 모든 역사를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이 따른다. 때론 그 책임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역사는 계승된다는 점에서 계속 살아있다. 비단 한 사람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다. 우주의 모든 것이 어떠한 역사를 계승해서 이어져오고 있다. 아버지를 더이상 볼 수 없는 지금, 과거의 파편을 더듬고, 죽은 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것을 문장으로 꾹꾹 눌러 담는 것은 그가 늦게나마 행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그에게 있어 인생의 전부였던 글로서 말이다.

 

우리는 광활한 대지를 향해 내리는 방대한 빗방울의, 이름 없는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 고유 하기는 하지만, 교환 가능한 한 방울이다. 그러나 빗방울 하나에도 흘러가는 모양새가 다르듯, 빗물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 빗물 한 방울도 역사가 있고 그걸 계승해간다는 책무도 있다. 가령 그 한 방울이 어딘가에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 개체로서의 윤곽을 잃고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 되어 사라져간다 해도. 아니,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집합적인 무언가로 환치되어가기 때문에 더욱이.

-       84 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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