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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공장 – 데이비트 플로츠
“인류를 개조하여 진화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자!”
무언가 우생학의 냄새가 풀풀 나지만, 의도 자체는 선한 것 같은 말이다. 1980년 로버트 그레이엄은 ‘후손 선택을 위한 저장고’를 설립하였다. 목적은 ‘노벨상’ 수상자의 정자를 기증 받아서 멘사에 가입 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여성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로버트 그레이엄이 저장고를 설립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복지정책은 끊임없이 무능력자를 만들어낼 것이고, 이런 ‘열등인자’들은 인류를 바보로 만들 것이다. 영화 ‘Idiot’가 이런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풍자한 내용인데, 2000년 어느 날 냉동인간으로 잠든 사람이 200년뒤 미래에 깨어나자 천재 취급을 받아서 지도자가 되어버렸다는 내용이다. 이유는 똑똑한 사람은 자손을 가지기 꺼려해서, 지능이 높은 사람은 미래에 사라져 버렸다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그레이엄은 10명의 천재가 천명의 바보보다 더 낫다는 생각으로 ‘저장고’를 설립한 것이다. 한마디로, ‘지적인 진화를 이루자’가 핵심이다.
그레이엄이 ‘저장소’를 설립하기 이전에 인간을 개조하겠다는 역사는 무지하기 뿌리가 깊다고 볼 수 있다. 당장 1920-40년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유전적이나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은 후손을 남겨서는 안된다는 사상이 존재했다. 이러한 인종 개조론자들은 국회의원을 설득해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결혼하지 못하게 하거나, 심하면 불임수술까지 받게하여 후손을 남기지 못하게 하였다. 특히 버지니아에서는 ‘단종법’을 제정하여 83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버지니아에 ‘캐리 벅’이란 여성은 사회로부터 정신박약아라고 몰려 강제 불임시술을 받은 여성이다. 불임시술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연방대법원에 제소까지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다.
“3대에 걸쳐서 저능아가 나왔다. 예방접종도 필요하면 강제로 수행하는데, 열성 인자를 사회적으로 격리하기 위해서는 불임시술은 불가피하다.”
올리버 윈델 홈즈 연방 대법관
하나님 맙소사. 캐리 벅과 그녀의 어머니 엠마 벅의 변호사 화이트헤드도 대법원에서 조차 제대로 변호할 의지가 없었고, 결국 캐리 벅은 불임 시술을 받고 수용소로 들어간다. 이 연방 대법원의 판례는 나중에 나치 전범을 재판하는데 있어서 연합국의 치명적인 약점이 되었는데, 나치 독일이 ‘우생학적 불임시술법’을 제정하는데 모델이 되었기 때문이다. 법 제정 1년만에 6만명의 사람들이 강제 불임시술을 받았고, 12년동안 정권에 의하여 결함이 있다고 판단된 200만명의 사람들이 강제 불임시술을 받았다. 미국이 제정한 법이 나치에 의해서 유대인이나 기타 ‘결함’ 있는 사람들의 후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출된 꼴이다. 변명거리를 미국이 제공했으니 전범들 중 일부는 ‘사형’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생학의 부정적인 길을 지켜본 그레이엄은 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어떻게 하면 더 뛰어난 사람들을 늘릴 수 있을 까?’하면서 ‘저장소’를 설립한 것이다. 그런데, ‘단종법’이나 ‘저장소’나 모두 백인 기독교인들이 다른 인종보다 더 우월하다는 허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고, 인류의 위기는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코랄이라는 남성의 정자로부터 태어난 두명의 이복형제가 있다. 톰은 중서부 지역의 평범한 가정에서, 앨턴은 캠브리지의 상류층 가정에서 살고 있다. 두아이의 어머니 모두 부지런하고 억센 여성들이지만, 톰의 어머니는 힘들게 대학을 졸업하고 기술 지원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반면 앨턴의 어머니는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전문가가 된 사람이다. 톰은 여느 평범한 가정의 아이처럼 게임이나 여자친구 등에 시간을 쏟지만, 앨턴은 음악과 예술에 심취에서 미대에 진학하고자 한다. 선천적으로 똑같은 남자의 유전자를 물려 받았는데, 후천적인 가정환경에 따라서 재능이나 포부가 꽤나 많이 차이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레이엄의 ‘저장소’를 통해서 태어난 아이들 중에 생물학적인 아버지는 모두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연령은 50이 넘었으며, 대머리에 작은키를 가지고 있어서 여성들이 원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이 사실에 착안한 그레이엄은 사업가, 운동선수, 젊은 과학자들에게서 정자를 제공받아 ‘저장소’를 설립하였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건강한 아이들을 낳아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노벨상 마케팅을 적극 펼친 것이다. 이렇게 태어난 30명의 아이들을 취재한 데이비드 플로츠는 ‘저장소’의 목적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선언하였다. 과학의 힘으로 유전적으로 우수한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들의 삶의 질은 후천적인 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를 낳는 것은 일종의 ‘쇼핑’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원하는 아이를 가지기 위한 ‘쇼핑’은 미국에서 굉장히 성행하고 있다. 백만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하며, 유전적으로 우수한 정자는 아주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플로츠가 지적하였듯이 원하는대로 설계되어 태어난 아이들은 의도되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사유리가 정자은행을 통하여 아이를 홀로 출산한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이를 ‘비혼 출산’이라고 하면서 굉장히 열광하고 있고, 대부분의 언론들도 긍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낳기 위하여 유전적으로 결함이 없는 남자의 정자만 받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한다? 키, 몸무게, 외모 모두 만족하는 남자의 정자는 비싸게 팔리고 그렇지 못하면 취급도 하지 않는 우생학의 어두운 그림자가 나에게는 느껴진다. 만약 이 ‘비혼 출산’이 성행하게 된다면, 여성 자신이 선망하는 남자들의 유전자를 얻기 위한 시장이 형성되고, 인기있는 셀럽, 아이돌, 연예인, 사업가 등등은 자신의 유전자를 비싸게 팔아 치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남녀들은 자식을 가지지도 못한채 사회적으로 도태될지도 모른다. 우생학이라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비혼 출산’이라는 그럴싸한 껍데기와 명분에 모두가 지지하고 박수를 보내는 상황이 나에게는 불편하고 우려스럽다. 유전적으로 아이를 선택하여 출산하겠다는 우생학의 그림자가 우리를 덮친다면 어떤 사회적 혼란과 차별이 일어날지는 말하지 않아도 눈에 보일 지경이다.
유전적인 상태에 따라서 직업과 생활 수준을 결정해주는 ‘멋진 신세계’와 ‘가타카’는 머지않은 미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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