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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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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5,766회 작성일 20-12-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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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에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은 40만명이 넘는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좋고 정년 보장이 된다는 작은 꿈 아래 수많은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 수많은 청년들이 그렇게 책상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슬픈 사실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그동안 공부했던 시간은 전부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것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지인은 그곳을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 말했다. 합격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쏟은 시간과 노력의 매몰 비용 때문에 쉽사리 공부를 그만두지 못한다. 매년 100명 중 3명만이 지옥 같은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즉, 97명은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시고 또다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모두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공시를 포기한 공시생들은 어쨌든지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는 포기한 97명에게 관용을 베푸는 사회가 아니다. 실패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지 않는다. 취업시장에서의 공백이란 경험을 쌓는 시간이 아니라 나태함으로 취급된다. ’공시 경력이 있으면 묻지마 불합격’이라는 불문율까지 생겨버렸다. 그렇게 대다수의 공시생들은 사회의 낙오자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한다. 이들은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채 사회의 낮은 곳에서 간신히 살아간다.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9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들은 청년 실업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이념에 관계없이 모든 후보가 주장했던 부분이었다. 혹자는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했고, 혹자는 예산을 투입하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고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필연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 당시 토론을 보았던 20대의 입장으로서 그러한 해결책이 단지 탁상공론으로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무릇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모든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법으로 어떤 것을 강제하거나 예산(세금)을 사용할 때는 더욱 그렇다. 최소한의 완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정책을 간구해야 한다. 법이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여야 하지 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특정한 정책에 대해서 법의 강제성만 앞세우고 전문성과 깊은 통찰이 없으면, 그 정책은 실패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낳는다. 출산 정책에 10여년 간 100조가 넘는 비용을 사용했음에도 전세계 최하위 출산율을 탄생시킨 것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남발 결과이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정책을 집행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모든 것을 힘으로 눌러버리는 정책은 오히려 반발이 커질 뿐이다.


이러한 기조로 계속 간다면, 아마 현재의 정부는 40만명이 몰리는 공무원 시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쩌면 공무원 시험 횟수를 제한하거나 선착순으로 시험 신청을 하는, 매우 무식하고 비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할지도 모르겠다. 통찰력 없는 정책의 집행은 개인의 자유를 침범하고 공동체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점점 사회와 나라를 몰락의 길로 빠뜨린다.


그렇기에, 우리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넛지’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40만명의 공시생 중에서 97%가 패배자가 되어 버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들이 취업 시장에서 외면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이 하는 공부가 실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 시험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지원하는 일반행정직의 시험과목을 살펴보자. 국어, 영어, 한국사의 3가지 필수과목과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사회, 과학, 수학의 중 2가지 선택과목으로 나누어진다. 행정법과 행정학개론을 제외하면 실무에 도움이 되는 것은 기껏해야 영어뿐이다. 그것도 실무적인 부분이 아니라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르기 위해 매우 세세하고 거의 쓸모없는 부분까지 공부해야 하니 일반 기업에서 그들을 달가워할 리가 없다.


그렇기에, 그들이 공부하는 과목을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과 같이 중고등학생이 공부하는 과목이 아니라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과목이나 미래에 다가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과목으로 바꾸는 것이 넛지를 이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 대해 배우거나, 프로그래밍과 AI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사회에 나와서 충분히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다. 시험 과목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97명이 조금 더 용이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수 있는 것이다. 합격한 3%를 위한 과목이 아니라 불합격한 97%을 위한 시험 과목을 설계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는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미국의 가장 잘 사는 주인 샌프란시스코의 길거리에는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홈리스들이 있다. 이들은 그 지역을 슬럼화 시키며 치안을 악화시킨다. 시민들이 낸 세금을 사용하여 그들을 케어한다. 적은 비용을 아끼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아무리 부자들이 자신들만의 동네에 성벽을 쌓고 살아도, 사회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생긴 독은 사방으로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결국에는 모든 것이 국민의 짐이고, 그리고 국가의 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을 배려하는 것만으로도 이로 인해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 발상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면, 그러한 시도들을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성공한 사람이라는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세금을 더 내고 그 이점을 포기할 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비롯한 수많은 심각한 문제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아마추어적인 해결책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해결책으로 사회 전체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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